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TI도 '용의주도 전략가'... '기동타격대장'의 축구 손자병법[김기동 인터뷰下]

김성수 기자 2024. 3. 3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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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세계 정상급 축구리그 중 하나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출신 슈퍼스타도, 이제 막 프로에 발을 디딘 신인도 김기동(52) FC서울 감독 앞에선 평등하다. 마치 담임선생님 앞 학생들처럼 말이다.

자신에게 '철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포항을 떠나 '수도 구단' 서울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언한 김기동 감독은 누구보다도 진심으로 선수들을 대한다. 엄격한 감독이면서도,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편견을 제자들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참스승' 김기동의 도전은 멈추지 않는다.

스포츠한국은 서울 구단 클럽하우스인 경기도 구리시 GS챔피언스파크에서 김기동 서울 감독을 만나 그의 선수, 코치 시절 깨달음과 이를 바탕으로 한 지도 철학, 올곧은 도전 정신에 대해 들어봤다.

"편견없이 도전 앞으로"... '참스승' 김기동의 '뜨거운 FC서울살이'[김기동 인터뷰上]
MBTI도 '용의주도 전략가'... '기동타격대장'의 축구 손자병법[김기동 인터뷰下]

김기동 FC서울 감독. ⓒFC서울

▶'의리파 코치' 김기동, K리그 수놓는 '감독'이 되다

K리그 감독들 사이에서도 전술가로 이름난 김기동 감독은 최근 서울 선수들에게 '간결함'을 가장 많이 주문하고 있다. 그는 "선수들, 특히 미드필더들에게 '중계 화면에 자주 포착되는 선수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상대는 공을 잡을 시간과 공간을 넉넉히 주지 않는다"며 "그렇기에 간결해야 하며, 공을 받기 전 패스 선택지를 3가지 이상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오직 한두 번의 정확한 터치로 패스를 이어준다면 카메라에 오래 잡힐 일이 없다. 수비 상황에서도 더욱 빠르게 반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지금의 김기동 감독이 있기까지, 훌륭한 은사의 도움 역시 존재했다. 그는 코치로서 모신 첫 스승인 故 이광종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이 감독과 김기동 당시 코치는 한국 남자 U-23 축구 대표팀에서 뭉쳐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2011년 선수 은퇴 후 유럽 현지에서 축구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이후 성남 일화(현 성남FC)에서 2013년 3월부터 6개월 동안 스카우트로 일했고, 그해 12월에 이광종 감독님의 러브콜을 받아 연령별 대표팀 코치로 지도자 경력을 시작했다. 유공 코끼리(현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뛰던 시절에 이 감독님과 룸메이트였다. 빨래와 청소를 열심히 해서 코치로 불러주신 게 아닌가 싶다(웃음). 코치로서 첫 감독님을 잘 만난 덕에 많은 것을 배웠다. 이 감독님은 지도자들을 육성하는 대한축구협회 전임강사 출신이라 이론과 현장의 간극을 줄이려는 고민을 많이 하셨다. 나는 당시 선수로서 현장 경험은 풍부했지만, 이론적인 준비는 10%도 되지 않은 상태였다. 이 감독님 덕분에 두 가지를 적절하게 융화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FC서울

김 감독은 이후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도 연령별 대표팀 코치를 지내다, 2016년 9월 최순호 감독을 보좌하는 수석코치로서 '친정' 포항 스틸러스에 복귀했다. 하지만 그는 이때까지만 해도 감독 데뷔를 상상하지 못했다.

"최순호 감독님이 2019시즌 개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감독님을 모시는 코치 입장에서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최 감독님이 나를 좋게 봐주셔서 구단의 차기감독으로 추천을 해주시며 '내 추천을 들고서 구단에 정식 감독으로 선임해달라고 요청해라. 만약 구단에서 감독 대행을 제안한다면, 네가 결정을 내려라'라고 말하셨다. 이후 구단과의 협상 자리에서 수원 삼성-울산과 두 경기를 대행으로서 치르고 정식 감독 선임 여부를 결정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김 감독은 이어 "만약 어떻게든 감독이 되려는 욕심이 있었다면 받아들였겠지만, 그게 아니었기에 대행 제안을 거절했다. 스승인 최 감독님의 뜻대로 정식 감독을 맡거나 결렬 시 팀을 떠나는 것이면 몰라도, 대행을 수락해 내 살 길만 찾는 것은 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차를 타고 숙소로 들어가는 40분 안에 결정을 내려달라고 구단에 말한 후 숙소 도착 직전에 전화를 받았는데 당시 단장님이 "김 감독!"이라고 외치더라. 그렇게 포항의 정식 감독이 됐다"고 말했다.

2019년 4월23일 포항의 정식 사령탑으로 부임한 김 감독은 3일 뒤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1-0 승리를 거두며 감독 데뷔승과 포항의 2연패 탈출을 동시에 달성했고, 이 경기 포함 4연승을 달렸다. 김 감독은 이후 리그 9위를 기록했던 2021시즌을 제외하고, 2023시즌까지 포항을 항상 파이널 A(1~6위)에 올렸다. 심지어 2021시즌도 리그에선 부진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차지한 해였다. 포항에서의 마지막 해인 2023시즌에는 본인의 K리그 감독 커리어 최고 순위(2위)와 FA컵 우승을 달성한 후, 서울의 신임 사령탑으로서 상암벌에 화려하게 입성했다.

ⓒFC서울

▶MBTI에도 나타나는 '기동타격대장 DNA'

김기동 감독은 확실한 플랜A 전술을 보유하면서도, 경기 중 발생하는 변수에 빠르게 대처해 성적을 내는 모습으로 축구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시즌 광주FC를 창단 첫 아시아 무대로 이끌며 K리그 대표 명장 중 하나로 떠오른 이정효 감독도 김 감독의 발 빠른 대처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물론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큰 틀의 아이디어는 필요하다. 하지만 다음 경기 상대에 따라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2, 3가지 부분적 변형을 줄 수 있다. 선수들과 공격-수비 방식을 유지할 것인지, 변화를 줄 것인지 의논한 후 훈련을 통해 해당 경기를 준비한다. 상대팀을 면밀히 분석하다보면 그들의 변화에 역으로 대응하는 변칙전술을 떠올릴 수도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경기장에 들고 가는 거다. 축구는 '수만 가지의 일들이 순간적으로 일어나고 바뀔 수 있는 스포츠'이기에 준비한 장면을 경기장에서 마주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분석으로 데이터를 쌓다보면 잔디 위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 올라가지 않겠나."

이 정도로 철두철미한 '잔디 위의 팔색조'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특히 새로운 터전인 서울에서의 초반 성적은 그를 잠 못 이루게 했을 정도.

"경기를 준비하느라 그런 건지, 나이가 들어서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눈을 감았다가 뜨면 저녁이더라(웃음). 훈련을 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는 듯하다. 심지어 개막전 포함 2경기에서 1무1패를 했을 때는 하루가 빨리 지나도 잠은 안 오더라. '시즌 초반이니까 침착하게 팀을 만들어가자'고 생각을 정리하지만, 사람인지라 마음 편히 잘 수가 없다. 제주를 잡고 나서 찾아온 휴식일에야 푹 쉴 수 있었다. 골프를 좋아하는데, 요즘은 골프공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다(웃음). 팀이 안정적으로 성적을 낼 때까지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김기동 감독 SNS

김 감독은 호탕한 웃음과 선한 인상으로 팬들에게 친근감을 주지만, 그의 내면에는 감독으로서의 면모가 확실하게 자리하고 있다. 오죽하면 그의 MBTI(성격유형검사) 결과가 '용의주도한 전략가'라는 설명의 INTJ일 정도. 이 유형은 대체적으로 상상력과 계획력을 적절히 겸비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기자의 이야기를 듣고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MBTI에 대해 말하는 김 감독의 눈은 또다시 축구로 빛나고 있었다.

"옛날 사람들과는 혈액형을 물어봤는데, 요즘 젊은이들과 대화하려면 MBTI를 알아야 한다더라. 축구는 물론이고 어떤 일을 하든 계획을 세운다. 시간, 장소, 동선을 모두 칼같이 설계한다. 오전 7시30분에 아침을 먹기로 약속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한다. 상상력의 측면에 대해서도 동의한다. 경기 영상을 보다가 상대의 움직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장면에서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고 생각하며 여러 경우의 수를 그려본다. 이걸 훈련 프로그램에 적용하기 때문에, 계획과 상상의 영역은 '축구감독 김기동'에게 정말 중요하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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