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보다 국정지지율을 더 좌지우지하는 이 사람[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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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십니까.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 군단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존 파브로입니다.
요즘 미국 소셜미디어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 연설이 화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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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연설 뒤의 숨은 공로자 스피치 라이터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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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cked-up Joe sounded like a hyper-caffeinated man.” (흥분한 조가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처럼 들리더라) |
폭스뉴스는 조롱했지만 사실 칭찬이 더 많습니다. 결단력 있어 보이는 대통령의 모습이 좋았다는 평이 많습니다. 국정연설 시청자는 지난해보다 18% 늘었고, 연설 하루 만에 1000만 달러의 정치 후원금을 모으는 실적을 올렸습니다. 연설을 성공시킨 일등 공신은 스피치 라이터(speech writer)입니다. 백악관에는 대통령의 연설문을 전담하는 5명 내외의 팀이 있습니다. 연설문 작성뿐 아니라 무대에서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도록 코치하는 것도 스피치 라이터의 역할입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스피치 라이터들과 특별 훈련을 하며 연설 연습을 했습니다. 이들은 대통령이 틀릴 때마다 매서운 지적을 서슴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는 명연설을 한 대통령만 기억하지만 사실 숨은 공로자는 이들 스피치 라이터입니다. 역사적인 명연설을 만들어낸 스피치 라이터를 알아봤습니다.

| I’m in this race for the same reason that I fought for jobs for the jobless and hope for the hopeless on the streets of Chicago.” (시카고 거리에서 희망을 잃은 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일자리가 없는 자들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싸웠던 것과 같은 이유로 대선에 출마했다) |
오바마 대통령의 스피치 라이터 군단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은 존 파브로입니다. 8년 동안 오바마 대통령과 동고동락했습니다. 24세 때 상원의원 시절의 오바마를 만났고, 28세에 백악관 수석 연설보좌관(chief speech writer)에 올랐습니다. 오바마 대권 도전 연설, 대통령 취임 연설, ‘오바마 케어’ 연설, 샌디훅 총기난사 위로 연설 등 굵직한 연설을 썼습니다. 그가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배운 연설의 교훈은 키워드에 집착하지 말라는 것. 대부분의 연설은 청중의 귀에 쏙 박히는 키워드에 집착하지만 좋은 연설은 시작 중간 끝이 이어지는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파브로가 꼽은 오바마 최고의 연설은 취임 연설이 아니라 2007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열린 제퍼슨-잭슨 만찬 연설입니다. 당시까지만 해도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20% 이상 뒤지던 오바마 후보는 이 연설을 기점으로 앞으로 치고 나갑니다. 연설의 핵심 구절입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대통령이 되려는지를 하나의 문장 안에 담았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the hopeless’ ‘the jobless’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파브로는 작업 스타일도 독특했습니다. 백악관 사무실이 아닌 워싱턴의 단골 스타벅스가 그의 일터였습니다. 젊은 세대답게 커피숍에서 음악을 들으며 연설문을 작성했습니다. 작성이 끝나면 대통령에게 초고를 보냈습니다. 여기저기 빨간 줄이 그어진 수정본이 오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고 합니다. 웬만큼 고치면 된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파브로가 가장 두려워한 순간은 아무런 수정 표시 없이 원고 마지막에 이렇게 적혀 있을 때였습니다. “See me later.”(나중에 나 좀 보자)

| For in the final analysis, our most basic common link is that we all inhabit this small planet. We all breathe the same air. We all cherish our children‘s future. And we are all mortal.” (왜냐하면, 최종적으로 봤을 때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연결점은 이 작은 행성에 살고 있고, 같은 공기를 마시며, 아이들의 미래를 소중히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죽는다는 것이다) |
소렌슨은 1961년 케네디 행정부가 출범하자 수석 연설보좌관에 올랐습니다. 그의 단골 작문 스타일은 정렬 반복 비교입니다. 취임 연설에 나오는 ‘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이 대표적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의 생각을 소렌슨이 정리한 것입니다. 우주탐사 연설에서도 나옵니다. “We choose to go to the Moon, not because they are easy, but because they are hard.”(우리는 달에 가기로 했다. 쉽기 때문이 아니라 어렵기 때문이다)
소렌슨이 가장 공들여 쓴 연설은 비교적 덜 알려진 1963년 아메리카대 연설입니다. 소련에 핵무기 감축을 통한 평화 공존을 제안하는 내용입니다. 케네디 대통령은 소렌슨에게 극비로 연설문 작성을 지시했습니다. 냉전 시대에 소련에 평화를 제안하는 것은 반발을 몰고 올 우려가 컸습니다. 케네디 대통령과 소렌슨은 에어포스원에서 비밀리에 원고 내용을 다듬었습니다. 이 연설이 유명한 것은 “we are all mortal”(우리의 생명은 유한하다)이라는 구절 때문입니다. 5개월 뒤 케네디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면서 화제가 됐습니다. 니키타 흐루쇼프 서기장은 연설 내용이 너무 좋아서 러시아어로 번역해 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전문을 싣도록 했다는 얘기가 전해집니다.

| I have never been a quitter.” (나는 중도포기자가 아니다) |
나중에 밝혀진 뒷얘기에 따르면 닉슨 대통령은 프라이스에게 ‘resignation’(사임)과 ‘fight on’(버티기) 시나리오로 두 개의 연설문을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버틸 생각이 더 컸는지 ‘fight on’ 연설문에 ‘option A’(선택 A)라는 제목을 붙여 먼저 쓰도록 지시했습니다. ‘resignation’ 연설문은 ‘option B’(선택 B)였습니다. 연방대법원이 닉슨 대통령에게 워터게이트 스캔들 은폐 사실이 녹음된 ‘스모킹건’ 테이프를 공개하라는 명령을 내리면서 상황은 급반전됐습니다. 사임 밖에는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프라이스는 ‘option B’ 연설문을 들고 연설장으로 향하는 닉슨 대통령을 보고 “읽을 때 울지 않기만을 바랐다”라고 자서전에서 적었습니다.
사임 연설에서 가장 유명한 구절입니다. 대통령직을 중도 포기해야 하는 참담한 심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구절이지만 원래 연설문 원고에는 없습니다. 애드립에 능한 닉슨 대통령의 연설 실력이 사임이라는 중대한 순간에도 빛을 발했습니다. ‘I am not’(나는 아니다)은 닉슨 대통령이 즐겨 쓰는 구절입니다. ‘not’ 다음에 나오는 인간형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사임 1년 전 연설에서는 “I am not a crook”(나는 사기꾼이 아니다)이라고 했습니다. ‘I am not’은 부정형 문장이지만 ‘not’ 다음에 나오는 단어의 충격이 너무 크면 오히려 긍정의 효과를 낳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결국 기억에 남는 것은 닉슨 대통령이 ‘quitter’이고 ‘crook’이라는 것입니다.
명언의 품격

원래 대통령 국정연설이 예정된 날이었습니다. 챌린저호가 폭발하자 국정연설은 취소되고 대국민 위로 연설로 바뀌었습니다. 연설까지 6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백악관 비서실장은 누넌을 생각해냈습니다. 당시 누넌은 스피치 라이터팀에서 찬밥 신세였습니다. 대통령은 정책 연설을 많이 해서 감성적 글쓰기가 전문인 누넌에게 별로 기회가 오지 않았습니다. 비서실장은 얼마 전 누넌이 노르망디 상륙 40주년 기념 연설로 호평을 받은 것을 기억했습니다. “Get that girl, have that girl do that.”(그 여자를 불러와, 그 여자가 쓰도록 해)
36세에 ‘girl’로 불리는 수모를 당했지만 누넌은 이 연설이 자신에게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백악관 참모들과 연설의 줄거리를 상의한 뒤 글쓰기에 돌입했습니다. 마지막 구절입니다.
| We will never forget them, nor the last time we saw them, this morning, as they prepared for their journey and waved goodbye and slipped the surly bonds of earth to touch the face of God.” (우리는 결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오늘 아침, 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 신의 얼굴을 만지기 위해 지구와의 끈끈한 유대감에서 벗어난 그들을 마지막 본 순간을) |
레이건 대통령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칠 시간이 없었습니다. 누넌의 원고대로 마이크 앞에 섰습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연설을 칭찬하는 국민 전화가 쇄도했습니다. 정치인들도 앞다퉈 찬사를 보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의 할리우드 친구인 가수 프랭크 시내트라도 전화를 걸어와 “멋진 연설이었다”라고 했습니다. 마지막에 시 구절을 넣은 것이 신의 한 수였습니다. ‘touch the face of God’와 ‘surly bonds of earth’는 지금도 기억되는 명구절입니다. ‘surly’(설리)는 ‘위협적인’ ‘고약한’이라는 뜻입니다.
누넌은 이 연설로 완전히 떴습니다. 여세를 몰아 다음 대선에서 조지 H W 부시(아버지 부시) 후보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부시 대선 슬로건 ‘a kinder, gentler nation’(친절하고 부드러운 국가), 취임 연설에서 나온 ‘a thousand points of light’(수천 점의 불빛) 구절을 만들었습니다. 부시 대통령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구절 ‘read my lips, no new taxes’(분명히 말하겠다. 새로운 세금은 없다)도 누넌의 작품입니다.
실전 보케 360

랜돌프는 여러 면에서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힘든 조건입니다. 흑인에다가 젊지도 않고 날씬하지도 않습니다. 무명 시절 랜돌프는 연기 코치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고 합니다. “I don’t see myself”(나 자신이 안 보인다). 이 길이 내 길인지 확신이 없다는 것입니다. 코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 That’s fine. We’re going to forge our own path.” (괜찮다, 우리의 길은 우리가 개척할 것이다) |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6월 10일 소개된 ‘케네디의 텍사스 연설’에 대한 내용입니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져 오면서 명연설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습니다. 올해 대선에서 격돌하는 두 후보는 연설력에서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조롱과 비방, 바이든 대통령은 말실수와 옆길로 새기 명수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그리워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입니다.
▶2019년 6월 10일字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610/95910355/1

| Neither the fanatics nor the faint-hearted are needed.” (광신자건, 겁쟁이건 필요 없다) |
| So let us not be petty when our cause is so great.” (우리의 임무는 위대하므로 하찮은 일에 연연하지 말자) |
| Let us not quarrel amongst ourselves when our Nation’s future is at stake.” (국가의 미래가 걸려 있는데 우리끼리 싸우지 말자) |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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