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일냈다"…삼목에스폼 소액주주 안건 가결 현장[르포]

김진석 기자 2024. 3. 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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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삼목에스폼은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SFG고삼연수원 세미나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사진=김진석 기자


국내 1위 거푸집 전문기업 삼목에스폼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들이 쾌거를 이뤘다. 배당 확대, 무상증자 등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요구는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절반을 넘어 통과하지 못했지만 '3%룰'이 적용 가능한 감사 선임 안건에 화력을 집중하면서 가결을 이끌었다.

29일 삼목에스폼은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SFG고삼연수원 세미나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번 주주총회에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안건 다수가 상정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 사측과 주주들은 주주환원 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어왔다.

주총 참석을 결정한 주주 20여명은 일찌감치 모여 결의를 다졌다. 이보열 삼목에스폼 소액주주 대표는 "삼목에스폼의 미흡한 주주환원을 개선하고자 한다"며 "대규모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짠물배당을 이어오는 회사가 변화하도록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주명부·위임장 확인 등에 따른 지연으로 예정 시간인 10시를 훌쩍 넘긴 오후 1시가 넘어서야 시작했다. 주총장 안은 사측과 소액주주 측 사이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주주 및 사측 관계자를 비롯해 100여명이 출석했고, 좌석이 부족해 서 있는 채 참여하는 주주가 많았다.

이날 주총에는 소액주주들이 제안한 안건이 다수 상정됐다. 대표 안건으로는 사측이 제시한 현금 배당 300원(주당)을 2100원으로 7배 확대하는 제안이 있다. 그밖에도 발행주식총수 5000만주, 중간 배당 및 분기 IR 의무화, 무상증자 결정 권한, 자기주식 소각 등이 있었다.

현장에서도 소액주주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일부 주주는 "지속해서 IR 행사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지만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우수한 실적에 따른 경영성과를 주주들에도 공유해달라" 고 강조했다. 이에 회사 측은 "표결 외 질문은 지금 답하기 곤란하다"고 했다.

삼목에스폼 소액주주들이 주주명부 및 위임장 확인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사진=김진석 기자


소액주주가 제안한 대부분의 안건이 부결 결정됐다. 지분 구조상 이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지난해 말 기준 삼목에스폼의 대주주는 에스폼으로 45.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김준년 회장(12.75%)과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치면 총 66.84%를 확보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안건이 부결된 것은 아니다. 괄목할 만한 쾌거를 이뤘다. 앞서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의결권이 3%까지만 적용되는 감사 선임 안건에 집중해왔다. 이날 주총에서는 소액주주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 김태호씨의 선임 안건이 통과했다.

소액주주 측은 사외이사로 선임된 김씨의 임기를 3년으로 설정할 것으로 주장하면서 사측과 기싸움을 벌였다. 안건 내 사측 후보와 소수주주 후보의 임기를 동일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표대결을 펼쳤지만 3%룰 미적용으로 11개월 선임 안이 가결됐다.

주총은 시작한지 6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4시 30분쯤 마무리됐다. 이날 의장을 맡은 대표이사는 주총 말미 "바쁘신 중 주주총회에 참석해 의사진행에 협조해주신 주주분들께 감사 말씀을 드린다"고 전하며 정기 주주총회 폐회를 선언했다.

삼목에스폼 소액주주들의 결집을 도왔던 이상목 컨두잇(액트) 대표는 "소액주주가 추천한 후보가 감사로 선임된 결과에 대해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결과라고 보지만, 사측의 꼼수로 감사 선임 기간이 3년이 아닌 11개월로 설정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코스닥 상장사 삼목에스폼은 1985년 설립됐으며 알루미늄 거푸집 등을 전문적으로 생산·판매·임대하고 있다. 40년에 달하는 업력으로 시장 지배력도 높은 기업이다. 현재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3400억원,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 수준으로 저평가 종목으로 분류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목에스폼의 지난해 연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30.1% 증가한 439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2.3% 성장한 1241억원을 달성했다. 순이익 규모도 두배 넘게 늘어난 1194억원으로 집계됐다.

29일 오전 삼목에스폼은 경기도 안성시에 위치한 SFG고삼연수원 세미나실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사진=김진석 기자


김진석 기자 wls74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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