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잘 살고 있는 걸까’ 궁금하다면 미드 ‘라이프 앤 베스’

한겨레 2024. 3. 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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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괜찮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주변에선 그렇게 안 볼 때가 있다.

결혼은 언제 하니? 아이는 안 낳니?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야지! 지금의 삶에 불만이 없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 살고 있나 의심이 든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스는 지금의 나와 내가 이룬 모든 것이 자랑스럽다.

과거의 나와 마주한 베스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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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 디즈니플러스 ‘라이프 앤 베스’
디즈니플러스 제공

나름 괜찮게 살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주변에선 그렇게 안 볼 때가 있다. 결혼은 언제 하니? 아이는 안 낳니? 번듯한 대기업에 들어가야지! 지금의 삶에 불만이 없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 내가 잘못 살고 있나 의심이 든다. 사람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자존감이 무너지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일이 덧없어진다.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사는 것 같아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이 드라마를 추천한다. 2022년 시즌1에 이어 지난 2월 시즌2를 공개한 훌루 미국 드라마 ‘라이프 앤 베스’다. 우리나라에서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티브이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40살 베스는 와인 유통 회사에 다니며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다. 6년 사귄 남자친구와 사내 연애 중이다. 하루하루 삶이 만족스럽다. 하지만 엄마는 결혼 안 한 딸을 안쓰러워하고, 친구들은 작은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베스가 딱하기만 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베스는 지금의 나와 내가 이룬 모든 것이 자랑스럽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면서 당연하게 여겼던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베스는 울지 않고 담담하게 장례식을 준비한다. 엄마와 이별하는 과정에서 어렸을 때 기억이 하나씩 떠오른다. 드라마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베스가 좀처럼 울지 않는 이유를 풀어간다. 과거의 나와 마주한 베스는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선다.

미국 인기 코미디언 에이미 슈머가 극본·연출·제작을 도맡았다. 코미디 달인이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웃음기 없이 진지하다. 드라마는 꽤 웃기다. 베스의 상황이 꼬일 대로 꼬인 아이러니의 연속이어서다. 잘도 견디는 베스가 대견하다가도 제발 소리치고 엉엉 울었으면 하는 안쓰러움도 생긴다. 불행은 엎친 데 덮쳐서 일어나고, 애써 피했다 싶으면 더 곤란한 상황과 마주한다. 참 잘 쓴 대본이다.

베스를 보면서 최근 걸그룹 르세라핌의 신곡이 떠올랐다. 그동안 두려움 없고(‘피어리스’), 깨지지 않고(‘안티프래자일’), 용서할 수 없다고(‘언포기븐’) 외치던 걸크러시 그룹이 이번에는 쉬움, 편안함(‘이지’)을 얘기한다. 가사를 가만 보면 여기에서 ‘이지’는 의미가 좀 다르다. ‘내가 편하게 살아왔다고? 그렇다면 넌 잘못 알고 있는 거야. 쉬운 일이 아니라 내가 하니까 쉬워 보이는 거’라는 숨은 뜻이 있다. 모든 일을 잘하는 사람이 어떤 일을 잘해내면 그 일이 쉬워 보인다. 그들은 정말 쉽게 성공한 걸까?

모두가 그럴듯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도 그럴듯하지 못하다는 말이다. 남들이 모르는 나만의 사연이 있고, 집집마다 밝힐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래서 오늘 하루, 1주일, 1년을 치열하게 살아온 당신은 그 자체로 칭찬받아 마땅하다. 시즌이 계속되어 ‘라이프 앤 베스’가 미국판 ‘막돼먹은 영애씨’(tvN)가 되었으면 좋겠다. 베스를 지켜보는 것만으로 내 삶이 조금 더 ‘이지’해지는 느낌이기 때문이다.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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