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 하듯 꾸준히 지도”… 자폐아 돌보고 자립심 길러줘[고맙습니다]

2024. 3. 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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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 장애인 특수학교 선생님들
지난해 9월 필자의 손자가 다니는 특수학교 강당에서 열린 ‘약속왕 상품 전달식’. 가운데가 손자, 왼쪽은 담임 선생님, 오른쪽은 부담임 선생님.

이제 남의 손주 이야기를 들으려면 돈 5만 원을 내놓고 들으라는 분위기란다. 왜냐? 이 집 저 집 손주 자체가 귀하니 손주 이야기도 귀할 수밖에 없다. 저출산 시대의 웃픈 이야기지만 이 틈새에 우리 손자 얘기를 해야겠다.

2010년 1월 1일에 태어난 손자는 1년 늦은 올해 중학생이 되었다. 나는 2월에 손자의 초등학교 졸업식, 3월에 같은 건물에 있는 중학교 입학식에 참석했다. 딸 내외가 눈치를 주었지만 선생님이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고, 반 친구들 상태는 어떤지 궁금했다. 영화배우 ‘현빈’을 닮은 우리 손자는(친가 할아버지에 의하면) 아직도 말을 안 한다. 어떨 땐 답답하여 못 참겠다는 듯 괴성을 지르지만 시끄럽기만 하다. 매사 혼자 하기가 힘든 자폐성 장애로 활동보조인이 도와줘야 한다. 밤에는 그런대로 잠을 잤는데 이 며칠은 1∼2시간만 자고, 잘 먹던 밥도 요즘 며칠은 깨작거린다.

6년 전, ‘열심히 배우고 익혀 스스로 생활하자’(교훈)는 공립특수학교에 입학하던 날, 우리 어른들은 설레고 뿌듯하고 기대가 컸다. 더구나 낮 몇 시간은 손자로부터 해방되니 그게 어딘가. 아침 7시 30분에 학교 버스로 등교, 오후 3시 30분에 귀가하는 동안 외할머니와 활동보조인 이모할머니(처제)는 손자가 좋아할 만한 음식을 만든다. 나도 딸네 집으로 출근하여 손자가 이끄는 대로 손자 손목을 잡고 이 골목 저 골목 다닌다. 한길로 나서면 초긴장이다. 눈 깜짝하는 새에 손자는 고삐 풀린 말처럼 날뛰며 차도를 달린다. 나보다 키가 큰 손자를 따라잡기는 힘에 부친다. 이런 안전사고가 잦다 보니 손자 손목에 보호끈을 채운다. 아이는 보호끈을 보면 씩 웃으며 손목을 내민다. 참 미안하다. 해맑은 손자에게 보호끈은 영 안 어울린다.

초등 담임선생님과는 카카오톡 단체방을 통해 소통한다. 주간활동계획서를 통해 과목별 학습내용과 안내사항을 전달한다. “오늘은 9월 약속왕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우리 반 약속왕은 수업 중 착석하기와 열심히 집중하는 태도로 모범이 된 현빈(손주 가명)이가 뽑혔습니다. 선물로 짜파게티를 받아 친구들이 부러워했답니다.” 사진 속 손자가 의젓하다. “내일 오전에는 자연사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갑니다. 깔끔하고 활동 편한 복장을 부탁드립니다.”

3월 4일 중학교 입학식, 국민의례와 애국가 제창 순서에 손자가 몸을 비틀며 앉으려고 한다. 먼발치에서 이를 지켜보는 어른들은 속이 탄다. 옆에 야무지게 붙은 사회복무요원이 애를 먹는다. 교실로 옮겨 담임선생님으로부터 “스스로 하는 나! 함께 하는 우리!”(급훈) 1학년 2반 학급 소개를 들었다. “우리 반 학생은 남자3 여자3, 모두 6명이며 담임과 부담임, 실무요원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자녀들이 수업에 스스로 참여하도록 이끌고, 실수가 거듭돼도 다시 도전하도록 격려합니다”라며 사물함, 교실 안 화장실을 안내한다. 목이 잠긴 선생님은 “자녀 지도에 ‘신의 한 수’가 어디 있겠습니까. 우공이산(愚公移山) 비유처럼 부모님과 학교가 인내를 가지고 꾸준하게 지도하면 자녀들은 더디지만 언젠가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라고 한다.

입학 첫날 오후에 클래스팅 앱을 통해 아이 엄마에게 보낸 선생님 문자, “점심급식 후 현빈이가 옷에 설사를 많이 했네요. 아침에 배가 고픈 듯하여 우유를 먹이고 급식량이 많아 탈이 났나 봅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친구 여벌 옷을 입혀 학교버스에 태웠답니다^^.”

어제 우리 집은 주말부부 대신, 손자들 운동장도 갖춘 단독주택을 지어 딸네 집과 합쳤다. 현빈이는 물론 2살 아래 남동생도 새로 오신 활동보조 선생님을 잘 따른다. 어제 온 담임선생님 문자. “현빈이가 요즈음 수면 부족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 오늘 체육시간에는 강당에 보내지 않고 교실에 데리고 있습니다.” 가족 결속력과 신뢰받고 꼼꼼한 특수학교 선생님, 다정다감한 활동보조인, 따뜻한 이웃과 함께하는 한 손자의 자립 생활이 앞당겨지리라 기대한다.

현빈 외할아버지 노청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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