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된 유통家 오너 2·3세... 세대교체 본격화

김은영 기자 2024. 3. 28. 15: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세계 2세 정용진·동원 2세 김남정 회장 승진
BGF 3세 홍정국은 부회장 승진... “책임 경영 강화”
전무 승진한 롯데 3세 신유열·한화 3세 김동선... 신사업 발굴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홍정국 BGF 부회장(왼쪽부터). /각 사

유통가 오너 2·3세 경영 시대가 본격적인 막을 올리고 있다. 업계 전반에 복합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오너 2·3세가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업계에선 이들이 경영 능력 입증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이날 이사회에서 10년만에 회장으로 승진했다. 김 신임 회장은 동원그룹 창업주인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차남으로, 지난 2014년 부회장에 선임됐다. 동원그룹 회장직은 지난 2019년 김재철 명예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뒤 5년간 공석이었다.

김 신임 회장은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동원산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원F&B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엔터프라이즈(동원산업 지주 부문의 전신) 부사장 등을 거쳤다.

부회장 승진 이후에는 10년간 10여 건의 인수합병(M&A)을 지휘하며 수산·식품·소재·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다. 최근 4년간 투자액만 1조3000여억원에 이른다.

동원그룹은 김 회장 승진을 통해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로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 미래를 위한 혁신을 가속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어갈 방침이다.

김 회장은 “지난 50년간 동원그룹을 이끌어 온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갈 것”이라며 “고객뿐 아니라 임직원, 관계사, 주주 등 모든 이해관계자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라고 했다.

지난 8일에는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이 1995년 말 입사한 지 28년 만이자, 2006년 부회장에 오른 지 18년 만의 승진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인사에 대해 정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을 ‘정면 돌파’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의 모친 이명희 회장은 그룹 총괄회장으로서 정 회장의 뒤에서 지원하지만,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 지위는 유지한다.

이마트는 지난해 29조4000억원대의 역대 최대 매출을 거뒀다. 그러나 쿠팡에는 못 미치는 매출(31조8000억원)로 업계 1위 자리를 내줬다. 또 신세계건설의 대규모 손실로 연결 기준 첫 영업손실을 냈고, 이마트 별도 기준 영업이익도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3% 줄어들었다.

이에 정 회장은 앞서 대중과 소통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도 중단하고 위기 극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작년 말 경영전략실을 ‘기능 중심의 콘트롤타워’로 개편하고 대대적 혁신을 주문한 데 이어, 최근에는 이마트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사적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정 회장은 아직 이사회에 참가하지 않고 있다. 이날 열린 이마트 정기주주총회에서 정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정용진 회장은 그간 등기이사가 아니어서 법적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보수는 많이 받는 등 책임 있는 경영자 모습을 보이지 않아 (이마트의) 경영 위기가 초래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본인도 이사회 참여를 통해 책임경영을 실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BGF그룹도 지난 2일 홍석조 회장의 장남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사장을 BGF 대표이사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BGF는 홍 부회장이 그룹 전반의 신성장 기반을 발굴하고 편의점 CU의 해외 진출을 통한 글로벌 역량 강화에 이바지했다며, 이번 승진 인사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적극적으로 육성함과 동시에 편의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주력 계열사에 대한 책임 경영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부사장),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전무),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상무)(왼쪽부터). /각 사

지난해 말엔 롯데그룹 오너가 3세 신유열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입사한 후 2022년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이어 8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가 됐고, 12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각각 1년도 안 된 시점에 상무와 전무로 연이어 승진했다.

신 전무는 현재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과 롯데바이오로직스의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며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룹의 신사업은 헬스앤웰니스(바이오·헬스케어 등),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분야다. 지난 5일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신 전무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에서 등기임원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도 지난해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김 부사장은 2022년 2월 갤러리아에 신사업전략부서를 신설한 뒤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수제버거 업체 파이브가이즈의 국내 입점 계약을 성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한화호텔앤리조트 외식부문 자회사인 한화푸드테크를 통해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를 인수했다. 또 ‘고메이494 한남’ 식품관에 푸드테크를 접목한 파스타 레스토랑 ‘파스타X’를 열 예정이다.

삼양라운드스퀘어도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CSO)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전 상무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겸직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기업 이미지(CI) 재단장을 추진했고, 직속 조직으로 라면 테스크포스(TF)팀을 신설해 신규 브랜드 ‘맵탱’을 기획해 디자인과 광고 등 전 과정에 참여했다.

이외에 대명소노그룹의 2세인 서준혁 부회장이 지난해 대명소노인터내셔널 회장으로 승진했다. 또 최병호 패션그룹형지 회장의 장남 최준호 사장도 지난해 말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