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와서야 옆사람이 “버스 파업이래요”…서울시민 대혼란

이지혜 기자 2024. 3.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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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새벽 서울 시내버스가 12년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서울시는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는 28일 새벽 4시 첫차부터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이날 첫차부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전체 서울 시내버스의 97.6%에 이르는 7210대가 운행을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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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야 온 안내문자, 출근 준비 바빠 못 봐”
지하철·택시 대란…서울행 광역버스도 파업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 버스 환승센터 안내판에 서울시내 버스들이 출발대기 등 운행 현황이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도착 예정 정보 없음”

28일 새벽 서울 시내버스가 12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다. 버스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파업 소식에 발길을 돌렸고, 지하철역은 여느 때보다 붐볐다. 이날 8시30분께 서울 양천구 진명여고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김아무개(40)씨도 정류장에 있던 시민들이 파업 소식을 전해준 뒤에야 벤치에서 일어섰다. 김씨는 “버스 타면 14분 걸릴 거리를 한 30분 걸어서 가야 할 것 같다”며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서울 신도림역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최아무개씨도 한참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가 뒤늦게 버스 파업 소식을 접했다. 최씨는 “버스가 계속 차고지에 있어서 꿈이라도 꾸나 싶었다”며 “급하게 출근하느라 안내 문자도 못 봤고, 시내버스 파업 안내 문구가 정류장에 붙어있는 줄도 몰랐다”고 말했다.

버스 파업 소식이 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탓에 혼란은 컸다. 대부분의 시민은 파업이 시작된 이날 아침에서야 휴대전화에 도착한 안내 문자를 보고 버스 파업 사실을 알게 됐다. 맞벌이 부부인 황아무개(40)씨는 “아이가 마을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야 하는데, 눈뜨자마자 마을버스 운행은 가능한지부터 검색했다”고 말했다. 버스 대란은 지하철로 옮겨붙었고, 일정이 급박한 시민들이 버스 대신 택시를 이용하면서 서울 택시 대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28일 아침 출근길 서울 신도림역 근처 버스 정류장 전광판에 ‘28일 시내버스 파업’ 안내 문구가 떠 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서울 시내버스 파업은 경기도민 출근길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행 광역버스도 파업 행렬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경기 성남시에서 서울 중구로 출근하는 손종호(27)씨는 “원래 집 앞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출근하는데, 마을버스 빼고는 모두 정보 없음으로 떴다”며 “결국 마을버스 타고 분당선 지하철역으로 가서 겨우 출근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백가영(25)씨도 “서울행 광역버스가 안 오길래 급하게 자가용을 타고 출근했는데 도로가 거의 주차장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 도심의 버스 전용차선은 텅 비어 있었지만, 나머지 도로는 자가용들로 빼곡했다.

버스를 타지 못한 시민들이 지하철로 몰리면서 지하철역은 평소보다 붐볐다. 이날 아침 서울 동북부에서 시내로 시민들을 실어나르는 우이신설선도 버스 승객까지 감당하느라 발 디딜 틈 없이 꽉 찼다. 정릉역에서 만난 우이신설선 안전요원 ㄱ씨는 “보통 8시40분 정도면 혼잡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데 오늘은 9시 넘어서까지 난리였다. 사고는 다행히 없었다”고 말했다.

경기 고양시에서 서울 충정로로 출근하는 30대 직장인 권아무개씨도 “아침 8시쯤 종로3가역에서 지하철 환승을 하는데 평소보다 훨씬 붐벼서 열차 두대를 맥없이 보냈다”며 “버스 파업으로 불편하긴 했지만, 요즘 물가가 하도 올라서 버스 기사들 입장도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28일 아침 출근길 서울 신도림역 근처 버스 정류장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소식을 알리는 시민 협조문이 붙어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서울시는 28일 새벽 4시 첫차부터 비상수송대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날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내버스 노사 간 임금협상이 28일 새벽 4시 결렬됐다”며 “시·자치구 비상수송대책본부를 중심으로 빠르게 교통대책을 마련했고, 시민의 출퇴근길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체 교통수단을 즉시 투입한다”고 했다. 이날 총파업으로 전체 서울 시내버스의 97.6%에 이르는 7210대가 운행을 멈춘 상태다.

우선 지하철은 1일 총 202회 늘려서 운영한다. 출퇴근 혼잡시간을 기존보다 1시간씩 연장해 열차 투입을 늘리고, 지하철 막차 시간은 종착역 기준 익일 오전 1시에서 오전 2시로 연장 운영한다. 지하철역과의 연계를 위해 25개 자치구에서는 무료 셔틀버스 총 119개 노선, 480대를 투입해 1일 총 4959회 운행한다.

또한 다산콜재단, 교통정보센터 토피스, 서울시 매체, 정류소의 버스정보안내단말기 등을 통해 실시간 교통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조속한 시일 내에 원만한 노사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가용 가능한 모든 교통수단을 동원해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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