치명률 30% 일본 감염병 STSS, 국내 유행 가능성 낮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4. 3. 31.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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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달리 피부 접촉 등 전파력 한계 때문
손 씻기와 상처 관리로 예방 가능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당분간 손 씻기와 같은 개인위생은 물론 특히 상처 관리에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일본에서 번지고 있는 감염병이 주로 피부 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일본에서 세균 감염에 의한 독성쇼크증후군(STSS)이 급증하더니 올해도 심상치 않다. 치명률이 30% 정도로 매우 높은 STSS 급증 현상이 이례적이어서 변종 출현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우리 보건 당국은 국내 STSS 유행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NIID)는 최근 자국의 STSS 환자가 2018년 684명에서 2023년 역대 최다 규모인 941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올해도 심상치 않다. 2월말까지 47개 현 중 45개 현에서 414명의 STSS 환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90명이 사망했다. 치명률 21.7%를 기록 중인데, 특히 50세 이상 연령대의 치명률은 24%에 이른다. 고위험군은 대체로 고령층이지만, 50대 미만 사망자도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7월부터 12월까지 50세 미만 STSS 환자 65명 중 21명이 사망했다. 일본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전망치를 보면, 올해 일본 내 STSS 감염자 수는 신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10일 교토의 기요미즈데라사 근처 거리의 모습 ⓒAFP 연합

일본에서는 STSS가 1922년부터 거의 매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처럼 급증한 사례는 없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위험성이 일반 독감 수준으로 낮아지면서 방역 경계심이 떨어진 점을 지목한다. 또 지난해 병원균에 변이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STSS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매년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의 급증 현상은 의아하다. 코로나19 방역이 풀리면서 개인위생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졌기 때문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역을 푼 이후 아데노바이러스나 홍역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늘어났다. 또 병원균의 변종이 출현한 것일 수도 있다. 일본 보건 당국이 그 이유를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STSS가 국내에 유입돼 제2 코로나19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단 질병관리청은 국내 유행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성홍열(연쇄상구균 감염병) 발생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매우 적은 점 등을 고려할 때 (STSS의) 국내 유행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해 조기 진단을 통한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 일본 발생 상황을 고려해 국내외 발생 동향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일선 의료진을 대상으로 환자 진료 안내를 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 해외여행객들은 과도한 불안과 우려보다는 감염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고위험군의 경우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과거 미국에서 생리용품 탐폰을 사용하는 여성 사이에서 STSS가 유행한 적이 있다. 탐폰을 장시간 사용하면 질 내부가 건조해지거나 상처가 생겨 감염 가능성이 커지고, 탐폰에서 증식한 병원균이 병을 일으킨다. STSS를 일으키는 병원균은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이다. 이들 병원균에 감염될 때 STSS에 걸릴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STSS를 일으키는 병원균의 유입 경로는 질 내, 인두, 점막, 피부 연조직, 상처 부위로 알려졌으나 나머지 약 50%의 경로는 알려지지 않았다. 체내로 침투한 병원균은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STSS는 매년 일본·미국·영국·호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발생한다. 다만 STSS는 법정 감염병이 아니어서 정확한 감염 사례 건수가 집계되지 않는다. 대신 보건 당국은 성홍열 발생 추이를 추적한다. STSS와 같은 병원균에 의해 발병하는 성홍열은 2급 법정 감염병이다. 2급 법정 감염병이란 전파 가능성을 고려해 발생 또는 유행 시 24시간 이내에 신고하고, 격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성홍열 환자에 대해 의료기관으로부터 신고를 받아 감시하고 있으며 성홍열로 인한 중증·합병증·사망 사례의 경우 역학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최근 국내 STSS 의심 사례 2건

성홍열은 일반적으로 발열·인후통·발진 등을 동반한 급성 발열성 질환으로 치명률은 1% 이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성홍열 환자가 810명(10만 명당 1.58명) 발생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다소 증가하는 추세이나, 코로나19 유행 이전에 비해 매우 낮은 발생률을 보인다. 2000년 이후 성홍열 감염으로 인한 합병증이 보고된 사례는 총 4건이며 이 중 STSS가 의심되는 사례는 2건이다. 60대 남성은 2019년 2월 양측 옆구리가 아프고 전신이 붓는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전신에 염증이 발생하고 신장이 급격히 나빠져 응급치료(지속적 신대체요법, 인공호흡기 등)를 받았다. 그러나 이틀 만에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이 남성은 고혈압과 통풍의 기저질환이 있었다. 2023년 1월5일에는 30대 남성에게 두통·근육통·피부발진 등 증상이 발생했다. 다음 날 탈수·위약감·저체온증 증세를 보이며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그러나 1월13일 저혈압, 혈소판 감소,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는 당뇨·고혈압·갑상선질환·뇌전증을 앓고 있었다. 

혈압 떨어지거나 발진 생기면 병원 찾아야

연쇄상구균이나 포도상구균에 감염되면 초기에 독감과 유사한 호흡기 증상(고열·오한·근육통·메스꺼움·구토)이 시작된다. 이들 균은 과거 농가진이라고 불렀던 감염병을 유발하거나 부스럼, 편도선 염증을 일으킨다. 감염된 사람 대다수는 편도선염과 같이 가벼운 질환으로 끝난다. 그러나 심하면 저혈압, 호흡 곤란, 피부 괴사, 패혈증, 다발성 장기부전 등으로 진행한다. 이와 같은 합병증이 심해질 경우 쇼크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으므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김우주 교수는 "연쇄상구균과 포도상구균이 STSS를 일으키는데, 세균이 혈관을 타고 다니며 독성을 내뿜어 염증을 일으킨다. 혈압이 떨어지거나 열이 나거나 발진이 생기며, 심하면 쇼크가 발생한다. STSS에는 예방백신이 없으므로 빨리 병원에서 치료해야 합병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혈액과 상처에서 채취한 균을 배양해 STSS를 확인한다. 이후 항생제나 스테로이드 등으로 치료한다. 신장 기능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투석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균 독성으로 쇼크가 오거나 장기가 손상되기 전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우주 교수는 "확률상 STSS일 가능성은 드물지만 그래도 고열, 발진, 혈압 저하, 정신 혼미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받을 필요는 있다. 혈액이 응고되거나 출혈이 생기지 않도록, 독소가 신장이나 간 등 장기로 퍼지지 않도록 치료해야 한다. 코로나19 치료제도 5일 이내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는 것처럼 STSS에도 페니실린 같은 항생제를 초기에 사용해야 효과가 좋다. 치료가 늦어질수록 독소가 많아져 쇼크가 생길 정도가 되면 항생제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혈압을 조절하거나, 수액을 맞거나, 혈액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중독자와 당뇨병 환자는 고위험군

특히 고위험군은 의심 증상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STSS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고령층, 최근 수술받아 상처가 있는 사람, 상처가 생길 수 있는 바이러스 감염자(수두 등), 알코올 의존자, 당뇨병 환자 등이다. 김우주 교수는 "STSS의 치명률은 30% 정도로 높지만 공기로 감염되지 않아 전파력은 그렇게 높지 않다. 코로나19와 달리 주로 감염자와 피부로 접촉하거나, 감염자가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나온 비말로 감염된다. 일본에서도 인구 1억2000만 명 중 감염자는 수백 명 정도다. 그래서 국내 유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병원균에 감염됐다고 모두 STSS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일부 건강한 사람도 STSS에 걸리긴 하지만 면역이 약한 사람, 알코올중독자, 당뇨병 환자가 취약군이다. 일본 보건 당국이 역사조사를 통해 고위험군, 중증, 사망률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STSS를 일으키는 병원균은 악수와 같은 피부 접촉으로 전파되는 만큼 평소 손과 발을 비누와 흐르는 물로 깨끗이 씻으면 예방할 수 있다. 비말 전파를 막기 위해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를 쓰는 것이 다소 도움이 된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노약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이롭다. 마스크 착용은 코로나19 등 다른 감염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손이나 발에 상처가 생기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 무좀 상처로도 병원균에 감염될 수 있다. 기쿠치 겐 도쿄여자의과대학 교수는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부상과 무좀의 상처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처가 생기면 수영처럼 물에 들어가는 행동은 피하는 편이 좋다. 또 구강위생 상태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독감 백신이나 수두 백신 접종도 권고된다. 독감 또는 수두 감염 시 연쇄상구균 감염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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