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장난감이라고? 작가의 손길 거쳐 작품으로 변신한 태엽완구 [퇴근 후 방구석 공방]

이승환 기자(presslee@mk.co.kr) 2024. 3. 3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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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방구석 공방- 47화 ‘EST’ 이강호 작가]

“초등학생 때 조이드가 처음 나왔는데 상당히 비싼 장난감이었어요. 일반적인 프라모델들이 500원, 1000원 하던 시절인데 두배가 넘는 가격이었거든요. 정작 초등학교 때는 조이드를 가져본 적이 없고 사회생활을 하다가 우연히 들린 문방구에서 조이드를 보고 반가움 반, 호기심 반으로 집어들었다가 빠지게 된거죠.”

‘조이드는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태엽완구야!’라는 인식을 완전히 바꿔버린 ‘EST‘ 이강호 작가를 만나봤습니다.

곤충표본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est’ 이강호 작가
“제 모형작업의 큰 맥락은 조이드와 일련의 믹싱 빌드예요. 모터나 태엽가동을 하는 조이드는 온전한 상태로 외형을 커스텀하고 채색하는 작업도 하고 가동부를 들어내고 관절을 심어 자유로운 포즈를 만들어 스태츄처럼 만드는 방식의 작업도 많이 하고 있어요. 디테일을 더하거나 부품 조합 등으로 기존에 없던 오리지널 조이드를 만들기도 합니다.”
모형의 시작
모형작업을 시작하던 시기의 작품들
“처음 모형을 시작한 2000년대 초엽에 조이드를 시작하던 언저리에는 주로 소형 태엽 조이드를 손댔는데, 태엽 기능을 배제하고 관절을 붙이는 식의 작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붓으로 색칠하고 모형지 작례 등을 보며 무작정 만들던 시절입니다만, 아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공은 더 들였던 시기죠.”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열정을 더하다
대형 조이드까지 작업 범위를 넓히게 된다.
“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관심사가 같은 지인들과 교류하며 중·대형 조이드도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책없는 붓 채색은 여전했지만 나름 경험이 쌓인 덕에 어지간히 큰 것들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붓으로 해결했고, 상대적으로 관절 개조가 어려운 대형 조이드는 본래의 기믹을 살리는 식으로 작업했습니다. 사실 대형 조이드가 움직이는 모습의 매력을 알면 그걸 포기하기도 힘들어집니다.“
믹싱빌드의 시도
래빗 로디과 터틀 로디
“조이드 이외에도 여러 모형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믹싱 빌드를 통한 오리지널 작업에 관성이 붙은 계기가 된 작업이 ‘래빗 로디’와 ‘터틀 로디’입니다. 건담 시리즈에 등장하는 ‘맨 로디’와 ‘그리모어’를 섞어 가며 이것저것 만들기 시작했어요. ‘래빗 로디’라는 이름을 붙여 시작한 첫번째 작업이 꽤 재미있게 진행이 된 덕에 블로그 이웃의 피드백을 반영해서 ‘터틀 로디’라는 것도 하나 더 제작해서 ‘토끼와 거북이’를 구성하며 마무리지었습니다. 채색에는 주로 철물점 락카 스프레이를 썼고 폐PC에서 뜯어뒀던 부품이나 단선된 오디오 선 등 모형 이외의 재료를 활용한 킷배싱 (KIT-Bashing)작업을 하면서 하루 30분~1시간 정도 짬짬이 작업한 결과가 제 딴엔 마음에 들어 이후 연작 비슷하게 시작하게 되었죠.”
냇 로디와 냇 로디 모스키토
“나름의 러프 스케치를 가지고 진행한 연작입니다. 믹싱 빌드를 하면서 계획과 무계획 중간 어디쯤에서 튀어나오는 매력적인 형태를 만날 때 가장 즐거운데, 본업인 콘셉트 디자인 과정에서도 비슷한 지점에서 느끼는 재미가 상당히 큽니다. 머리가 아닌 손이 제 목소리를 낸다고 표현을 해야 하나... 이 작업은 각다귀(파리목에 속하는 모기를 닮은 곤충)를 모티브로 진행했습니다.”
맨 로디 A.O
“일본의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빨강, 파랑 도깨비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것으로, 18년도 GBC(건담 베이스 콘테스트) 용산점에 출품해서 2등상을 수상했습니다.”
어썰트 스파이더
“조이드는 기본적으로 태엽이나 모터로 움직이는 조립 작동 완구입니다만, 다른 시도도 적잖이 있었습니다. 일례로 ‘BLOX’라는 제품군은 규격화된 모듈을 조합해서 확장하거나 자신만의 조이드를 만들 수 있게끔 기획된 것인데, 그중 하나를 약간 커스터마이징해 작업했던 작품이 ‘어썰트 스파이더’ 입니다.”
곤충 타입 커스텀
노브
“취향 면에서 저는 ‘80년대에 혼이 일부 묶여있다’고 공공연히 피력하곤 하는데, 특히 애니메이션 쪽에서 그런 면이 도드라집니다. 소위 ‘리얼 로봇’ 기조가 대세였던 80년대 디자인의 매력은 지금도 유효하며, <특장기병 돌바크>에 등장하는 파워드 슈트(P.A.)도 그중 하나입니다. <우주의 전사(스타쉽 트루퍼즈)>, <마쉬넨 크리거>, <메탈스킨패닉 마독스-01>같은 유수의 장갑복이 등장했던 시대를 풍미한 또 하나의 명작 디자인을 제 나름의 재해석을 통해 제작했습니다.”
캐털가
“과거 시리즈와 선을 긋고 분위기를 일신하며 시작한 <조이드 와일드>는, 작품과 세계관에 대한 호불호와는 별개로 훌륭하고 안정적인 제품성을 선보였거든요. 그중 ‘캐털가’는 애벌레를 모티브로 놀라운 움직임을 보여줬던 왕년의 태엽 조이드 ‘몰가’의 확장판으로, 태엽에서 모터로 변화하며 연동 기믹도 넣은 멋진 제품입니다. 나름의 작업관에 근거해서 스케일을 조정하고 디테일을 덧붙여 커스텀했습니다.”
타페야라 슈투카
“커뮤니티 카페 프로젝트에 참가하기 위해 제작한 익룡형 조이드인데요. 원 재료인 ‘스나이프테라’는 프테라노돈을 모테브로 한 조이드로, 모터를 구동하면 날개를 움직이는 기능에 더해 축 정렬을 변경하는 것으로 날개를 접은 채 보행하는 등, <조이드 와일드> 시리즈 제품군 중에서도 최고로 꼽는 조이드입니다. 머리 쪽을 크게 손봐서 볏이 특징적인 ‘타페야라’종의 익룡으로 변경을 시도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예리코의 나팔’이라 불리며 위세를 떨쳤던 전투기 ‘슈투카’의 모티브를 얹었습니다.”
조이드 컨테스트 우승
환영준비
“2020년에 열린 ‘조이드 와일드 콘테스트’에 출품한 작업입니다. 곧 닥쳐올 적의 대공세를 기다리는 지루한 긴장감을 주제로 했으며, 이 작업에도 80년대 모형지 작례 등의 인상이 상당히 투영된 작업입니다. 처음으로 디오라마 형식을 취했고 제딴엔 꽤 공을 들였는데 운좋게 대상을 받았습니다. 나름 20여년 조이드를 만들어 온지라 그 의미가 각별했죠.”
환영준비
“조이드 두마리로 시작했는데 진행하다보니 조이드도 사람도 점점 추가하게 되더라구요. 베이스도 만들고 지형도 생기고... 또 품을 들인 만큼 확실한 결과로 보답 받게 되는게 리벳작업인데 기존 몰드를 밀어내고 리벳을 하나하나 추가해 줬는데 수백개를 작업했더라구요. 분해와 조립을 반복해 가며 포인트 부분채색도 하고 추가부품 붙인 후에 인형도 위치에 맞춰 배치는 중 인형 엉덩이가 바닥에 닿질 않아 길게 편 다리를 잘라서 꺾고 다시 가공 들어가기도 했었습니다.”
역동적인 포징은 스태츄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작업
개틀링폭스
“최근 몇 년간은 조이드의 모티브에 천착해서 특징적인 포즈를 잡아 동물 특유의 역동적인 인상을 잡는 쪽의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 개틀링 폭스도 그중 하나입니다. 조이드가 아무래도 ‘기어박스를 통한 가동’을 전제로 한 제품이다 보니 재미있는 움직임과는 별개로 진짜 동물같은 자세를 취하는 건 쉽지 않은데, 관절을 깎고 다리 안쪽을 처리하면서 밀어버렸던 실린더나 동력선도 다시 만들어 주는 등 손이 많이간 작업이었습니다. 순간적인 움직임을 포착해 역동적인 스태츄화 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죠.”
와일드바이슨 ‘윙크’
“개틀링 폭스와 같이 2021년의 조이드 와일드 콘테스트 출품용으로 제작한 것으로, 이쪽은 움직임보다 외형을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소재인 ‘캐논 불’은 버팔로를 표방하고 있으나 물소 쪽에 가까운 형태인데, 여러모로 손을 대서 미국 들소의 인상을 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옵션부품, 정크부품, 폐품 등 가져다 쓸 수 있는 건 다 동원했습니다. 다리를 가늘게, 발 크기도 거의 한계치까지 줄였습니다. 해당 콘테스트에서 ‘대원미디어 특별상’을 수상했었죠.”
트리케라도고스 ‘화석의 꿈’
“대원미디어에서 조이드 와일드 콘테스트를 처음 열었을 때 출품을 위해 작업했던 트리케라도고스입니다. 조이드 와일드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가 ‘프레임 상태로도 가동이 가능하고 외형적인 완성도도 높다’는 것인데, 거기에 착안해서 화석 표본의 인상을 주려는 의도로 작업했습니다.트리케라도고스를 만들면서 외장이 뭔가 애매하다는 생각을 하는 한편 완성도가 높은 프레임만으로 따로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의도는 적당히 반영이 된 것 같아요. 부품을 다듬는 것 외에 일체의 물리적 개수는 없었고 오로지 채색에만 신경썼습니다.”
Black old dress & White Is The New Black
“22년 로봇을 주제로 열린 ‘해인전’에 초대되어 참가를 위해 제작한 믹싱 빌드 로봇입니다. 로봇이 탑승한 로봇이라는 설정으로, 전체적인 실루엣부터 조합한 부품까지 구석구석 제 취향을 반영했습니다. 23년에 3회 ‘미니어처 아트 작가전’에 초대되어 참가를 위해 제작한 화이트 버전인 ‘WhiteIsTheNewBlack’은 ‘Black old Dress’의 연장선이자 대칭적인 작업으로, 전작이 ‘낡고 검은 옷’이라면 이쪽은 ‘흰 새옷’이라는 정도의 느낌으로 접근했습니다.”
Orcs
“일련의 연작 시리즈 2019년판으로 제작했던 것을 개수하고 베이스를 덧붙여 새롭게 만든 작업입니다. ‘맨 로디’와 ‘그리모어’의 외형적 지분이 거의 50:50을 이루는 믹싱 빌드로, 특별한 주제 같은 것은 없지만 참 즐겁게 작업했습니다. 또 폐품들을 활용하고 ‘노리텍 하비’의 ‘3D 프린팅 핸드’ 등도 사용했던 작품들입니다.”
est 이강호 작가
“앞으로는 킷배싱 작업을 좀 더 비중있게 할 생각입니다. 추후 전시 등을 감안한 작업이 될 듯하고 ‘조이드‘로는 동세를 살린 고정포즈 작업을 기획중인데 여러 마리가 함께 질주하는 스테츄가 될 듯 합니다. 또 지인들과 함께 결성한 동인모형집단 ‘노리텍 하비’ 명의로 기획/개발중인 3D 프린팅 제품군의 업데이트와 신제품 개발도 계속 해야 하구요. 이래저래 바쁘네요. 3월 말에 열리는 ‘하비페어’ 참가 때문에 요즘 기존 작업들도 다시 손보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이 14회인데 어쩌다보니 전회 참가를 하게 되었네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니 와서 직접 눈으로 보시면 또 다른 느낌이실거예요.”

이강호 작가의 블로그 - ‘[pla]nest’

국내 최대의 모형 전시‘하비페어 2024’ 개최
국내 최대의 모형 전시행사 ‘하비페어 2024’가 돌아오는 30일, 31일 양일간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열립니다. 국내외 유수의 39개 모형 관련 업체와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는 61개 클럽이 참여하고 국내외 유명 모델러 시연이 펼쳐지는 국내 최대 규모의 모형인을 위한 스케일 모델 페스티벌 ‘하비페어 2024’ 놓치지 마세요.
하비페어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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