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딴딴해지는 몸과 마음에 ‘기름칠’을 [ESC]

정인선 기자 2024. 3. 3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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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의 탄생 요가 수련
요가, 근육·관절 이완에 특효
3종 훈련해야 할 시간 쪼개
수·금요일 꾸준히 새벽 수련
요가원에서 살람바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자세)를 수련하고 있는 모습.

올해 6월 열리는 하프 아이언맨 대회(수영 1.9㎞, 자전거 90.1㎞, 달리기 21.1㎞)에 참가 접수를 하고 훈련 계획을 세우면서 마지막까지 고민한 것이 있다. 3년 가까이 일주일에 네번씩 하던 새벽 요가 수련을 계속할 수 있을까? 지난해 참가한 올림픽 코스 대회에 비해 거리가 두배로 늘어난 만큼, 평일 장거리 유산소 운동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도 늘려야 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런 와중에 요가 수련까지 이전과 같은 빈도로 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요가 수련을 잠시 쉬자니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다. 요가 수련을 시작한 뒤로 달리기·등산 등 고강도 운동을 할 때 무릎이나 발목을 다치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기 때문이다. 근육과 관절에 부담을 주기 쉬운 장거리 유산소 운동량을 예년보다 늘리면서 요가 수련을 중단한다면, 운동을 하다가 걸핏하면 다쳤던 예전의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지속 가능한 훈련을 위해서는 중간중간 몸에 ‘기름칠’이 필요했다. 일주일에 네번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 두번은 새벽 요가 수업에 나가는 걸 목표로 올해도 요가원에 등록했다.

피로 인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그렇게 만든 훈련 계획은 이렇다. 월요일 아침엔 운동하지 않는다. 나머지 평일은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영-달리기 연속 훈련을, 수요일과 금요일은 요가 수련을 한다. 늦게까지 농구·축구 경기를 취재한 다음 날이나 음주를 곁들인 저녁 약속 자리가 길어진 다음 날은 무리해서 새벽 운동을 하지 않는다.(그래야 운동도 직장생활도 지속 가능할 테니까.) 평일에 모자랐던 장거리 훈련은 주말을 이용해 채운다. 여기에 더해 야근과 저녁 약속이 있는 날을 피해 일주일에 한두번 저녁에 근력운동을 한다. 모든 계획이 그렇듯 지켜지기만 한다면 꽤 그럴듯하다.

운동 기록 앱 ‘스트라바’에 남은 훈련 기록. 파란 동그라미가 수영, 빨간 동그라미가 요가를 한 날이다.

새벽 훈련만 놓고 보면, 지난 1월1일부터 3월26일까지 수영-달리기는 25번의 화·목요일 중 16번, 요가는 24번의 수·금요일 중 19번을 해냈다. 세번에 한번 꼴로 계획을 지키지 못한 셈이지만, 무리하게 ‘100% 완수’에 집착했다면 오히려 중간에 지쳐 나가떨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어디까지나 즐겁자고 하는 일이니, 계획에 압도되지 말고 그날그날의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유연하게 훈련하면 된다고 때때로 자기 위안을 했다. 아침 운동을 못 한 날엔 출근할 때 수영 가방이나 요가복을 챙겨 퇴근길에라도 수영장이나 요가원에 출석하면 됐다.

꾸역꾸역 계획에 끼워 넣은 주 2회 요가 수련은 훈련이 누적되며 관절과 근육 곳곳에 쌓인 피로를 알아차리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한다. 어깨를 많이 쓰는 수영 훈련의 강도를 높이면, 등 뒤에서 두 손을 위아래로 맞잡는 ‘고무카아사나’(소머리 자세)가 잘 안 됐다. 인터벌 달리기나 장거리 달리기 훈련을 한 다음 날엔 오금 뒤쪽 근육이 한껏 줄어들어, 다리를 앞으로 뻗고 앉은 채 상체를 숙이는 ‘파스치모타나아사나’(앉은 전굴 자세)나 누운 상태로 두 다리를 들어 올려 곧게 편 뒤 머리 뒤쪽에 내려놓는 ‘할라아사나’(쟁기 자세)가 잘 되지 않는다.

몇년의 새벽 수련 끝에 겨우 만들어 놓은 아사나(요가 동작)가 ‘말짱 도루묵’이 된 걸 확인할 때면 괜한 짓을 벌인 건 아닌지 후회도 됐다. 하지만 ‘철인’이 되기로 마음먹은 걸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었다. 수십만원의 대회 참가비 중 중도 포기 시 환불받을 수 있는 금액이 대회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왕 시작한 일, 요가 수련을 병행하지 않았더라면 제대로 알아차리지도 못했을 피로와 긴장을 요가로 잘 다스려 다음 훈련에 임하면 된다고 불안한 마음을 다잡았다.

화요일부터 금요일은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격일로 수영-달리기 훈련과 요가 수련을 한다. 얼른 몸을 일으켜 수영장에 가자는 의미로 알람 앱 배경도 수영장 사진으로 설정해 뒀다.

“속도를 늦춰야 하는 날도 있다”

새벽 수련을 건너뛴 뒤에는 요가 아사나에서 따온 동작을 수영-달리기 훈련 앞뒤에 배치했다. 유산소 훈련에 들이는 시간이 100이라면, 그 중 10은 간단한 요가 동작으로 관절과 근육을 부드럽게 이완해 주는 데 투자하며 그날그날의 몸 상태를 들여다봤다. 그 덕분인지 대회를 80여일 앞둔 현재까지 별다른 부상 없이 안전하게 훈련을 이어 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철인3종과 같은 장거리 유산소 선수들이 요가 수련을 훈련에 곁들여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분명하다고 말한다. 책 ‘운동선수를 위한 요가 가이드’를 쓴 세이지 라운트리 박사는 요가 수련을 통해 근력과 유연성을 균형 있게 기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적절한 균형을 찾을 수 있을 때 우리 몸은 더 큰 훈련 부하를 더 잘 처리하고, 부상 또한 더 잘 견딜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요가가 주는 ‘정신적 이점’도 있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물리치료사인 아비가일 스미스는 “철인3종 선수들은 흔히 ‘달리기 거리를 채우지 않는다면 훈련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분명 속도를 늦춰야 하는 날도 있다”며 “때때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고 요가 수련을 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다.

철인3종 선수를 위한 요가 동작

①고무카아사나(소머리 자세): 한쪽 무릎 위에 다른 쪽 무릎을 겹쳐 앉는다. 한쪽 팔을 귀 옆으로 들어 팔꿈치를 바닥 쪽으로 떨어뜨린 뒤, 반대쪽 팔을 등 뒤에서 구부려 두 손을 맞잡는다. 수영 훈련으로 긴장한 어깨 회전근개를 푸는 데 좋다.

②발라아사나(아기자세): 무릎을 꿇고 앉은 뒤 상체를 바닥 쪽으로 숙여 복부를 허벅지 사이에 올려둔다. 두 팔은 앞으로 쭉 뻗는다.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며 긴장한 아래 허리와 어깨 근육을 이완하는 데 좋다.

③안자니아사나(로 런지 자세): 한쪽 다리를 앞쪽에서 90도로 구부리고, 반대쪽 다리는 뒤로 뻗어 발등을 바닥에 내려둔다. 상체를 앞쪽 위로 세워 가슴을 펴고, 뒤로 뻗은 쪽 다리의 허벅지 앞 근육을 길게 늘여 장거리 달리기로 쌓인 피로를 풀어 준다.

글·사진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한겨레신문 스포츠팀 기자. 일하지 않는 시간엔 요가와 달리기, 수영, 사이클, 케틀벨 등 각종 운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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