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 타고 ‘스파크’ 일으킨다… 음식 잘 ‘다마스’?

정상혁 기자 2024. 3. 30. 03: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주말]
직장인 배달 투잡 늘자
잘 나가는 소형 중고차

지난달 국산 중고차 실거래 1위는 기아 ‘모닝’(3627대)이었다. 13개월 연속 1위.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가 국토교통부 데이터를 집계한 것으로, 2위는 쉐보레 ‘스파크’(3277대)였다. 국내 경차(輕車)의 대표 주자가 나란히 1·2위. 특히 ‘스파크’는 2년 전 단종된 모델임을 감안하면 그 인기가 고무적이다. 이달 초 중고차 기업 케이카가 발표한 지난해 판매율 자료에서도 20·30·40·50대 전 연령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기름 적게 먹는 경차가 원래 ‘불황형 자동차’이긴 하나, 최근의 인기에는 이유가 하나 더 담겨 있다.

◇‘차팡’ ‘차민’ ‘차요’ 아시나요?

경기가 싸늘해질수록 인기는 뜨거워진다. 다마스, 스파크, 모닝(위부터 시계 방향). /한국GM·기아, 그래픽=송윤혜

“배달 시작하려는데 ‘모닝 LPG’ 파실 분 안 계신가요? 지방에는 매물이 없네요.” 전국 배달 기사 24만명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배달 세상’에 얼마 전 올라온 글이다. “’차팡’ 투잡 이틀째인데 그동안 제가 얼마나 돈을 팡팡 썼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근면한 한국인들,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퇴근 후에도 모닝과 스파크 좁은 운전석에 몸을 구겨넣는다. ‘차팡’은 ‘차량 쿠팡이츠 배달’의 줄인 말. ‘차민’(배달의민족) ‘차요’(요기요)도 있다. 좁은 골목에 용이하고, 오토바이나 전기자전거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경차로 배달 음식 앱 ‘콜’을 처리하는 것이다.

작아도 비바람은 문제없다. 실제로 강풍에 휘청이다 사고로 이어지는 오토바이가 여럿.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날 안전 문제로 오토바이 배달 운행이 저조하다 보니 차량 배달 수익이 커진다”고 한다. 그리고 적재량. “피자 10판이 오든 도시락 30개가 오든 문제 없다”는 것이다. “‘차팡’은 오토바이 두세대 물량을 한번에 칠 수 있을 때 진가가 발휘되는 것 같아요… 거래처 미팅 끝나고 사무실 들어오는 길에 치킨 값 벌었네요.” 한 투잡족(族)의 흥겨운 고백. 시간당 배달 3건 정도를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고수익은 아니지만, 지역과 노하우에 따라 대개 월 100만~200만원 수준을 벌어간다고. 한두달이면 중고차 값은 뽑을 수 있다. “집에 누워 있는 것보단 낫잖아요.”

◇차로 다닙니다, 노출 덜 되니까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차팡' 수익 인증 사진. 매일 2~3시간 정도 일했다고 한다. /디시인사이드

간섭이 없고, 아무 때나 시작하고 그만둘 수 있으며, 해당 경차로 기존 직장 출퇴근을 겸할 수 있다는 점도 ‘차팡’ 투잡 증가의 요소다. 그렇긴 하나 차량은 오토바이에 비해 기동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고, 주차도 골치다. 그럼에도 중고 경차를 검색하는 속내, 한 현직 라이더가 자신의 블로그에 털어놓은 그 이유는 바로 체면이다. “자동차 배달을 고려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그놈의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하는 게 클 듯합니다. 오토바이나 자전거에 비해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덜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아닌가요?”

시장은 커졌으나 배달은 여전히 ‘갑질’에 취약한 기피 업종이기 때문이다. “가게에서 화장실도 못 쓰게 하더라”는 불만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지 내에서는 헬멧을 벗고 다니라”는 아파트 주민들의 황당 갑질도 다채롭다. 차팡 6개월 차 라이더의 고백. “일 나갈 때마다 스스로 세뇌한다. 잘 씻고 단정하게 다니자. ‘차팡’이다 보니 맨 얼굴로 다니는데 단정하게 다닐 때 (배달 맡기는) 가게 분위기도 좋더라. 이것도 엄연히 ‘잡’이다.”

◇단종돼도 여전히 귀한 몸

1000만원 미만의 출고가, 넉넉한 적재 공간, 연료 냄새만 맡아도 간다는 용달계의 전설 다마스는 3년 전 대가 끊겼다. 그러나 중고 시장에서는 갈수록 인기가 치솟고 있다. 케이카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다마스 판매 기간은 전년 동기 대비 14일 빨라진 27일로 집계됐다. 매물이 나오고 팔리는 시간이 훨씬 짧아졌다는 얘기다. 감가(減價)도 적어 관리 잘된 차량은 800만원대에 가격 방어가 이뤄지고 있다. “(차팡 시) 다마스는 운전석이 높아 아파트 출입할 때 경비실이랑 통화하기 좋아요. 전부 LPG라 연료비도 싸고요.”

압도적 가성비, 그러나 다마스에 달린 짓궂은 별명은 ‘바퀴 달린 관짝’이다. 원가절감 탓에 에어백이 없고, 급정거 및 급커브에 차가 뒤집힐 수 있다고 한다. 무조건 안전 운전. 잡은 두 개여도 목숨은 하나니까.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