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2심 재판부도 무기징역 선고…1심처럼 “평탄치 않은 성장 과정 고려”

검찰 “진지하게 반성하기 않고 재범 위험 높다” 항소 불구
재판부 “생명 박탈 예외적으로 행해야 할 냉엄한 형벌”

구속 수사를 받았던 정유정 모습. 연합뉴스

부산=이승륜 기자

괴외 앱으로 또래 20대 여성을 유인해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정유정이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정유정의 순탄치 않았던 성장 과정 등이 재판부의 양형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

부산고법 형사2부(판사 이재욱)는 지난 27일 오후 열린 정유정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정유정은 지난해 5월 A 씨를 과외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학부모인 척 유인한 뒤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직후 정유정은 A씨가 실종된 것처럼 꾸미려고 평소 산책하던 낙동강변에 시신을 유기했는데 혈흔이 묻은 여행 가방을 버리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택시 기사가 경찰에 신고해 범행이 발각됐다.

앞서 1심을 맡은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잔혹하게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 계획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면서도 "대법원의 양형 기준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에 부산지검은 "정유정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지 않으며, 재범 위험성도 높다"며 "유족들도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양형 사유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형이 선고될 필요가 있다"고 항소했다. 2심 결심공판에서도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사형은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로 극히 예외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며 "직업, 나이, 교육 정도, 가족 관계, 범행 동기, 사전계획 유무, 범행 수단과 방법, 결과의 중대성 등을 철저하게 심리해 사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의 평탄하지 못한 성장 과정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힘들다"며 "피고인이 아무런 처벌 전력이 없고 개선이나 교화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어려워 생명을 박탈하기보다 영구히 격리해 재범을 방지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다"고 양형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