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동원해 '셀프 신고'…억대 포상금 챙긴 전 노동부 수사관

기업의 지원금 부정수급 사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맡은 사건을 가족이나 지인이 먼저 신고한 것처럼 꾸며 억대 포상금을 받아 가로챈 전직 고용노동부 수사관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전직 고용노동부 고용보험수사관 A(61) 씨를 구속했다고 오늘(29일) 밝혔습니다.

경찰은 또 사기 혐의로 A 씨의 가족과 지인 등 19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A 씨는 2021년 6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기업의 고용유지지원금 부정수급 신고서를 15차례 허위로 작성한 뒤 포상금 2억 9천600만 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고용보험법에 따르면 고용유지지원금이나 실업급여 등을 부정 수급한 사실을 제보하면 신고자에게 포상금을 지급합니다.

다만 담당 공무원이 기업 등의 부정행위를 발견했거나 신고자 신원이 명확하지 않으면 포상금을 주지 않습니다.

범행 당시 A 씨는 중부지방고용노동청 부천지청 부정수급 조사팀에서 7급 고용보험수사관으로 근무했습니다.

A 씨는 자신이 파악한 고용유지지원금 부정 수급 사건들을 가족이나 지인이 제보한 것처럼 신고서를 스스로 꾸며 포상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는 가족이나 지인에게 포상금이 나오면 100만∼200만 원가량을 수고비로 제외하고 나머지를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았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기업 대표가 "우리 직원들을 강압적으로 수사를 했다"며 A 씨를 고발한 사건을 수사하다가 그의 범행을 확인했습니다.

A 씨에게는 사기 혐의뿐만 아니라 공전자기록위작,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도 적용됐습니다.

경찰은 A 씨의 범죄수익금 가운데 2억여 원을 기소 전 몰수 보전 신청을 통해 동결 조치하고, 고용노동부에는 "신고포상금을 지급할 때 신고자 신원을 추가로 확인해 달라"고 건의할 예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접수한 사건 신고서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고 일부는 신고인의 주소도 허위로 적혀 있어 의심스러웠다"며 "A 씨가 재직할 당시 모든 사건을 확인해 혐의를 입증했고 관련자 모두 검찰에 송치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