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먼 쇼
[아무튼, 레터]
피터 위어 감독의 영화 ‘트루먼 쇼’(1998)에서 주인공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리얼리티 TV 쇼를 위해 배우들로 가득 찬 대형 세트장에서 살아왔다. 이름이 트루먼(Truman)이다. 짐 캐리가 연기한 트루먼은 몇몇 사건을 겪으며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진실을 깨닫는 순간은 영화적으로는 코미디지만 그에게는 섬뜩한 공포였을 것이다.
세트장 밖으로 나가려는 트루먼에게 PD가 말한다. “어차피 세상은 속고 속이는 거야. 나간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아?” 트루먼을 훔쳐본 시청자들도 그와 같은 처지라는 뜻이다. 트루먼이 가상의 세트를 용감하게 박차고 나오며 쇼는 끝난다. 눈물을 훔치며 이 극적인 엔딩을 바라보던 시청자는 다른 볼거리를 찾아 아무렇지도 않게 채널을 돌린다.
요즘은 저마다 삶을 생중계하는 시대다. 유튜브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업로드한다. 누가 배우이고 누가 연출자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처럼 남을 훔쳐보는 것은 재미있다. 출근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지구 반대편에 있는 스페인 미남이나 브라질 미녀를 감상할 수도 있다. 사실은 ‘트루먼 쇼’처럼 매끄럽게 포장되거나 연출된 이미지들일 것이다.
비명횡사로 세 번 죽은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한 달 동안 가끔 나 몰래 ‘트루먼 쇼’를 찍는 중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고 해서 이 영화를 다시 봤다. ‘트루먼 쇼’에서 트루먼은 마침내 세트장을 벗어나며 진정한 사람(True-man)이 된다. 경선 방식과 룰을 납득할 수 없지만, 박용진 의원 말마따나 그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새드엔딩일지 해피엔딩일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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