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再입법과 전문간호사 지원책[포럼]

2024. 3. 2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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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간호법 제정안을 정부·여당이 일부 수정해 28일 국회에 다시 발의했다.

새 법안은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 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 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입법 목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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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간호법 제정안을 정부·여당이 일부 수정해 28일 국회에 다시 발의했다. 새 법안은 ‘모든 국민이 보건의료기관, 학교, 산업 현장, 재가 및 각종 사회복지시설 등 간호 인력이 종사하는 다양한 영역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고 입법 목적을 밝혔다.

지난해 폐기된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부분은 ‘지역사회’라는 문구였다. 의사 단체 등은 이 문구가 의료기관 밖에서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가능하게 해 1차 의료기관과 경쟁하고, 의료기사 직역(職域)의 업무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간호법 제정에 반대한 바 있다. 새 법안은 논란이 됐던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삭제하는 대신 그동안 법적 뒷받침 미비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던 PA(진료보조) 간호사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간호사가 재택간호 전담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했으며, 간호조무사의 학력 조건을 고졸 이하로 제한해 시대착오적인 규제라고 비판받았던 조항도 삭제하여 합리적으로 개선했다고 한다.

의료법과 별개로 간호법이 필요한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의료법의 관련 조항을 개정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현행 의료법이 일제강점기에 제정된 이후 지난 80여 년 동안 의료 환경이 엄청나게 변했는데도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사 등 타 직종과의 법적 업무 관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제시대와 달리 타 직종도 대학에서 전문교육을 받고 일정 자격을 갖춘 의료 인력으로 양성되고 있지만, 임상에서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채로 합법과 불법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새 법안은 PA 간호사에 대해 ‘자격을 인정받은 해당 분야에서 전문간호 및 의사의 포괄적 지도나 위임 하에 진료 지원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의사 인력이 부족해 전국에서 1만 명 이상의 PA 간호사가 이미 외래·중환자실·수술실 등에서 처방 대행, 수술 지원, 진단서 작성, 검사 등을 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을 반영해 PA 간호사의 업무를 법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못 한다면 의사들이 그 업무를 직접 맡도록 해야 한다. 내가 하면 합법, 남이 하면 불법이라는 식으로 방치해서는 곤란하다.

현재 PA 간호사 중에서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력이 전문간호사다. 전문간호사가 되려면 정부가 인정한 대학원 과정에서 해당 전공 분야의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일정기간 임상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그러나 전문간호사 자격증을 취득해도 임상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없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므로 차제에 이에 대한 보완도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제도적으로 별도의 간호수가를 만들어 적용한다.

의료 대란 속에서 전공의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PA 간호사의 업무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법적 불확실성까지 겹쳐 관련 입법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번 간호법 제정안은 앞으로도 수정 보완할 필요성이 여전히 적지 않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임상 현장에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불안한 상태에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여야가 이를 정치 쟁점화하기보다는 서둘러 입법화하기를 기대한다.

김진현 서울대 간호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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