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손, 프로젝터 출시 35년…“산이나 분수에도 가능, 표면만 있으면 다 쏩니다”

이예린 기자 2024. 3. 2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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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연 한국엡손 비주얼 제품 사업팀장
프로젝터는 화상회의·스크린골프 등 천의 얼굴
출시 35년…22년째 세계 판매 대수 1위 기록
2002 월드컵 당시 호프집 중계에 ‘프로젝터 붐’
엡손 프로젝터 성장 가도 배경은 패널 제작 기술
현장 가서 현물 보고 현실 깨닫는 3현주의
화상회의 프로젝터 성장 잠재력 높게 평가
프로젝터 구매시 해상도보다 밝기 잘 따져야
김대연 한국엡손 비주얼 제품 사업팀장(상무) 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엡손 사무실 천장에 붙어 있는 프로젝터 영사대 아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인터뷰 = 이예린 산업부 기자 yrl@munhwa.com

TV 대용이나 화상 회의, 스크린 골프, 전시장, 학원 등에 쓰이며 ‘천의 얼굴’을 하고 있는 프로젝터. 서울 성동구에 자리잡은 크리스챤 디올 콘셉트 스토어 ‘디올 성수’의 빛나는 외관 역시 프로젝터 작품이다.

역사는 꽤 오래됐다. 세계 프로젝터 시장을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는 일본 제조기업 엡손은 1989년 최초의 프로젝터 ‘VPJ-700’(최대 100인치)을 선보였다. 이는 비록 소형이지만 컬러 액정을 구현하는 자체 기술이 적용됐다. 엡손은 올해로 프로젝터를 출시한 지 35년이 됐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퓨처소스컨설팅에 따르면 엡손은 22년째 세계 프로젝터 판매 대수 1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선 스크린 골프장이나 기업에 쓰이는 프로젝터가 특히 활황이다. 엡손의 한국 지사인 한국엡손 프린터사업부에 2000년 입사, 최근 10여 년간은 프로젝터 사업을 맡고 있는 김대연 한국엡손 비주얼 제품 사업팀장(상무) 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팀장을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엡손 사무실에서 만났다.

엡손이 1989년 선보인 세계 최초의 프로젝터 ‘VPJ-700’. 오른쪽은 서울 성동구의 크리스챤 디올 콘셉트 스토어 ‘디올 성수’가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엡손 프로젝터 ‘EB-PU2220B’를 활용해 전시한 미디어 파사드 전경. 한국엡손 제공

―옛날과 지금의 프로젝터를 비교한다면 뭐가 크게 달라졌나

“애플리케이션(적용되는 곳)이 정말 다양해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학교나 기업체에서의 프레젠테이션 용도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표면만 있으면 (빔을) 다 쏜다. 건물 외벽이나 바닥에도 투사하고, 분수에 ‘워터 스크린’을 만들거나 산에 용(龍)이 흐르도록 보이게 하기도 한다. 옷감에 패턴 출력도 가능하다.”

―엡손의 경쟁력은

“퓨처소스컨설팅이 500lm(루멘·빛의 밝기 단위) 이상 세계 프로젝터 제품군의 판매 대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기준 46.6%의 역대 최대 점유율로 1위를 달성했다. 2021년도에는 42.4%, 2020년도는 40.9%였다. 2020년에는 세계 누적 판매량 3000만 대를 기록했다. 관련 아이디어와 기술을 꾸준히 개발해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프로젝터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경쟁사는

“세계 프로젝터 2~4위 점유율을 합쳐도 엡손보다 못하다. 세계에서 팔리고 있는 프로젝터 둘 중 하나가 엡손 제품이고, 나머지 하나를 10개 넘는 회사가 나눠 팔고 있는 셈이다.”

―처음부터 잘됐던 건 아닐 텐데

“2002년 월드컵 당시 호프집에서 경기를 보는 게 유행하면서 ‘프로젝터 붐’이 일었다고 들었다. 당시 관련 사업 매출이 어마어마했다고 하더라. 월드컵이 국내 프로젝터 산업의 기폭제가 된 셈이다. 엡손의 프로젝터 사업 규모는 코로나 기점에서 조금 하락하기는 했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했다.”

―프로젝터 성장 가도를 꾸준히 달릴 수 있는 배경은

“엡손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부분이 가장 크다. 3개의 LCD 패널로 이미지를 만드는 ‘3LCD’ 패널을 직접 만든다. 그래서 타사보다 시장에서 훨씬 우위를 점하고 있다.

성장 가도의 또 다른 핵심 요인을 꼽자면 로컬 법인들과 소통이 매우 활발하다는 점이다. 본사가 각국 고객의 수요를 파악하기 위해 현장을 정말 많이 찾아다닌다. 현장 가서 현물 보고 현실을 깨달으라는 일본의 ‘3현주의’를 잘 따른다. 현장 중심주의다. 저희 한국에도 정말 많이 온다. 예컨대 국내 스크린 골프 사업자들을 직접 만나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고객이 불편을 느끼는 지점)를 교류하고 본사에 돌아가 이를 제품 개발에 바로 반영하는 식이다. 로컬 법인들끼리 의견 공유도 매우 활발하게 이뤄진다.”

―국내에서 집중하는 프로젝터 시장은

“화상 회의 프로젝터의 수요가 정말 많이 커지고 있다. 이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는 중이다. 코로나가 화상 회의 수요의 기폭제 역할을 했고, 요즘 대기업들은 기존에 전화로 했던 회의를 대부분 화상으로 돌리는 추세다. 그런데 아직 이걸 일반 TV로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65인치, 정말 큰 걸 쓴다 하면 85인치 정도다. 100인치 넘어가는 일반 TV가 없다. 그런데 65~75인치 화면에 숫자를 띄우면 큰 회의실에선 절대 잘 보이지 않는다. 화면 비율의 경우 예전엔 대부분 정사각형에 준하는 4:3이 쓰였다. 지금은 16:9에서 16:10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자료와 얼굴을 함께 띄우려면 21:9 정도의 넓은 화면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형 화면에 대한 수요가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엡손의 올해 목표는

“스크린 골프 시장이 한국엡손 프로젝터 매출의 30~40%를 차지할 정도로 성과가 좋기에 계속 공략하면서, 갓 태동한 화상 회의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한국엡손 프로젝터 매출에서 화상회의용 제품 비중은 현재 3%가 채 되지 않지만, 2024년 회계연도에는 5% 이상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들이 프로젝터를 구매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프로젝터를 살 땐 해상도보다 밝기를 잘 따져야 한다. 화면이 쨍해야 대낮에도 흐리지 않게 잘 보이고 활용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에는 밝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이를 교묘하게 표기하는 행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국제 표준 규격인 국제표준화기구(ISO)의 루멘 기준을 따르는 게 바람직한데, 일부 제조사들은 임의로 내부에서 밝기 기준을 만들어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화면이 아닌, 빛이 영사되는 프로젝터 바로 앞에서 밝기를 재는 식이다. 업계 선도주자로서 캠페인 등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해보려 한다.”

이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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