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만나는 삶의 ‘주체적 렌즈’

정자연 기자 2024. 3.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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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 홍순태, ‘청계천, 1968’, 1968, 종이에 젤라틴실버프린트, 41×51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하단) 권도연, '북한산, 검은입', 2019(2023 인화), 종이에 디지털잉크젯프린트, 89×133.6cm, ed. 5/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공동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한국전쟁부터 남북 분단, 산업화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민의 일상, 판자촌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삶의 모습, 높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현재의 풍경들. 평범한 이의 일상부터 우리 삶을 가로지르는 국내·외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까지. 살아있는 역사이자 기록이 사진에 고스란히 담겼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모습들을 마주할 수 있는 사진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를 27일 과천관에서 개막했다. 미술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가 나온 사진들은 관객을 사진 속 풍경과 시간으로 접속하게 한다.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2014년 이후 10년 만에 개최되는 사진 소장품전이다.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사진 1천300여 점 중 국내·외 사진작가 34인의 사진 200여 점을 선별했다. 1950년대를 관통해 2000년대로 이어지는 시기의 풍경과 인물 사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모습들의 이면을 한자리에서 조망한다.

전시는 도시와 일상, 이에 영향을 준 역사적·사회적 풍경을 주제로 해 3부로 구성됐다.

‘MMCA 사진 소장품전: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전시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1부 ‘눈앞에 다가온 도시’에서는 한국 고유의 근대화 흔적이 담긴 ‘도시’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조망한다. 195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제작된 작품들을 통해 현재와는 다른 도시의 모습들, 개인의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었던 도시 풍경의 입체감과 부피감을 확인할 수 있다.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 시대상을 생생히 기록한 김희중의 ‘명동성당’(1956/ 2006 인화), 1990년대 공사 현장의 야경을 통해 산업사회의 단면을 보여준 홍일의 ‘기둥 1’(1996),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시의 구조와 본질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위치를 고찰하는 박찬민 작가의 작품 등이 내걸렸다.

2부 ‘흐르는 시간에서 이미지를 건져 올리는 법’에서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개인의 ‘일상’에 주목한다. 고단한 일상을 달래는 포장마차 속 풍경을 촬영한 김미현의 ‘포장마차’(2001-2003/ 2016 인화)와, 도시와 농촌의 접경 지역의 실내 풍경을 통해 1990년대 경제성장의 이면을 나타낸 전미숙의 ‘기억의 풍경-경북 고성’(1994), 사진, 영상, 설치 등을 이용해 현대 문화의 이미지를 독특하게 시각화해 공간을 연출하는 이강우 작가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시대적 표상이 담긴 이미지들을 통해 과거 일상을 엿보고, 시대와 세대가 연결돼 있음이 의미하는 바를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송상희, '매향리', 2005,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3부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는 우리 삶을 가로지르는 국내·외 역사적, 사회적 사건들을 다룬 작품을 소개한다. 2011년 일본 대지진을 기록한 오노 다다시의 ‘2012 후쿠시마현 소마 제방’(2012) 시리즈, 미군의 공군 사격장이었던 매향리에 남겨진 비극적인 역사를 다룬 강용석의 ‘매향리풍경’(1999), 송상희의 ‘매향리’(2005) 등이 출품됐다.

사진들은 묻는다. 우리가 속한 세상이 어떤 구조와 시간으로 이뤄지고, 우리는 어디에 서 있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 지. 그리고 요청한다. 눈앞에 있는 풍경과 시간에서 벗어나 삶의 주체적인 렌즈를 찾길.

전시에선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 속 사진의 전개 양상과 맥락을 확인하고, 사진 매체의 기술적, 형식적 변화 역시 파악해 볼 수 있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한국 현대미술 속에서 사진의 주요 흐름을 확인하고 동시대 사진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미술사적 논의를 이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4일까지.

정자연 기자 jjy8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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