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과 르완다…공감과 연대로 상처 치유하는 다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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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폭력이나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대화하면서 아픔을 나누는 모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잇달아 개봉한다.
둘의 대화를 듣다 보면 4·3 사건과 르완다 대학살이 멀리 떨어진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상처는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국가폭력이나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만남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고통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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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가 폭력이나 사회적 참사의 피해자들이 대화하면서 아픔을 나누는 모습을 조명한 다큐멘터리가 잇달아 개봉한다.
단순한 고발을 넘어 피해자들의 공감과 연대를 그려내고 이를 사회적으로 확산함으로써 상처를 치유하는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 4·3 사건의 76주년을 맞는 다음 달 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의 딸들'이 대표적이다.
안성기 주연의 영화 '종이꽃'(2020)의 고훈 감독이 연출한 '그날의 딸들'은 제주 4·3 사건 희생자 유가족의 딸인 양경인 씨와 아프리카 르완다 대학살 희생자 유가족인 파치스 씨의 이야기다.
르완다 대학살은 1994년 르완다의 다수 종족인 후투족 강경파가 투치족 80만 명과 후투족 온건파 수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시공간적으로 동떨어진 두 사건을 잇는 이색적인 접근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양 씨는 4·3 생존자의 증언을 기록하는 작가이고, 파치스 씨는 한국에서 공부 중인 유학생이다.
'그날의 딸들'은 제주 4·3 사건과 르완다 대학살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간다.
둘의 대화를 듣다 보면 4·3 사건과 르완다 대학살이 멀리 떨어진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피해자들의 상처는 다를 게 없다는 걸 알게 된다.
두 사람이 4·3 사건과 르완다 대학살 생존자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픔을 나누는 장면은 감동을 준다. 이들은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가해자들과 화해는 가능한 것인지 질문하기도 한다.
고 감독의 여섯 번째 작품이자 첫 번째 장편 다큐멘터리인 '그날의 딸들'은 지난해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다음 달 12일 개막하는 4·3 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지난 27일 개봉한 장민경 감독의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이하 '세월')도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공감과 연대를 통해 치유를 모색한다는 점에서 '그날의 딸들'과 맥을 같이한다.
'세월'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 유경근 씨,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유가족 황명애 씨, 1999년 씨랜드 수련원 화재 참사 유가족 고석 씨의 이야기다.
유 씨가 2018년 운영한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을 매개로 만난 이들은 사회적 참사 이후 보낸 고통의 나날을 회고한다.
많은 사람의 기억에서 이미 흐릿해져 가는 참사지만,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보여준다.
유 씨와 고 씨가 서로의 고통에 관심을 갖지 못한 걸 미안해하는 장면은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한 공감이야말로 참사의 재발을 막을 길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에는 1987년 민주화운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고(故) 배은심 여사도 등장해 연대의 범위를 확장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이 얼싸안고 아픔을 나눈 이야기도 담겼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국가폭력이나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의 만남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고통을 나누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에게 더 큰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날의 딸들'과 같은 작품의 경우 국제적인 연대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고, 국경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호소력도 가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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