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즈 도그마2 "재미와 불편함 다 주는 리얼리티"

김영찬 기자 2024. 3. 30.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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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편의성 시스템 부재와 아쉬운 오픈월드...전투는 발군

"재미와 불쾌함의 사이 그 어딘가"

캡콤 신작 '드래곤즈 도그마2'를 30시간가량 플레이한 소감이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기자가 올해 상반기 출시 게임 중 가장 기대했던 작품이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분명 '갓겜'은 아니었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2012년 출시된 '드래곤즈 도그마'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이다. 플레이어는 각성자가 되어 동료 '폰'과 함께 드래곤에게 빼앗긴 심장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전작의 세계관과 액션성을 계승하면서 최신작답게 전반적인 시스템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캡콤이 자랑하는 'RE 엔진'과 정교한 물리연산, 발전한 AI로 살아 숨쉬는 듯한 세계를 구축해 몰입감을 끌어올렸다.

결코 못 만든 게임은 아니다. 불친절함이 주는 불쾌함이 크긴 하나 이를 이겨내면 리얼리티가 주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다만, 이러한 요소들이 대중에게 먹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게이머마다 재미를 느끼는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눈곱만큼도 없는 편의성 시스템과 최적화 문제는 다수의 게이머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힘든 원인이다. 실제 유저 평가도 썩 좋지 못하다. 3월 29일 기준으로 스팀 평가는 '복합적'이며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은 6.3점이다.

기자는 불쾌함을 딛고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플레이했으나 "게임 구매해도 될까요"라고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가 힘들다. 9만 1400원이나 주고 구매하기에는 게임의 장점과 단점이 너무 극명하다. 

 

장르 : 오픈월드 ARPG
출시일 : 2024년 3월 22일
개발사 : 캡콤
플랫폼 : PC / PS5 / Xbox Series X/S



■ 불친절하지만 살아있는 리얼리티

- 유튜브 보고왔더니 우차가 부숴졌다

이츠노 히데아키 디렉터가 드래곤즈 도그마2를 설명할 때 강조했던 키워드는 '리얼리티'다. 오픈월드에 펼쳐진 살아 숨 쉬는 세계가 드래곤즈 도그마2의 핵심이자 아이덴티티다. 

퀘스트는 구체적인 위치와 내용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플레이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해결해야 한다. 퀘스트를 받은 후 주변 NPC를 탐문해 관련된 단서를 얻고 유추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클리어 가능하다.

초반에는 이러한 시스템이 굉장히 신선하고 리얼리티가 느껴졌다. 게임 중반부로 넘어가면 과부하가 오기 시작한다. 대화 텍스트만으로 퀘스트를 진행하다 보니 퀘스트가 쌓이면 어떤 퀘스트가 어떤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나지않는다.

빠른 이동 시스템도 없다. 목적지까지 직접 뛰어가야 한다. 한참을 뛰어갔다가 대화만 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대중교통 시스템인 '우차'는 몬스터 습격으로 멈추는 일이 허다하며, 거대 몬스터의 공격으로 파괴되기도한다.

- 빠른 이동 시스템이 없어서 온 맵을 뛰어다녀야 한다

귀로의 초석을 설치해 정해진 구역으로 순간 이동하는 시스템이 있긴 하다. 대신 수급처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순간 이동에 사용하는 찰나의 비석은 가격이 비싸다. 

이러한 시스템들은 불편하지만 리얼리티를 추구한 드래곤즈 도그마2 개발진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게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모험에 몰입할 수 있고 불친절함이 주는 불쾌함보다 재미가 훨씬 크다.

하지만 추가 과금 요소는 이해가 어렵다. 스팀 상점을 살펴보면 폰이나 NPC를 부활할 때 사용하는 '용의 고동'과 찰나의 비석, 귀로의 초석을 판매한다. 판매 개수도 제한돼 있고,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 부담도 적다.

과금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선택 영역이다. 구매하면 조금 편하지만 안 사도 전혀 문제가 없다. 실제로 전부 게임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개발진이 추구하는 리얼리티와 대척점에 있다. 리얼리티를 추구하면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불편함이 과금 요소로 인해 퇴색됐다는 이야기다.

■ 아쉬운 반쪽짜리 오픈월드 구성

- 물에 빠지면 휴지블에가 잡아 먹힌다

가장 기대 이하였던 요소는 오픈월드다. 오픈월드를 만들어놓고 유저들이 오픈월드를 탐험할 수 없도록 제한해놓은 장치들이 너무 많았다. 거대 몬스터는 올라탈 수 있도록 설계했으나 정작 벽이나 산은 탈 수 없다. 

바다나 강을 헤엄칠 수도 없다. 물에 빠진 사람을 익사시키는 '휴지블'이라는 몬스터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어가 물에 빠지면 휴지블에게 잡아먹히는 연출이 나오면서 자동으로 육지로 이동된다. NPC나 폰은 완전히 사망하기 때문에 되살리는 아이템을 사용해야 한다.

이처럼 오픈월드임에도 지도상에 표기된 길과 그 인근을 제외하면 자유로운 탐험이 불가능하다. 물론 몬스터들이 득실대는 동굴이나 숨겨진 장소 등이 있긴 하지만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요소들이라서 새롭지 않다.

잦은 몬스터와의 전투도 오픈월드 탐험의 묘미를 떨어뜨린다. 마을을 벗어나서 퀘스트 장소로 이동하다 보면 몬스터 무리가 플레이어를 습격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문제는 그 빈도가 너무 과하다.

과장 조금 보태서 10초 이동할 때마다 몬스터 무리와 마주친다. 그마저도 고블린, 늑대, 해골, 리자드맨 등 잡아도 경험치와 보상이 적은 잡몹 위주라 귀찮은 상황에 가깝다. 

 

■ 폰과 함께하는 짜릿한 전투

- 거대 몬스터 2마리는 좀 너무한거 아닌가

불친절함을 이겨내고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드래곤즈 도그마2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폰과 힘을 합쳐서 대형 몬스터를 공략하거나 재밌는 전투 상황이 연출될 때 몰입감이 뛰어나다.

그 중심에는 폰이 있다. 폰은 플레이어와 함께하는 AI 파티원이다. 전작보다 인공지능이 향상됐다. 단순히 몇 가지 행동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플레이어의 체력이 떨어지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뛰어와서 회복 스킬을 사용하거나 공격에 맞고 쓰러진 플레이어를 일으켜 세워 주는 등 다채로운 행동 패턴을 보인다. 심지어 공중으로 솟구진 플레이를 받아주는 나이스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한다.

전투 도중 "이런 게 가능하다고"라는 상황이 연출될 때는 그동안 불편했던 게임 시스템도 잊게 할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나다. 그리폰 등에 매달려있다가 도망가는 그리폰과 함께 비행을 하기도 하고, 늑대에게 물려서 끌려다니다가 연속으로 하피에게 붙잡혀 공중에서 수직낙하를 하기도 했다. 

 

■ 매운맛도 먹다 보면 맛있다

- 힘내라 사이클롭스

드래곤즈 도그마2는 "재미와 불쾌함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게임"이다. 다채로운 모험과 리얼리티를 강조했으나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불친절한 시스템이 많았다. 

앞서 설명한 불친절한 시스템과 아쉬운 오픈월드 구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속으로 참을 인자를 새기게 된다. 불친절함이 결국 불쾌함까지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최적화도 굉장히 아쉽다. i5-13500, 램 32GB, RTX 4070 SUPER 기준으로 특정 구간 프레임 드롭 현상이 매우 심했다. 필드에서는 대략 100~120 프레임을 기록한 반면 마을이나 대도시에 들어서면 프레임이 30대까지 떨어졌다.

다만, 여러 불쾌함을 이겨내고 드래곤즈 도그마2 세상에 몰입하는 시점부터는 재미가 극대화된다. 힘들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퀘스트를 클리어했을 때의 성취감, 미지의 영역을 모험하는 재미, 폰과 함께 거대 몬스터를 처치하는 쾌감 등이 리얼리티가 주는 근본적인 재미와 맞물려 큰 재미를 준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만큼 호불호가 심한 게임이다. 게다가 9만 원이나 하기 때문에 쉽게 권하기 어렵다.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 하드코어한 게임 성향을 지닌 유저라면 시간을 들여서라도 한 번쯤은 플레이해 보길 권한다.

장점

1. 뛰어난 인공지능을 보유한 '폰'



2. 액션 명가다운 전투



3. 몰입했을 때 극대화되는 리얼리티 세계관



단점

1. 불친절한 편의성 시스템



2. 탐험의 여지를 막아놓은 오픈월드 구성



3. 심각한 프레임 드롭 현상



as7650@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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