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방패 대결'...AI 자소서 강화한 채용업계, 인사담당은 '불합격'

지영호 기자 2024. 3. 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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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HR업계에 따르면 사람인, 인크루트 등 주요 취업포털은 AI 자소서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지난해 8월 통합 AI 자소서 초안 생성 서비스를 시작한 후 월평균 신규 등록되는 자소서는 2만건 정도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역시 지난해 5월 AI 자소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잡코리아는 취업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AI 자소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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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2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시청에서 열린 2024 인천공기업·우수기업 청년취업설명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자소서면접 합격 전략에 대한 특강을 경청하고 있다. 2024.03.26. amin2@newsis.com /사진=전진환

최근 'HR(Human Resources·인적자원)기업들이 챗GPT를 활용한 AI(인공지능)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들이 이런 자소서를 쓴 취업희망자에 불이익을 줄 것이란 조사가 나와 눈길을 끈다. 구직자의 취업 편의성을 높여 경쟁력을 높이려는 HR업계와 독창성·창의성이 부족한 지원자를 걸러내겠다는 기업 인사담당자 간의 '창과 방패의 대결'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30일 HR업계에 따르면 사람인, 인크루트 등 주요 취업포털은 AI 자소서 서비스를 강화 중이다. 가장 앞서 있는 곳은 업계 1위 사람인이다. 사람인은 최근 AI 기반 자소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했다. 취업자 정보를 입력하면 초안이 생성되고 첨삭, 표절 검사 등을 수행해 한 화면에서 수정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AI 자소서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서비스 이용자의 4명중 3명은 '만족한다'는 답변이다. 이런 효과로 취업포털의 경쟁력 중 하나인 구직자의 자소서 등록건수가 증가 중이다. 지난해 8월 통합 AI 자소서 초안 생성 서비스를 시작한 후 월평균 신규 등록되는 자소서는 2만건 정도다. 출시 전보다 304% 늘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 역시 지난해 5월 AI 자소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잘쓸랩'이란 이름의 챗GPT 기반 자소서 트레이닝 서비스로 자소서 예문을 뽑아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트레이닝이란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취업준비생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예문을 가져다 쓸 수 있어 대필이 가능하다.

잡코리아는 아직 방패 편이다. 지난해 3월 AI 기술기업 무하유와 손잡고 AI 자소서 평가서비스 프리즘을 내놨다. HR 담당자가 지원자의 자소서의 표절률과 표절문장을 걸러내는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 논문 표절 검사서비스 '카피킬러'를 개발·운영하는 무하유의 기술력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잡코리아는 취업희망자를 대상으로 한 AI 자소서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아직 출시 시기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HR 경쟁업체들의 구직자 서비스가 강화되는 분위기여서 이런 분위기에 편승할 가능성이 높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1일 오후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 항공지원센터에서 열린 공항일자리 채용의 날 행사에서 한 구직자가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보고 있다. 2024.03.21.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AI 자소서는 취업희망자에게 편리한 서비스지만 기업 입장에선 인재의 능력을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그동안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자소서를 통해 취업희망자의 도전의식과 창의성, 논리력 등을 평가해 직무에 적합한지 판단해왔다.

때문에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자소서 작성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지난 24일 고용노동부와 고용노동정보원이 발표한 '기업채용동향조사'에 따르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챗GPT 등을 활용한 AI 자소서에 대해 64.1%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하고, 감점을 주거나(42.2%) 불합격(23.2%)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HR기업들은 AI 자소서 서비스가 자소서 작성에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지 대신 작성해주는 서비스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취업희망자의 윤리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을 부정하긴 어렵다는 반응이다. 취업시장에서 자소서의 중요도가 점차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취업포털 관계자는 "과거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되면 교육 평준화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실제론 여전히 개인의 역량에 따라 편차가 나타난다"며 "자소서 역시 키워드 입력을 어떻게 하느냐,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역량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AI 활용 과도기다 보니 채용 과정에서 자소서 작성에 AI를 활용했느냐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라며 "기업들은 결국 인성검사나 역량검사 비중을 높이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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