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본토박이잖아" vs "정권심판 가야지"… 흑석동이 변수?
'5선 도전 중진' 나경원에 '정치신인' 류삼영 도전
표 몰아주지 않는 '스윙보터' 지역… 이번엔 어느쪽?
"정권심판 해야죠."
4·10 총선을 14일 앞둔 지난 27일 머니S는 '한강 벨트' 한복판에 자리한 서울 동작을 지역구를 찾았다. 4년 만에 또다시 중진 대 신인의 구도로 치르게 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시민의 민심은 팽팽하게 갈렸다.
동작을은 동쪽으로 보수진영이 우세한 서초·강남·송파구, 서남쪽은 진보진영이 휩쓴 영등포·구로·관악·금천구가 이어진다. 서울에서 여야 세력권이 충돌하는 곳이기 때문에 이곳을 누가 장악하느냐에 따라 서울 전체 판세가 좌우된다고 본다.
흑석동·상도1동·사당1~5동으로 이뤄진 동작을은 4·10 총선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역대 총선에서 어느 한 정당에 표를 몰아주지 않는 스윙보터 지역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부터 17대 총선에서는 진보진영이, 18대부터 20대 총선까지는 보수진영이 깃발을 꽂았다. 직전 21대 총선에서는 정치신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나경원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를 7.12%포인트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국민의힘은 5선에 도전하는 '전국구 정치인' 나경원 후보를 통해 탈환을 노리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신인' 류삼영 후보를 내세워 수성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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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당동에 20년 넘게 살고 있다는 김모씨(80대·여)는 "나경원이 잘한다"며 "노인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을 주는 정책을 많이 했다. 나경원이 의원이었을 때는 복지관에도 지원금을 많이 줬다"고 말했다.
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앉아 있던 박모씨(80대·여)는 "류삼영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에서 높은 계급이었던 것만 봐도 머리가 영리한 사람 같다"며 "똑똑한 분이라 동네를 잘 이끌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남성골목시장에서 선거 유세를 하는 류 후보를 만났다. 류 후보는 '정권심판'이라고 쓰인 파란색 점퍼를 입은 채 시민들과 악수하고 명함을 건넸다. 그는 시장에 있는 가게를 돌며 "잘하겠습니다. 류삼영입니다"라고 외쳤다. 장을 보러온 시민들은 류 후보가 지나가자 하나 둘 씩 발길을 멈추고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류 후보는 "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못 살겠다. 도와달라'였다"며 "현 정권에 꺾이지 않는 마음과 주소를 옮기거나 다른 곳으로 떠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수도권의 한복판이자 가장 핫한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중진이신 분과 만났다"며 "인지도가 낮은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정권에 굴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명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권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표를 쓴 제 마음을 유권자가 알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나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것에 대해서는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지지율이 불리할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했다"며 "공식 선거 운동 기간 마이크를 잡고 더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겠다"고 각오을 다졌다. 그는 "하루에 0.5%포인트씩 올리겠다는 마음으로 꼬박꼬박 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멀찍이서 류 후보를 지켜보던 이모씨(50대·남)는 "정권심판을 위해 류삼영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경찰이 시민 위에 군림하려고 한다"며 "류 후보가 2년 전에 경찰국 신설을 반대해서 징계를 먹지 않았나. 현 정권의 부패를 막을 바람직한 후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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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넘게 흑석동에서 부동산을 운영 중인 주모씨(60대·남)는 "여기 주민들이 모두 재개발 조합원이기 때문에 이 지역이 잘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사람들"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뉴타운 지역 중 이미 재개발이 진행이 된 곳도 있고 진행을 추진 중인 곳도 있다"며 "그런 곳들이 부조리 없이 빨리 진행되도록 하는 후보를 뽑고 싶다"고 말했다.
흑석시장 입구에서 만난 김모씨(90대·남)는 "본토박이로 뽑을 것"이라며 나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그는 "지역 일꾼을 뽑는 건데 여기 살지도 않는 사람을 뽑을 수 없다"며 "동네를 잘 알아야 동네를 발전시킬 수 있고 나라가 발전한다"고 덧붙였다.
중앙대에 재학 중인 김모씨(20대·여)는 "지난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류삼영 후보가 중앙대에 왔다"며 "이 대표가 중앙대 출신이어서 류 후보에게 좀 더 눈길이 가는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후 5시30분 흑석역 3번 출구 앞에서 시민들에게 퇴근 인사를 하는 나 후보를 발견했다. 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점퍼에 큼지막한 피켓을 두른 나 후보는 거리낌 없이 시민의 등을 쓰다듬으며 인사를 나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던 시민들은 나 후보를 발견하자 사진과 사인을 요청했다. 몇몇 시민들은 "나경원 파이팅"을 크게 외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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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병원 앞에서 구두수선방을 운영 중인 서모씨(50대·남)는 "보수든 진보든 마음에 안 든다. 투표 안 할 것"이라며 "그래야 욕할 명분이 생긴다. 내 손으로 찍고 내 입으로 욕하는 건 웃기지 않나"라고 말했다. 벽면에 나 후보의 명함이 2개나 꽂혀있는 것에 대해 묻자 "주지 말라고 해도 와서 주고 갔다. 나경원이 싫은 게 아니라 서민들 고생은 생각도 안 하는 정치인들이 싫은 것"이라며 재차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중앙대병원 앞 교차로에 서 있던 박모씨(30대·남)는 "두 후보 중에 더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며 "서민이 더 잘 살게 해주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지금 정도만 유지하게 해줄 만한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차화진 기자 hj.cha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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