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은 도박판? 위험회피에 딱이거든!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2024. 3. 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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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하루 거래량 953만계약
10년전보다 3배 이상 늘어나
국내증시 공매도 금지 상태서
헤지 수단으로 선물옵션 부상
개인도 1000만원 있으면 가능
과도한 레버리지 조심할 필요
"이익 극대화 목표로 삼기보다
손실 방어하는 전략이 적절"

국내 증시에서 공매도가 금지돼 있는 상황에서 파생상품이 효과적인 헤지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파생상품인 선물은 양방향 매매가 가능해 하락 과정에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종목 수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개별 주식 선물·옵션은 주식 종목의 가격 하락 방어나 매도 진입까지 직접적으로 할 수 있어 공매도의 대안으로 활용된다.

파생상품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파생상품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은 약 953만계약으로, 10년 전 277만계약에 비해 3배 이상 늘어났다.

선물은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지수, 통화, 금리, 주식 등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선물 거래는 미래 일정 시점에 특정 상품을 현재 합의한 가격으로 미리 사거나 파는 계약을 맺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상품은 코스피200을 바탕으로 한 코스피200선물이다.

선물은 거래금액 대비 적은 금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선물 거래 시 계약의 이행을 보증하기 위한 이행보증금을 증거금이라고 하는데, 첫 주문을 낼 때 지불하는 개시증거금은 약정 금액의 15%다. 계약을 보유하는 동안 유지해야 하는 유지증거금도 약정 금액의 10% 수준이다.

즉 계약금액의 일부만 있으면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레버리지 효과가 크다. 통상 레버리지가 20배 수준이다. 일일 정산을 통해 증거금을 관리함으로써 레버리지에 대한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파생상품은 기관의 헤지(위험 회피) 방안으로 주로 활용돼 개인의 비중은 낮은 편이지만 거래소는 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거래소는 파생상품 계좌 개설을 위한 기본예탁금을 기존 최대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대폭 낮췄다. 개인투자자의 참여 문턱을 완화한 것이다.

지난해부터는 국내 선물시장의 개장 시간이 기존보다 15분 앞당겨져 오전 8시 45분부터 오후 3시 45분까지 주간 거래가 가능해졌다. 일부 상품은 오후 6시부터 익일 오전 5시(서머타임인 경우 익일 오전 4시)까지 야간 거래도 할 수 있다.

거래소 제도를 개선해 다음달부터는 파생상품의 시세가 주식시장 수준으로 보다 자세하게 공표된다. 현재 단일가 시간에는 예상체결가격 외에 총호가수량·건수만 공표하고 있는데 여기에 예상체결수량, 3단계 예상우선호가 가격·수량건수, 3단계 예상우선호가 합계 수량·건수를 추가한다. 또 2001년 도입 이후 접속 거래만 가능했던 선물 스프레드 거래에 개장 전후 단일가 거래를 허용한다.

개별 주식 선물·옵션 종목도 더 늘어난다. 거래소는 주식선물 37종목과 주식옵션 5종목을 다음달 22일 추가로 상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주식선물 기초주권은 191개에서 223개로, 주식옵션 기초주권은 47개에서 52개로 늘어난다.

높은 레버리지로 인해 투기적 시장이라는 오해도 있지만 파생상품시장의 건전성 지표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 거래소에 따르면 파생상품시장의 올해 일평균 미결제약정 수량은 1204만계약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파생상품시장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56조원으로 전년(59조원) 대비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결제약정 수량은 늘었다.

미결제약정이란 매수나 매도 포지션을 취한 상태에서 청산되지 않고 남아 있는 계약을 말한다. 리스크 관리에 목적을 둔 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위험 관리를 위해 보통 포지션을 청산하지 않고 가져간다. 2014년 일평균 미결제약정은 273만계약에 불과했지만 10년 만에 341% 늘어났다. 파생상품이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해석할 만한 부분이다.

회전율도 낮아져 주목된다. 일평균 미결제약정 수량 대비 거래량을 계산한 회전율은 2014년 1.01에서 2020년 0.9로 떨어졌고 올해는 0.79로 집계됐다. 회전율이 낮을수록 투기성이 낮은 시장이다.

최근에는 개별 주식선물의 미결제약정 수량도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말 개별 주식선물의 미결제약정은 약 966만계약으로 지난해 말 672만계약 대비 44%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공매도 금지 이후 주식선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서는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환위험 헤지를 위한 통화선물 거래가 늘면서 미결제약정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통화선물 거래대금은 5조8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6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에 비해 거래량이 두 배 수준으로 급증한 엔선물의 경우 일평균 미결제약정 수량도 지난해 1만9900계약에서 올해 3만3000계약으로 67%나 대폭 늘어났다. 엔저 현상에 따른 엔화 관련 상품 직간접 투자가 증가하며 환율 위험 헤지 수요 물량이 유입된 영향이다.

업계에서도 시장 건전성을 높이기 위해 자체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선물회사 중 가장 업력이 긴 NH선물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STOP주문(손절주문)이나 OCO주문(손절·이익 동시주문) 등 손실 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주문 방법을 마련해뒀다. 또 'Yes Global'이라는 시스템트레이딩을 통해 직접 손실 관리가 가능하게 했다.

이현애 NH선물 대표는 "선물 거래 중 이익을 보는 경험을 하게 되면 자신감으로 이어지는데 과도한 자신감은 욕심이 돼 큰 손실로 돌아오는 사례가 많다"며 "중요한 것은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손실의 최소화"라고 말했다. 이어 "포지션 진입 시 꼭 손절 라인을 설정하고 거래한다면 꾸준히 오랫동안 효과적인 선물 거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명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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