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트‧달심‧루피…, NBA판 신인류 웸반야마

김종수 2024. 3. 31. 0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제트, 달심, 루피…, 외국에서 만들어지기는 했으나 국내에도 잘알려진 만화 및 게임 캐릭터들이다. 색깔도 분위기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은 있다. 상대가 예상하기 힘든 영역까지 손발이 쭉쭉 늘어난다는 사실이다. 그냥 좀 길어지는 정도가 아닌 본인의 키보다도 더 멀리까지 늘어나버린다.


일단 애니메이션 주인공 가제트는 로봇이다. 형사로 계급은 경위다. 가제트(Gadget:도구)라는 이름답게 각종 다양한 무기와 도구를 체내에 내장한 멀티 사이보그다. 신축성좋은 용수철처럼 팔다리가 마구 늘어나고 머리가 뚜껑처럼 열리며 각종 도구가 튀어나온다. '나와라 만능팔'이라는 대사는 당시 해당 만화를 즐겼던 7080세대에게 여전히 익숙하다.


인도의 요가승을 모델로한 달심은 인기 대전게임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중 한명이다. 2편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다. 얼핏보면 깡마른 체구에 별것 없어 보이는 외모지만 손발이 비정상적으로 쭉쭉 늘어나며 상대의 거리 감각을 순식간에 깨트려버린다. 그렇다고 근접전에서 약한 것도 아니다. 불덩어리를 뿜는 요가파이어에 박치기, 들어 던지기 등 다양한 기술을 통해 허를 찌른다.


30대 이하 젊은 세대에게는 원피스 주인공 몽키 D. 루피가 가장 익숙할 것이다. 해적왕을 꿈꾸며 모험을 즐기는 밀짚모자 일당의 선장으로 신장(174cm)은 평범한 편이지만 원하는데로 팔다리가 늘어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초인계 계열인 고무고무 열매를 먹었기 때문으로 늘어나는 거리만 놓고보면 가제트나 달심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길다.


물론 만화나 게임속이니까 가능한 것은 맞다. 아무리 특이한 신체를 가지고있어도 뼈나 근육이 고무줄처럼 늘어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저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기에 갈망과 상상력이 더해져 이러한 캐릭터들이 꾸준히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싶다. 언급한 캐릭터들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현재 NBA에는 상식을 깨트리는 엄청난 높이와 거리로 화제가 되는 선수가 있다.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슈퍼루키 '웸비' 빅터 웸반야마(20‧223.5cm)가 그 주인공이다. NBA 역사상 최단신 MVP와 득점왕을 수상했던 앨런 아이버슨(49‧183cm)은 한창 주가를 올리던 당시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한다’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신체조건도 중요하지만 기량과 열정을 더 높이 얘기한 것이다. 아이버슨의 한마디는 많은 이들에게 적지 않은 울림을 안겼고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최고의 한마디가 됐다.


틀린말은 아니다. 큰 사이즈를 가지고 있음에도 존재감 없이 사라진 선수들도 적지 않다. 반면 작은 체구에도 적지 않은 임팩트와 커리어를 남기며 역사에 이름을 새긴 스타도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냉정하게 보면 일부 예외가 존재할 뿐 여전히 농구는 큰 선수들을 위한 스포츠다.


이는 타 스포츠도 비슷하다. 작아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이지 커서 불리할 것은, 아니 크고 잘하면 무조건 좋다. 전 프라이드 헤비급 챔피언 에밀리아넨코 표도르(48‧러시아)는 ‘60억분의 1’로 불리던 시절 가졌던 인터뷰에서 ‘향후 격투계의 판도는 어찌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지금은 선수층이 얇아서 작고 잘하는 선수가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큰 체구의 선수가 동등한 수준의 기술을 구사한다면 그들의 시대가 올 것이다’고 답한 바 있다.


웸반야마는 크고 잘하는 과다. 그는 역대급으로 큰 신장과 윙스팬을 가지고있는데 더욱 무서운것은 자신이 가진 신장이라는 재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써야 유용할지를 깊숙이 이해하고 있고 그런 만큼 앞으로도 그 무기는 더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더불어 소속팀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감독 그렉 포포비치는 큰 선수의 장점을 뽑아내는데 있어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지라 서로간 궁합도 최고다.


웸반야마의 사이즈에 준수한 운동신경으로 잘 달리기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다. 하지만 그는 거침없이 3점슛을 던진다. 키가 크지만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다. 진짜로 잘 던진다. 슛을 던지는 속도가 엄청 빠르지는 않지만 어느 슈터보다도 위력적이다. 타점이 엄청난지라 대놓고 쏴도 막아내기가 쉽지 않다.


카림 압둘자바의 스카이 훅슛을 3점 라인 밖에서 던져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준수한 볼 핸들링 능력까지 갖추고 있는지라 페이스업에도 일가견이 있으며 순간적으로 멈춰서서 쏘는 미드레인지 점퍼도 일품이다. 구태여 뛸 필요도 없지만 그냥 그런 스타일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크다는 자체로도 버거운 선수가 작은 선수의 스타일까지 보여주고 있어 수비 입장에서는 악몽일 수밖에 없다. ​


작은 선수가 장대숲을 휘젓고 다니는 플레이에 팬들은 열광한다. 웸반야마는 큰 선수도 그런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또 다른 의미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마른 체형으로 인해 몸싸움 등에서는 어려움이 있지만 블록슛 등 큰 선수 특유의 장점도 잃지 않고 있다. 유니크한 웸반야마의 플레이는 매경기 팬들에게 볼거리를 주고 있다.


웸반야마는 계산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상대선수를 매우 힘들게한다. 기량은 둘째치고 그처럼 큰 선수는 매우 드문지라 그가 돌파하거나 슛을 쏠 때 어느 정도의 거리를 염두에 두고 막아야할지 감을 잡기가 쉽지않다. 공격시에도 마찬가지다. 골밑은 물론 외곽까지 달려나와 엄청난 타점으로 블록슛을 날려버리는지라 생소함에서 오는 공포심도 상당하다.


현재 웸반야마는 65경기에서 평균 21득점, 3.6어시스트, 10.5리바운드, 1.3스틸, 3.4블록슛(1위)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역대급 루키시즌을 보내고있는데 부상 등 변수만 없다면 향후 임팩트는 물론 누적에서도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나갈 것이 확실하다. 남다른 길이로 리그를 공략하고있는 신인류 플레이어의 행보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