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올해 3조원 들여 부실 PF사업장 사들인다
공공 대형공사 지연 없도록
민관합동 PF 조정위 상설화
비주택 PF 보증도 첫 도입
공공 공사비에 물가 반영하고
층수·입지별 차이 둬 현실화
재건축 임대주택 인수가 상향
◆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
28일 정부가 내놓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방안'은 공공·민간을 아우른 전방위적 대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전문가들도 "공공제도는 뜯어고치고 민간에선 시장 기능을 살린 채 지원해 주기로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현재 공공부문 직접 공사비는 품셈(단위당 노력과 능률·재료 등을 수치화한 것)이나 표준시장 단가를 일률적으로 따른다. 하지만 앞으로는 입지나 건물 층수 등 시공 여건을 고려해 공사비를 다르게 책정한다. 지금은 건물 지하 2~5층 공사비를 같이 올렸다면 앞으로는 층마다 다른 요율로 올리겠다는 뜻이다. 다만 공사비 보정기준은 올해 말에야 확정될 전망이다.
물가 상승분이 공공 공사비에 잘 반영되는 정책도 추진한다. 지금은 건설투자 부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명목GDP를 실질GDP로 나눈 값)와 건설공사비지수 중 낮은 값을 적용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복합 반영하거나 추가적인 기준도 고려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부실 시공과 현장 안전 문제가 잦았는데 이를 해결하고 건설경기도 회복하려면 공사기간 연장과 그에 따른 공사비 증가가 필수적"이라며 "그간 분쟁만 잦았던 공공 공사비 논란에 증액 기준을 명확히 마련한 뒤 적용하는 건 중요한 정책 변화"라고 말했다.
공공 대형 공사의 '기술형 입찰'(총사업비 300억원 이상 고난도 공사) 제도도 뜯어고친다. 낙찰 탈락자에게 주는 설계 보상비 한도를 현행 공사비의 1.4%에서 공사 종류나 규모에 따라 실제 투입한 설계비 수준(1.2~2%)으로 개선한다. 특히 기술형 입찰 때 시공사에 불리하게 떠넘기던 인허가 비용이나 착공·준공식 비용도 입찰 조건에 포함하지 않도록 했다.
민간과 공공이 함께 수행하는 민관 합동 부동산 금융(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에선 조정위원회가 상설 운영된다. 위원회를 법정 위원회로 격상시켜 PF 사업 분쟁이 발생하면 즉각 조정이 성립되게 할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공공이 협의에 적극 임할 수 있도록 감사면책(감사원 사전 컨설팅)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파격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민간이 참여하는 공공주택에선 물가 상승분과 유사 공사의 계약금액을 고려해 공사비를 지난해보다 15%가량 끌어올리기로 한 점도 주목된다. 입찰에서 탈락한 업체에 대한 보상비도 기존 총사업비의 0.25%에서 0.5%로 2배 인상한다.
민간 공사비 관련 정책은 분쟁 예방에 초점을 뒀다. 기존 정비사업 대신 신탁 방식을 활용하면 재건축이 더 쉽도록 규제를 풀었다. 지금은 사업계획 인가 신청 때 전체 회의 의결과 함께 주민 동의를 충족해야 하지만 신탁 방식을 택하면 전체 회의 의결만으로 가능하게끔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재건축 때 조합에서 사들이는 임대주택에도 제값을 쳐주기로 했다. 이 가격이 오르면 조합의 추가 분담금이 낮아져 재건축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부실한 민간 건설사 땅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들여 정상화한다. 여기에만 올해 3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 LH는 다음달 5일부터 토지 매도를 희망하는 기업에서 가격을 제출받아 저가순으로 토지를 매입한다.
LH는 올 상반기 중 매입 1조원, 매입 확약 1조원 등 2조원의 자금을 들여 토지 매입을 시작하고 남은 1조원에 대해선 7월 중 공고할 예정이다. 기존에도 매입은 있었지만 매입 확약은 이번이 처음이다. LH가 확약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부터 2년간 매수청구권을 기업에 주고, 추후 이 기업이 LH에 매수를 청구하면 그때 토지를 사주는 방식이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해선 기업구조조정(CR) 리츠가 주로 매입할 수 있게끔 세제 지원책을 가동한다.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도록 지원하는 PF 대출 대체상환 보증 신청기간에도 여유가 생겼다. 기존에는 중도금 최종 납부 3개월 전까지 신청해야 했지만 이젠 준공 3개월 전까지만 하면 된다. 준공 전 미분양 PF 보증 때 필수 요건인 분양가 5% 할인도 폐지된다.
지식산업센터처럼 최근 공실이 늘고 있는 비주택 대상 PF 보증도 신설됐다. 법 개정을 거쳐 건설공제조합이 4조원 규모의 보증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 경우 그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독점해 온 주택 분양보증 시장도 비주택을 포함해 시장경쟁 체제로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서진우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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