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스필버그, 당신이 옳았어요” 트리케라톱스 영화처럼 집단행동

이영완 과학에디터 2024. 3. 29. 07: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은 공룡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다.

당시 화면에 처음 등장한 공룡이 뿔 세 개가 달린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였다.

2편에서 트리케라톱스는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고 무리 지어 방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초식공룡인 트리케라톱스는 백악기 후기인 6800만년 전에 나타났다가 소행성 충돌이 부른 생물 대멸종기인 6600만년 전에 사라졌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무리 지어 방어했지만 화석 증거는 없어
美 와이오밍서 티라노 찾다 5마리 화석 집단 발굴
이빨 물리·화학 구조 비슷해 집단행동 첫 확인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가 무리 지어 이동하는 모습의 상상도. 미국에서 트리케라톱스 5마리가 함께 발굴되면서 영화처럼 생전 무리 지어 생활했음을 알 수 있었다./Naturalis
1993년 개봉한 영화 쥬라기공원에서 처음 등장한 공룡인 트리케라톱스. 1997년 2편에서는 육식공룡에 맞서 무리를 지은 모습이 나왔다. 과학자들이 27년 만에 화석을 통해 실제로 공룡이 집단생활을 했음을 확인했다./유니버셜 픽처스

1993년 영화 ‘쥬라기공원’은 공룡들이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에게 충격을 안겼다. 당시 화면에 처음 등장한 공룡이 뿔 세 개가 달린 초식공룡 트리케라톱스(Triceratops)였다. 2편에서 트리케라톱스는 육식공룡의 공격을 받고 무리 지어 방어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스필버그 감독의 상상력은 옳았다. 과학자들이 트리케라톱스 다섯 마리가 늪에 빠져 함께 화석이 된 모습을 발굴했다. 화석 중 이빨을 분석해 트리케라톱스가 영화처럼 집단 행동을 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티라노 찾다가 함께 묻힌 화석 발견

네덜란드 내추럴리스(Naturalis) 생물다양성 센터와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은 지난 27일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트리케라톱스 다섯 마리가 함께 살다가 죽은 증거를 찾았다”고 밝혔다. 그동안 트리케라톱스가 홀로 살았는지, 아니면 영화처럼 집단행동을 했는지 확인할 증거가 없었다.

초식공룡인 트리케라톱스는 백악기 후기인 6800만년 전에 나타났다가 소행성 충돌이 부른 생물 대멸종기인 6600만년 전에 사라졌다. 이름은 그리스어로 ‘뿔 세 개가 있는 얼굴’이란 뜻이다. 목 주변에는 망토를 펼친 것 같이 뼈가 들어있는 주름이 있다.

트리케라톱스는 몸길이는 8~9m, 키 3m에 무게는 5~9t인 대형 공룡이었다. 먹이는 백악기 후기에 풍부했던 양치류나 소철 같은 겉씨식물이었다. 지금까지 주로 미국 서부의 몬태나, 사우스다코타, 와이오밍주(州)에서 화석이 발견됐다.

내추럴리스 연구진은 2013년 여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트리케라톱스가 아니라 그 천적인 육식공룡 티라노사우루스(Tyrannosaurus)를 찾고 있었다. 예상과 달리 티라노사우루스가 아니라 뿔 세 개 달린 공룡 두개골이 잇따라 나왔다. 연구진은 10년에 걸쳐 트리케라톱스 5마리의 뼈 1200여 점을 발굴했다.

위트레흐트대의 지미 더 루지(Jimmy de Rooij) 박사는 “트리케라톱스가 함께 죽어 화석이 된 것은 평소 무리 지어 살았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더 루지 박사는 이 발견을 분석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트리케라톱스 화석이 발굴된 지층에서는 다른 공룡 뼈는 나오지 않았다.

더 루지 박사는 공룡 이빨의 물리적, 화학적 구성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트리케라톱스가 적어도 한동안 서로 붙어 지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또 트리케라톱스는 매우 천천히 느리게 성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에서 보듯 성장 속도가 느리면 부모가 오래 보살펴야 한다. 이 역시 집단생활을 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네덜란드 국립자연사박물관인 내추럴리스에 전시된 트리케라톱스 화석./Naturalis

◇초식공룡 무리 화석 잇따라 발견

오늘날 대부분 초식동물은 무리를 지어 육식동물에 맞선다. 초식공룡도 무리를 지어 다녀야 천적을 막는 데 유리했을 것이다. 2021년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은 2억년 전부터 초식공룡들이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이동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아르헨티나 파타고니아에서 발굴한 무사우루스(Mussaurus patagonicus) 화석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무사우루스는 기다란 목을 가진 거대한 초식공룡이다.

비슷한 시기에 갑옷을 두른 듯한 모양의 안킬로사우루스(ankylosaurus)와 오리주둥이공룡(Hadrosaurus)도 여러 연령대 화석이 함께 발굴되면서 집단생활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트리케라톱스가 무리 지어 다녔다는 흔적은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더 루지 박사의 지도 교수인 앤 슐프(Anne Schulp) 위트레흐트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네덜란드 국립자연사박물관인 내추럴리스는 이제 세계 최대 규모의 트리케라톱스 화석 전시관을 가졌고, 위트레흐트대는 네덜란드 최초의 트리케라톱스 박사를 배출했다”며 “더 루지 박사의 연구는 논문으로만 끝나지 않고 전시회도 열린다고 밝혔다.

내추럴리스는 오는 10월부터 6700만 년 전 트리케라톱스 다섯 마리가 함께 살다가 죽은 모습을 보여주는 세계 순회 전시를 시작한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의 지미 더 루지 박사가 2016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트리케라톱스 화석을 발굴하고 있다./Naturalis

참고 자료

Naturalis(2024), https://www.naturalis.nl/en/about-us/media/press-releases/triceratops-teamed-up-research-shows-that-five-three-horned-dinosaurs

Scientific Reports(2021), DOI: https://doi.org/10.1038/s41598-

Cretaceous Research(2021), DOI: https://doi.org/10.1016/j.cretres.2020.104633

PALAIOS(2017), DOI: https://doi.org/10.2110/palo.2017.060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