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이웃서 직진 연하 남주까지…한국인 바라보는 日의 시선 변화 [권진영의 日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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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질'로 언어를 익히고, 통역을 하다가 그 나라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가 됐습니다.
드라마가 한국인 남성 유학생 태오(채종협 배우)와 일본인 여성 직장인 유리(니카이도 후미)의 알콩달콩한 국제 연애를 그린 내용인 만큼, 처음부터 마지막 한국어 자막까지 양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교차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인이 일본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주연을 맡는 일은 새롭지 않지만, 그럼에도 Eye Love You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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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옆집 이웃→다가가고 싶은 연애 대상으로…편견 넘어선 시선 반영
[편집자주] '덕질'로 언어를 익히고, 통역을 하다가 그 나라의 소식을 전하는 기자가 됐습니다. 덕업일치를 달성한 경륜을 살려 열도의 소소(笑笑)한 트렌드를 전해드립니다.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3개월 동안 많은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왠지 모르게 일본어를 직역한 것 같은 이 문장은 지난 26일 막을 내린 일본 드라마 'Eye Love You' 최종화에 뜬 한국어 문구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종영 시 제작진이 감사 인사를 전하는 것은 일반적이지만, 한글로 적힌 자막이 화면에 떠 있는 장면은 낯설다.
드라마가 한국인 남성 유학생 태오(채종협 배우)와 일본인 여성 직장인 유리(니카이도 후미)의 알콩달콩한 국제 연애를 그린 내용인 만큼, 처음부터 마지막 한국어 자막까지 양국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교차시켰다는 호평을 받았다.
한국인이 일본 드라마에 출연하거나, 주연을 맡는 일은 새롭지 않지만, 그럼에도 Eye Love You의 존재는 독보적이다. 시청률이 잘 나온다는 '골든타임'에 처음 진출했다는 점을 제외하고도 채종협 배우가 현지에서 거의 인지도가 없는 상태에서 캐스팅됐다는 점, 극 중 한국인의 존재가 '한류'와는 동떨어진 '평범한 일반인'으로 그려지는 점에서 그렇다.
모름지기 대중문화는 한 나라가 다른 나라, 혹은 문화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거울처럼 보여주는 법. 오늘은 '한국인 연하 훈남'이 남주 역을 꿰차기까지 일본 드라마 속 한국인들이 어떻게 묘사되고 소비되어 왔는지 되짚어 본다.
2000년대 초반으로 잠시 시간을 되돌려 보자. 2002년, '겨울 연가'로 한류 붐이 시작된 다음 해, 배우 윤손하가 '국민 아이돌' SMAP의 기무라 다쿠야(木村拓哉) 주연의 '굿 럭(GOOD LUCK!!)에 출연했다. 배역은 기무라의 옆집에 사는 한국인. 시종일관 다른 남자의 이름으로 기무라를 부르는 등 좋게 말해 감초, 달리 말해 괴짜처럼 묘사됐다. 일부 시청자는 한국인을 비하할 의도로 이런 연출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을 정도다.
이후에는 한류 붐의 주축이 된 배우 및 한국 아이돌 멤버들이 기존에 형성된 팬덤을 등에 업고 주·조연으로 출연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우 히메(공주)'로 통하는 배우 최지우가 2006년, '윤무곡~론도(TBS)'로 일찍부터 주연을 맡았지만 해당 작품 한·일 합작으로 제작됐다는 점에서 처음부터 캐스팅 비율이 정해져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밴드 FT아일랜드 멤버 이홍기가 '머슬걸!(MBS·2011)에 한국인 스타 역할로 출연했으며, 같은 해 방영된 '나와 스타의 99일(후지TV)'에서는 배우 김태희가 한국인 톱스타 역할로 주인공을 맡았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 스타들이 주목을 받긴 했지만, 동시에 한류를 타지 않고는 일본 작품에 등장할 명분이 부족한 시기였던 셈이다. 그만큼 일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조로웠음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을 고려할 때, EYE LOVE YOU 속 태오는 한국인의 모습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비교적 일본인에 비해 감정 표현이 직설적인 한국인답게 "좋아해"라는 말보다는 "많이 사랑해!"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현지 발음대로 표기한 '마니 사랑해(マニサラン)'가 소셜미디어에서 밈처럼 쓰일 정도로 큰 반향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사귀자마자 연락 빈도가 증가하고 온천에서는 수건으로 양머리를 만드는 장면까지…한국인의 사랑법과 문화를 10화 내내 빼곡히 채워두었다.
일각에서는 "태오 같은 남성이 한국에 많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남자 주인공의 현실성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드라마 속에 그려진 태오와 그를 대하는 유리의 태도다. 계산 없이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태오와 어설픈 번역기를 써가면서까지 태오의 말을 이해하고자 하는 유리의 모습은 늘 반일·친일, 혐한·친한이라는 극단적 프레임에 갇힌 미디어의 편견을 가뿐히, 또 사랑스럽게 부숴버린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으로 양국의 문화교류가 시작된 지 20년 이상이 흐른 지금에서야 양국 시민들은 서로를 평범한 인간 대 인간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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