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다시는 고라니 귀엽지만…알고 보면 마음 아플 걸요?

김지숙 기자 2024. 3. 2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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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라니 한 마리가 가만히 서서 연신 입맛을 다신다.

반짝이는 코와 까만 두 눈, 긴 속눈썹, 보송한 털에서 초식동물 특유의 귀여움이 보인다.

센터는 "영상 속의 고라니는 차량 충돌로 인해 심한 뇌진탕 증세를 갖게 됐다"며 "(충돌의) 심한 충격 때문인지 눈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차량에 충돌한 야생 동물은 두부 외상 등으로 인해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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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충남야생동물센터, 구조된 고라니 공개
“차량 충돌로 심한 뇌진탕…시력 잃어”
풀숲에 숨어 있는 고라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고라니 한 마리가 가만히 서서 연신 입맛을 다신다. 반짝이는 코와 까만 두 눈, 긴 속눈썹, 보송한 털에서 초식동물 특유의 귀여움이 보인다. 그러나 영상이 찍히게 된 사연을 알게 되면 결코 귀엽다는 말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이하 센터)는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센터로 구조된 고라니의 모습이 담긴 짧은 영상을 공개했다. 센터는 영상에 ‘이 영상이 탄생하게 된 배경을 알고 싶다면?’이라는 자막을 달아 자세한 상황을 전했다. 센터는 “영상만 보면 정말 귀여운 고라니지만, 내막을 알게 되면 귀엽다는 말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센터는 “영상 속의 고라니는 차량 충돌로 인해 심한 뇌진탕 증세를 갖게 됐다”며 “(충돌의) 심한 충격 때문인지 눈이 보이지 않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가 지난 25일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차량 충돌로 시력을 잃은 고라니의 영상을 공개했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센터의 설명을 들어보면, 구조된 고라니는 안구 손상은 없는데도 시력을 잃은 상태다. 차량에 충돌한 야생 동물은 두부 외상 등으로 인해 눈이 갑자기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 주에 걸쳐 시력이 서서히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 센터는 이러한 가능성을 기대하며 고라니의 시력 회복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 해당 영상 역시 고라니의 시력 회복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촬영됐다.

고라니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에 오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전 세계 개체 수 대부분이 우리나라에 서식한다. 농작물 피해, 차량 충돌 사고, 농수로 조난사고 등이 잇따르면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 약 70만 마리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개체 수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해마다 유해동물 구제·수렵 등으로 11만 마리가 포획되고, 찻길 사고로도 1만 마리가 죽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고라니 포획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존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져 고립되어 있는 고라니.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제공

센터는 에스엔에스에서 야생동물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귀여움’으로만 소비하는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센터는 “정형 행동(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관찰되는 목적 없는 반복적 이상행동)으로 인해 문 앞에서 반복적인 점프를 하는 라쿤 영상에 ‘귀엽다’는 댓글이 도배된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깝다. 실제 영상 속 라쿤은 이미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센터는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에는 충분한 거리가 필요하다”며 “인간의 애정은 앞으로 자연으로 돌아갈 동물의 야생 적응을 방해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센터는 야생동물의 사진을 찍을 때도 충분한 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카메라를 거치해 두고 찍거나 멀리서 확대해 촬영해야 하며, 영상을 올릴 때는 야생동물의 상황을 다른 이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전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더 알고 싶다면
■ 멸종 앞둔 고라니…왜 죽여야 하죠?
https://hani.com/u/ODg2Mw
■ 농수로에 빠진 새끼 고라니를 구조해야 할까
https://hani.com/u/ODg2NA
■ 사살 포상금 걸린 ‘K사슴’ 고라니…공존할 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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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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