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이어 강남 알짜땅도 공매 나왔다...‘4월 위기설’에 부동산 살얼음판 [역세권 돈세권]

서찬동 선임기자(bozzang@mk.co.kr) 2024. 3. 31.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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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驛勢圈)은 성인 걸음으로 대개 10분 이내 거리로 약 500m 가량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서울 역세권의 모습. 일상에 바쁜 이들을 대신해 현장의 소식을 전합니다.
공매 공고후 취소된 강남역 인근 개발 예정지. 서찬동 선임기자
최근 부동산시장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개발사업을 진행하며 브릿지론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융권 대출로 사업을 진행하는 곳들이 그 대상입니다.

브릿지론은 개발사업 초기에 토지 매입을 위해 시행사가 주로 제2금융권에서 빌려 쓰는 자금을 말합니다. 이후 사업 인허가를 받고 착공·분양하는 단계에서 제1 금융권에서 PF를 일으켜 브릿지론을 상환하게 됩니다.

당연히 브릿지론의 대출이자가 훨씬 높습니다. 새마을금고나 저축은행·신협·농협 등에서 대출받는데, 시중 금리가 높고 부동산 불경기인 지금은 최고 20%를 웃돌기도 합니다. 대형 사업장의 경우 1·2·3순위로 대출해준 금융기관이 20~30곳에 달하기도 합니다. 사업장 위치와 상관 없는 지방 새마을금고나 신협·농협도 여러 사업장의 대주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인허가 지연 등 여러 이유로 착공·분양이 늦춰지면 시행사의 금융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됩니다. 대주단은 몇차례 브릿지론을 연장해주며 대출이자 인상과 같은 조건들을 붙이게 됩니다.

그 과정에 시행사가 부담을 견디기 힘들게 되거나, 대주단이 더 이상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브릿지론 연장을 중단합니다. 결국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공매 매물로 나오게 되는 구조입니다. 금융당국도 부실 사업장을 빨리 정리할 수 있도록 사업장별 옥석 가리기를 업계에 재촉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과 지방 전역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며 공매 매물도 늘어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 및 오피스 개발 예정지
강남역 인근 개발 예정지. 서찬동 선임기자
강남역 인근 2300억원대 땅도 공매 나왔다가 취소
현재 서울 전역에 감정가 1000억원을 웃도는 토지 공매 물건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애초 주거시설 등으로 개발하려다 대출 어려움으로 공사가 중단된 곳들입니다. 공매 플랫폼 온비드(www.onbid.co.kr)에 따르면 서대문구 창천동과 금천구 가산동·종로구 효제동·영등포구 대림동·서초구 서초동 등지에 토지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이달 초에는 입지가 좋은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 변 토지가 공매 매물로 나와 눈길을 끌었습니다. MZ 세대 명소로 떠오른 ‘용리단길’에 인접한 곳이기도 합니다.

대지면적 1663㎡에 감정평가액이 1432억원인데 지난 3월 11일 1차 공매에 나온 후 3회 유찰된 후 매각된 것으로 온비드에서 확인됩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강남역 인근 역삼동에서 감정가 2300억원대 토지가 공매 공고까지 나간 후 공매 직전에 취소되기도 했습니다. 유동성 어려움을 겪던 시행사가 막판에서야 어렵게 자금을 조달해 공매가 취소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업지는 강남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역세권입니다. 강남대로의 우성아파트앞 사거리에서 역삼로 방향으로 한 블록 안쪽에 위치합니다.

대지 2040㎡ 규모에 감정가 2307억 원으로 애초 메리츠증권의 의뢰로 KB부동산신탁이 공매를 진행할 예정이었습니다.

입지만 보면 역삼동 현장은 주변에 최고급 주거시설 개발이 활발한 A급 입지에 해당합니다. 길 맞은편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 중인 29층 높이, 오피스텔 337실 규모의 ‘루카 831’이 오는 9월 준공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장 바로 옆 강남대로 변에는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최고급 오피스텔 ‘더 갤러리 832’가 공사 중입니다.

애초 역삼동 832번지 일대의 경우 지난 2019년 개발업체 SK D&D(SK디앤디)가 592억원에 매입해 오피스텔 개발에 나섰습니다. 그 후 2년 뒤 개발계획을 접고 현재의 시행사인 A사에 1119억원에 매각했습니다. A사는 지난해 4월 용적률 959%를 적용해 업무시설(오피스)로 짓기 위해 건축허가까지 받은 상태입니다. 주변에 신규 오피스텔 공급이 많아 사업성을 고려해 오피스 개발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입니다.

A사는 수도권에서 물류센터 개발로 큰 성공을 거둔 시행사입니다. 그 자금으로 청담동과 논현·잠원동 등 강남권에서 동시다발로 최고급 주거시설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강남역 일대 토지 거래액 사례. 태평양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서
논현동 청년주택도 공사중단...시공사는 현장 출입 차단
2~3년 전 강남역 일대 강남대로 변 토지 거래액을 보면 ㎡당 최고 1억84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습니다. 한 블록 안쪽의 이면도로변도 1억2000만원 안팎에 매매 됐습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강남역 인근 건물은 대지면적 기준 평(3.3㎡)당 5억~7억원을 호가하고 있다”며 “2~3년 전에는 잔금을 치를 시기가 되면 가격이 오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지금도 토지 가격은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강남역 인근 신논현역에는 소규모 청년주택 개발 현장이 멈춰서 있습니다.

전용 14㎡, 17㎡ 86가구를 공급할 예정인데, 지금은 펜스에 둘러싸여 공사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울타리에는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 중이며 ‘출입 금지’라는 경고문이 붙어 있습니다.

시공사가 유치권을 행사하며 공사가 중단된 논현동 청년주택 사업지. 공사장 펜스에 ‘출임금지’ 경고문이 붙었다. 서찬동 선임기자
우량 사업장도 유동성 막혀...정부 ‘4월 위기설’ 부인에도 업계 ‘조마조마’
지방은 물론 서울 용산·강남 등 알짜 사업장도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동산 업계는 소문이 흉흉하기만 합니다. 시행사뿐만 아니라 건설사, 신탁사,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융당국은 불량사업장과 구분해 우량사업장은 유동성 공급이 잘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애초 밝혔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른 분위기입니다. 브릿지론 추가 연장 조건을 강화해 제2금융권의 위기를 차단하려는 것입니다.

물론 금융당국은 제2 금융권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지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4월 위기설’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부동산 업계는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부동산 업계는 당분간 시련의 기간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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