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뿔이 달린 ‘악마혜성’이 오고 있다

곽노필 기자 2024. 3. 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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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악마 혜성'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12P/폰스-브룩스'(Comet 12P/Pons-Brooks)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등에 따르면 71년에 한 번씩 태양을 공전하는 지름 30km의 이 혜성이 해왕성 너머에서 날아와 27일 현재 지구에서 2억4천만km 떨어진 지점에 다다랐다.

이달 중 근일점을 통과하는 폰스-브룩스 혜성은 2059년 25억8천만km의 원일점(태양에서 가장 먼 지점)에 도달한 뒤 다시 태양을 향해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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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폰스-브룩스 혜성, 4월21일 태양 최근접
일반 혜성보다 밝아 맨눈으로 관측 가능
2023년 7월 폰스-브룩스 혜성의 화산 폭발 직후 61cm 망원경으로 찍은 사진. 마치 머리에 두개의 뿔이 난 듯한 형상이다. 사진 위쪽이 북쪽이다. Terry Lovejoy/skyandtelescope.org

일명 ‘악마 혜성’이란 별칭으로 불리는 ‘12P/폰스-브룩스’(Comet 12P/Pons-Brooks) 혜성이 다가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 등에 따르면 71년에 한 번씩 태양을 공전하는 지름 30km의 이 혜성이 해왕성 너머에서 날아와 27일 현재 지구에서 2억4천만km 떨어진 지점에 다다랐다.

이어 4월21일엔 근일점(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지점)에 도달한다. 이때 태양과의 거리는 1억1700만km이다. 이후 태양에서 멀어지지만 지구에는 더 가까워져 6월2일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2억3200만km 거리까지 다가온다.

핵에서 먼지·가스·얼음 분출되는 모습 ‘도깨비 뿔’ 연상

혜성은 타원형 궤도를 그리며 태양을 긴 주기로 공전하는 작은 천체로, 암석과 먼지, 얼음이 주성분인 핵과 이를 둘러싼 가스층 코마, 태양풍의 영향을 받아 우주로 날아가는 먼지와 플라스마가 형성하는 긴 꼬리로 이뤄져 있다.

‘악마 혜성’이란 이름은 핵에서 먼지와 가스, 얼음이 분출되는 모습이 마치 머리 양쪽에 난 뿔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졌다. 한국 전래동화 속의 도깨비 형상과 비슷해 ‘도깨비 혜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듯하다.

폰스-브룩스 혜성은 1812년 첫 발견자와 1883년 두번째 발견자의 이름에서 따왔다. 그러나 14세기 중국에도 이 혜성을 관측한 것으로 보이는 기록이 있다. 폰스-브룩스 혜성의 공전 주기는 1986년에 방문했던 핼리 혜성(공전 주기 76년)과 비슷하다.

3월7일에 촬영한 폰스-브룩스 혜성. 위키미디어 코먼스

더 밝게 빛나는 이유는 화산 분출

폰스-브룩스는 일반 혜성보다 더 밝게 빛나는 게 특징이다. 혜성 내부의 물질이 밖으로 분출되는 극저온 화산 활동이 일어나는 천체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혜성 표면 아래의 마그마에 녹아 있는 일산화탄소와 이산화탄소가 햇빛으로 혜성 지각에 균열이 생기는 틈을 타 표면을 뚫고 분출되는 것으로 본다.

영국천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화산 폭발 이후 여러 차례 폭발이 이어지며 밝기가 100배 증가했으며, 혜성의 암석 핵 주변의 수증기와 먼지 구름이 혜성 핵 크기의 7000배 이상으로 팽창했다. 가장 최근의 폭발은 3월1일에 일어났다. 지난해 7월 화산 폭발 당시 출현한 2개의 뿔은 이제 사라졌다.

폰스-브룩스는 앞으로 몇주 동안 겉보기 밝기 등급 4.5 정도까지 밝아지기 때문에 육안 관측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어둡고 달이 없는 하늘에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천체의 겉보기 밝기 등급 한도는 약 6등급이다.

폰스-브룩스 혜성이 근일점에 도달하는 때인 4월12일 일몰 후의 서쪽 하늘. 초승달과 목성, 혜성을 거의 나란히 볼 수 있다. 스텔라리움

5월 초까지 일몰 후 북서쪽 지평선 위에서 관측

혜성이 출현하는 하늘 영역은 일몰 후 북서쪽 지평선 위다. 천문학자들은 북반구에서 혜성을 관측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목성에 가장 가까이 있을 때인 4월12일 전후라고 말했다. 날이 갈수록 혜성이 출현하는 시각은 당겨지지만 5월 초까지는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4월8일 개기일식이 예정돼 있는 북미 지역에선 이날 두 가지 천문 현상을 함께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 근일점을 통과하는 폰스-브룩스 혜성은 2059년 25억8천만km의 원일점(태양에서 가장 먼 지점)에 도달한 뒤 다시 태양을 향해 다가온다. 다음 근일점 도달 시기는 2095년이다.

혜성의 꼬리는 유성우의 기반이 된다. 과학자들은 이번 폰스-브룩스 혜성이 오는 11월 말~12월 중순에 펼쳐지는 드라코니드 유성우의 주요 재료가 될 것으로 본다. 이 기간에 지구가 폰스-브룩스 혜성이 남긴 먼지 구름을 통과한다.

폰스-브룩스처럼 공전주기가 200년 미만인 것을 단주기 혜성 또는 지구근접혜성(NEC)라고 부른다. 이들의 근일점 거리는 2억km 이내다. 유럽우주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한 지구근접혜성은 122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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