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보입시더" "함만 살리주이소" ...유동철·정연욱·장예찬, 부산 수영구의 선택은?
"1번으로 바꿔보입시더"...유동철, '부산 수영'서 파란 일으킬까
[2024 빅매치 르포] '화제의 지역구'를 가다-부산 수영구①-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
28일 오전 6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앞 만남의광장. 어두웠던 하늘이 점점 밝아질 때쯤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4.10 총선 출정 선언을 응원하기 위해 지지자 20여명이 모여들었다. 유 후보는 "오늘 수영구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으려 한다"며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겠다. 수영구의 자존심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듣고 있던 지지자들은 "이번에는 기호 1번으로 바꿔보입시더" "분위기가 예전과는 달라요" "무조건 된데이"라며 환호했다. 한 여성 지지자는 유 후보에게 남색 운동화 한 켤레를 선물하며 "우리 수영구민의 염원은 이번에는 (민주당) 의원을 꼭 만드는 것"이라며 "유 후보, 반드시 국회로 보내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평생 받은 선물 중 가장 뜻깊은 선물"이라며 곧바로 신발을 갈아 신은 뒤 "신발 끈 동여매고 끝까지 달리겠다"고 밝혔다. 이어 "수영구는 1995년 남구에서 분리된 후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이나 구청장이 한 번도 당선되지 못한 곳으로 '부산 최고 험지'라고 불린다"며 "우리가 부족했기 때문에 수영구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제대로 싸워보겠다"고 말했다.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인 유 후보는 이번에 '사회복지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등장한 민주당 영입인재 18호다. 부산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며 '이동·보행권 확보를 위한 모임'을 통해 육교 없애기 운동을 벌여 당시 수영 팔도시장 앞에 있는 육교를 없애는 데 공헌했다. 또 '복지예산 20% 운동'을 통해 부산의 복지예산 비중이 40%를 넘어서도록 주도하기도 했다.
유 후보는 "저는 부산의 아들이고 연구, 정책, 실천 전부 가능하다는 게 제 강점"이라며 "연구도 늘 해왔고 정책 대안을 실제로 만드는 작업 역시 오랫동안 했다.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오래 해서 실천력도 가지고 있다. 수영구 복지가 생활의 편리함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출정 선언을 마친 직후 출근길 인사가 예정된 수영교차로까지 30여분을 걸어서 이동했다. 이른 시각 출근길에 유 후보의 명함만 받고 빠르게 지나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유 후보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시민들도 있었다. 편의점 앞에 서 있던 한 70대 여성은 유 후보와 악수한 뒤 머니투데이 더 300(the300)에 "인물 좋고 능력 좋은 후보가 수영구에는 처음 나왔다"며 "꼭 잘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이날 오전 7시30분쯤 부산 수영교차로에서 첫 공식 선거 유세에 나섰다. 유세차에 올라탄 유 후보는 약 1시간 동안 정면과 측면 번갈아 가면서 두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약 10초에 한 번씩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교차로를 지나던 운전자 중에서는 창문을 내리고 유 후보에게 큰 목소리로 "화이팅!"이라며 주먹을 쥐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출근길에 유 후보를 응원하러 잠깐 들렀다는 한 50대 여성은 "저녁에 퇴근하고 또 올 것"이라며 "제가 사회복지에 관심이 많은데 관련 현장에서 15년 동안 후보님을 봤고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서 이렇게 진정성 있는 분이 정치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광안리 해변 차도 지하화, △수영구 제2청사 건립, △편안하고 쾌적한 안전도시 수영 등 3대 공약을 밝혔다. 유 후보는 "국회에 입성하고 나서는 기본소득 법제화를 제일 먼저 하고 싶다“며 ”4차산업혁명에 맞게 복지시스템을 재설계하는 데에 이바지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선택된 '찐후보', 나야 나" 정연욱, 출발 늦었지만 반전 노린다
[2024 빅매치 르포] '화제의 지역구'를 가다-부산 수영구②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
"저는 수영의 '공식' 후보입니다".
지난 27일 오후 4시, 정연욱 국민의힘 부산 수영구 국회의원 후보의 선거 사무실 곳곳에는 이같은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었다. 정 후보는 후발주자라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공식적으로' 선택한 후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신문기자 출신인 정 후보는 진중하고 차분했다. 소란스럽지 않게, 그러나 행동으로 최선을 다했다. 사무실에서 전화기를 잠시도 내려놓지 않고 곳곳에 지지를 독려하는 전화를 돌렸다.
오후 4시30분쯤부터 사무실이 시끄러워졌다.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관계자 20여명이 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 한국노총 부산지역본부 관계자는 "정연욱 후보는 32년 동안 언론인의 길을 걸으면서 쌓아온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과 폭넓은 인맥을 기반으로 수영구 발전을 위해 뼈를 묻겠다는 각오를 갖고 계신다"며 "수영구의 지역적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후보는 우리 정연욱 후보뿐"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어려움을 토로하며 자신에 대한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정 후보는 경쟁자인 장예찬 무소속 후보를 겨냥해 "정치인은 자기 말에 엄중해야 한다. 막말 문제로 공천이 취소가 되는 이 상황 자체가 참 심각한 문제였다"며 "당이 공멸할 수 있는 위기까지 갔고, 지금도 그 말의 엄중함을 모르고 행동하는 것이 참 아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똑바로 서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며 "여러분들이 적극 지지에 나서주신다면 이런 어려움이 오히려 좋은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퇴근길 인사에 나선 정 후보는 발걸음을 재촉하는 수영구 주민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지나가는 차를 향해서 손을 흔들고, 인사를 받아주는 이들에게는 재빠르게 명함을 건네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정 후보에게 다가온 한 남성 A씨는 "정말 지지한다. 주변에 정연욱 후보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며 "힘내서 선거에서 꼭 이기셔라"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웃으면서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정치 초심자'인 정 후보는 선거를 뛰며 많은 걸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것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되는 것 같다"며 "말로만 전해 듣고 책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얘기를 들으니 민생에 목숨을 걸어야겠다는 느낌, 정책으로 꼭 구현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 후보가 생각하는 자신은 어떤 사람일까. 정 후보는 "부드럽지만 강한 사람"이라고 답했다. 도덕성도 강조했다. 정 후보는 "수영구는 상당히 자긍심이 높은 동네다. 이는 시민의식이 높다는 뜻"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도덕적인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영이 발전하기 위해 여러 발전 모델을 추진해나가는 과정에서 고민인 지점이 무엇이냐면 중앙 정치와 지역 정치를 결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부족한 것"이라며 "이건 '대통령 팔이'로만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저는 그 네트워킹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장예찬, 함만 살리주이소"…'尹 1호 청년 참모'의 절실한 뜀박질
[2024 빅매치 르포] '화제의 지역구'를 가다-부산 수영구③ 장예찬 무소속 후보
"장예차이 함만 살리주이소(장예찬이 한 번만 살려주세요), 어머님".
4·10 총선의 무소식 기호, 숫자 '7'이 그려진 분홍색 점퍼를 입은 그는 정말로 뛰어다녔다. 지난 27일 오전 11시 부산에서 만난 장예찬 무소속 부산 수영구 국회의원 후보는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사는듯했다. 사무실에서는 향후 선거 캠페인 일정과 전략 등을 캠프 사람들과 논의했고, 이동하는 도중엔 생방송 유튜브 프로그램에 휴대폰 영상 연결로 출연했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는 곧바로 보이는 모든 주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장 후보는 걷는 시간도 아까운 듯 내내 뛰었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한 사람 한 사람 놓치지 않았다. 구두수선 가게도, 부동산 중개업소도, 사우나도 놓치지 않는다. 발길이 닿는 곳곳 "안녕하십니까. 장예찬입니다"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 인사를 건넸다.
수영구 주민 대다수가 장 후보를 한 눈에 알아봤다. 길을 지나가다 장 후보를 발견한 한 중년 여성 A씨는 장 후보 팔을 붙잡고 "내가 장예찬이가 우리 지역구에 나와서 얼마나 좋아했는지 아나"라고 말했다. 사우나를 하던 중 장 후보가 앞에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맨발로 급히 달려나온 중년 여성 B씨는 "우리는 지금 공격수가 필요하다. 제발 당선돼 국회 가서 이재명 쫓아내는 속 시원한 공격수가 돼 달라"고 했다. 중년 남성 C씨는 "내가 유튜브에서 참 많이 봤다. 말 정말 잘하더라"라며 장 후보의 손을 꼭 잡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1호 청년 참모'였던 1988년생 장 후보의 강점은 '소통'이다. 장 후보는 대면이 아닌 비대면으로도 수시로 수영 주민들과 소통했다. 짬을 내 수영구 곳곳에서 자신의 공약을 설명하는 유튜브 '쇼츠'를 찍었고, 개인 휴대폰으로 걸려 오는 수영구 주민의 전화를 짧게나마 멈추지 않고 계속 받았다.
이날 한 아파트의 노인정을 찾은 장 후보는 꾸벅 절부터 했다. 장 후보는 "저 한 번만 살려주십시오, 제가 정말 잘하겠습니다"라고 소리쳤다. 박수와 동시에 주민들의 걱정 섞인 말들이 쏟아졌다. 한 노년층 여성 D씨는 "국민의힘 후보가 둘이면 표가 갈라져 민주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돼 버리는 게 아니냐"고 했다. 이에 장 후보는 "저한테 표를 몰아주시면 절대 그럴 일이 없다"며 "승리해서 국민의힘으로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노년층 남성 E씨는 장 후보를 보며 "너무 안 됐다. 힘내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후보였다가 무소속으로 뛰려니 서럽지 않냐'고 기자가 묻자 장 후보는 옅은 웃음을 보이며 "솔직히 서럽다. 서러운데 많이 반성하고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한테 모진 말을 쏟아내는 분들보다도, '제 손을 꼭 잡고 국민의힘 후보가 왜 두 명이냐. 걱정된다' 하는 분들을 만날 때 가장 마음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장 후보는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에 대해 "다른 지역 경선에서 떨어진 후보이며 수영구 출신도 아닌 후보"라며 "그런 분에게 수영구를 맡긴다는 건 수영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했다.
장 후보는 수영구에 '이슈 파이터'가 필요하다고 했다. 장 후보는 "제가 만나본 수영 주민들 모두 여권에는 화끈하게 싸워줄 사람이 없어서 너무 답답하다는 말들을 하셨다"며 "오래 전부터 민주당과 싸워온 제가 수영구 주민들을 대신해 힘껏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국민의힘의 부산 수영구 경선에서는 장예찬 무소속 후보(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현역인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을 꺾고 승리했다. 장 후보의 공천이 확정됐지만, 직후 설화가 터졌다. 장 후보가 20대 때 올렸던 페이스북 글들의 내용이 문제가 됐다. 이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공천 취소를 결정한 후 부산 진구을 경선에서 탈락한 정연욱 국민의힘 후보를 수영구에 전략 공천했다.
장 후보가 공천 취소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영구는 '3자 구도'가 됐다. 국민의힘에서 최고위원까지 지냈던 장 후보의 무소속 출마로 보수 지지자들의 표가 갈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동철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수영구의 판세는 관심이 집중된다.
부산=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부산=이승주 기자 gre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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