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횟수만 줄였을 뿐인데 美서 돌풍…B형 간염 백신 세대교체 시작

김명지 기자 2024. 3. 3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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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달 걸리던 접종, 한달로 줄여
연매출 3200억원...직원 1명 당 10억
바이오 냉각기인데 최근 1년 주가 26% 올라
美 돌풍 일으킨 B형 간염 백신
다이나백스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대유행 때 큰 주목을 받았던 글로벌 백신 개발사들은 요즘 울상이다.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을 개발해 수조원을 쓸어 모았던 화이자와 모더나의 주가는 최근 1년 각각 29%, 31%가 빠졌다. 그런데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한 미국 신약 개발사 다이나벡스의 주가는 같은 기간 26%가 올랐다.

다이나벡스는 미국 캘리포니아 소도시 에머리빌에 위치한 신약개발사다. 전체 직원이 311명에 불과한 작은 회사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억 3900만 달러(약 3200억원)를 기록했다. 단순 계산하면 이 회사 직원 1인당 10억원 이상을 벌어 들였다는 뜻이다. 다이나백스의 매출은 이 회사가 개발한 3세대 B형 간염 백신 ‘헵리사비(HEPLISAV-B)’ 에서 나온다. 헵리사비는 다이나백스가 출시한 유일한 의약품이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B형 간염 백신 하나로 3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B형 간염 예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졌고, 기존 백신과 비교해 훨씬 편하게 주사를 맞을 수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B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감염돼 걸리는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20억 명이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이력이 있고, 이 가운데 약 2억 6000만 명이 바이러스를 몸에 지니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만성 B형 바이러스 간염 환자는 간경화 없이 간암에 걸리고, 일반인과 비교해 간암에 걸릴 위험이 4배 가량 높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지난 2022년 4월 19세부터 59세까지 성인에게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CDC가 접종을 권고한다는 것은 미국 영주권을 받거나 시민권을 받으려면 B형 간염 백신 접종 이력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문제는 2세대 B형 간염 백신의 접종 절차가 너무나 번거롭다는 것이다. 한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허가받아 접종되는 2세대 B형 간염 백신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엔제릭스-B와 MSD의 레콤비박스, LG화학의 ‘유박스비’ 등이다. 이들 백신은 6개월에 걸쳐 3번 접종하는 방식인데, 다이나백스는 한 달동안 2번 접종하면 된다.

영주권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복잡한데, 심사에 앞서 6개월 전부터 백신을 골라 맞는 것은 스트레스가 됐다. 백신을 맞기 위해 병원에 내는 의료비도 부담이 됐다. 미국에서는 예방 접종 주사를 맞으려면, 주사 약값을 제외하고 100 달러 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다이나백스의 2회 접종 B형 간염 백신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편의성에 예방 효과, 비용 절감이 겹치면서 미국 성인 B형 간염 백신은 다이나백스로 재편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이나백스의 지난해 연매출은 지난 2022년과 비교해 69%가 늘었다.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76%를 기록했고, 회사는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영업이익률이 80%가 넘을 것으로 기대했다.

29일(현지시각) 미국 나스닥에서 다이나백스의 주가는 12.1달러인데, 올해 안에 25달러가 넘을 것이란 증권사 보고서도 나온다. 다이나백스의 미국 B형 간염 백신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40%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이런 성공사례에 힘입어 전세계 백신 개발 기업들은 접종 횟수를 줄인 3세대 B형 간염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제약사 브리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1월 임상 1b/2a상 단계의 3세대 B형간염 예방 백신 후보물질을 계약금 1500만 달러(약 200억원), 마일스톤 4억 2200만 달러(약 5600만) 달러 규모에 도입했다.

한국에서 차백신연구소가 3세대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3세대 재조합 단백질 항원을 사용하는데, 국내 임상 1상 결과 한 번만 접종해도 B형간염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는 충분한 혈청이 생긴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따르면 임상 1상은 성인 3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3차 투여 후 48주 추적관찰에서는 29명 모두 충분한 면역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차백신연구소는 국내 최초 2회 투약 B형 간염 예방 백신을 개발할 계획이다. 회사는 백신 투약 횟수를 줄이면, 예방접종 접근성이 좋아져서 국가 보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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