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 잊고 가진 것에 집중…다시 희망 찾아서

한겨레 2024. 3. 30.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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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조민진의 꿈꾸기 좋은 날
넘어지고 일어서기
나쁜 샷 잊고 다음 준비하는
타이거 우즈의 ‘10야드 법칙’
내게 없는 것 한탄하지 말고
목표·계획 세워 다시 시작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바다의 고기잡이배’(1888). 위키아트 제공

벌써 한달이 지났네요, 여러분. 조민진입니다. 이제 정말 봄이 온 듯합니다. 곧 전국에서 벚꽃이 만개할 테니까요. 매일 새로운 날이지만 대개는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고,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가뿐히 노를 젓고 계셨겠지요? 지난 글에서 ‘한정된 시간과 의지력을 전략적으로 투입해 노력하자’는 얘길 나눴는데 혹시라도 노력 끝에 지쳤거나 의욕을 잃고 만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그렇게 썼지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법”이라고요. 꿈꾸며 노력한다고 곧장 성공하고 승리하는 건 아니기에 우리는 가던 길을 의심하고 헤매기도 합니다.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패배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번엔 그런 힘든 고비를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방법 말입니다.

‘노인과 바다’가 보여주는 ‘중꺾마’

자, 잠시 가정해봅시다. 어부가 날마다 바다로 나갔지만 석달 가까이 고기를 한마리도 낚지 못했다면 어떨까요? 날마다 바다로 나가는 노력을 기울였어도 기대와 달리 고기잡이에 번번이 실패했다면요. 헤밍웨이의 중편 소설 ‘노인과 바다’가 그렇게 시작됩니다. 노인이 어부이지요. 아무리 겉으로 태연한 척하더라도 그 마음이 오죽할까 싶습니다. 초반부터 애잔한 이 얘기를 따라가다 보면 다음 문장을 만납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사투 끝에 겨우 잡은 청새치의 살점을 상어가 뜯어가면서 바다에 물고기의 피가 번지고, 피 냄새를 맡고 몰려들 또 다른 상어 떼를 예감하며 노인이 뱉는 대사지요. 파멸할지언정 패배하진 않겠다는 선언입니다. 파멸과 패배의 차이가 뭔가 싶으시죠? 저도 몇번쯤 곱씹었습니다. 아마도 노인은 외부적 파멸과 내부적 패배를 나눈 듯합니다. 잡은 고기를 지키기 위해 상어 떼와 싸우다가 다치고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대항하겠다는 마음만은 꺾이지 않겠다는 다짐이지요. 노인은 요즘 말하는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감동을 줍니다.

‘노인과 바다’는 어렸을 때보다 지금 읽으니 더 좋았습니다. 애쓰고, 고통받고, 승리와 패배를 오가며 스스로 마음을 다독이는 일이 그저 평범한 인간사임을 조금은 더 알게 되어서 그렇겠지요. 무엇보다 실패나 좌절 앞에선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는 듯했습니다.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중심을 잘 잡기 위해선 자신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익혀야 합니다.

흔히 말하는 ‘멘털 관리’, ‘마인드 컨트롤’을 위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특히 넘어졌을 때 다시 일어나서 집중하는 회복력을 화두로 삼을게요. 이를 위해 스스로 생각과 마음을 조율하는 방법입니다. 첫째, 이미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는 겁니다. 지난 일에 집착하고 미련을 갖는 건 과감히 말해 백해무익입니다. 내 손을 떠난 일이라면 잊어야 합니다. 실패하고 망친 일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 아시지요? 그가 고수하는 법칙이 있다고 합니다. ‘10야드 법칙’인데요, “샷이 잘못되어 화가 나더라도 다음 샷 장소를 향해 10야드 정도 걸어간 뒤에는 방금 한 샷을 잊고 이제부터 할 샷에만 집중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골프, 멘탈 게임의 예술’이라는 책에서 읽었습니다. 저는 골프를 치진 않지만 ‘멘탈 게임의 예술’이라는 제목에 끌려 읽었지요. 직관적으로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거든요. 아무튼 10야드면 9m 정도 됩니다. 9m 걸은 후엔 바로 실패를 잊는다는 겁니다. 나쁜 샷을 쳐 스스로에게 화가 나면 최대한 빨리 나쁜 감정을 털어내고 평정을 유지한다는 게 골프 황제의 비법인 거죠. 지난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건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다시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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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것

두번째는 지금 내가 가진 걸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겁니다. 여기선 ‘없는 것’ 말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관건입니다. 지금 내게 없는 걸 아쉽게 여긴다면 비교하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남과 나를 비교하면 내가 갖고 있지 않은 게 보이지요. 돌아보면 저도 속으로 참 많이 비교했던 것 같습니다. 남의 성공을 보며 나의 실패를 더 아파했고, 잃어버린 걸 생각하느라 가진 것에 소홀할 때도 많았지요. 그런데 정말 쓸모없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결국 사람은 자신이 가진 걸로 살아가는 거잖아요. 가진 걸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게 언제나 최선이었습니다. ‘노인과 바다’에서 노인은 상어 떼의 공격을 받으면서 칼을 갈 숫돌을 가져오지 않은 걸 잠시 후회합니다. 하지만 곧장 생각을 고쳐먹죠. “지금은 갖고 오지 않은 물건을 생각할 때가 아니야. 지금 갖고 있는 물건으로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란 말이다”라고요. 마인드 컨트롤의 핵심은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해서 책임을 다하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희망을 갖는 겁니다. 희망이 있어야 꺾이지 않는 마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서 온갖 재앙과 불행이 빠져나온 뒤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던 게 ‘희망’이었다지요? 끝까지 희망을 품으면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입니다. 희망은 누가 주는 게 아니고 내가 품어야 합니다. 긍정적이면 좋습니다. 긍정적이면 ‘전화위복’을 믿게 됩니다. 다만 몽상에 그치지 않으려면 목표와 계획이 뒤따라야 합니다. 희망을 품고 행동하기 위함이지요. 아, 너무 울고 싶어질 때를 대비해 기분과 기운을 북돋워주는 것들을 아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일단 기분이 좋아져야 긍정적일 수 있잖아요? 좋아하는 것들로 스스로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을 터득하길 권합니다. 저는 뭔가 달콤한 걸 먹고, 재즈를 듣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최애 소설’을 아무 데나 펼쳐서 읽으면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누구에게나 힘든 순간이 있습니다. 세상은 거대하고 우리는 미약하지요. 나약한 인간이기에 강해지려 하나 봅니다. 정글에서 살아남는 늑대소년 이야기, ‘정글북’을 쓴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만약에’에 힘이 되는 구절이 있습니다. “네가 그동안 얻은 모든 것을 한데 모아/ 단 한번의 승부를 걸 수 있다면/ 그래서 모든 것을 잃더라도/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잃어버린 것에 대해 아무 말 하지 않을 수 있다면.” 실패와 좌절을 잊고 묵묵히 다시 시작할 줄 아는 자세를 노래한 것 같습니다. 넘어져본 모든 분께 따뜻한 응원을 보냅니다.

작가

신문·방송사에서 기자로 일했고, 지금은 작가나 강사로 불립니다. 꿈꾸며 노력하는 여러분께 말과 글로 힘이 되어 드리고 싶습니다. 아, 유튜브(‘조민진의 웨이투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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