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텅 빈 버스정류장…새벽 파업에 발 묶인 시민들, 택시 쟁탈전

김양혁 기자 2024. 3. 2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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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6시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 버스정류장.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버스정류장이 텅 비었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박현재(32)씨는 "아침에 출근 준비로 정신이 없어 뒤늦게 파업 소식을 들었다"며 "택시를 타려고 해도 모두 승객들이 탑승 중이고, 호출 가능한 택시도 없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이날 파업으로 서울 시내버스 총 7382대 중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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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버스 노조 28일 오전 4시부터 파업
전광판 버스들 모두 ‘차고지’…어리둥절한 시민
“파업 알았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당혹
택시 ‘빈차’ 보이자 뜀박질, 택시 쟁탈전도
28일 오전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고속버스터미널역이 한산하다. /김양혁 기자

28일 오전 6시쯤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역 버스정류장. 이날 오전 4시부터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서 버스정류장이 텅 비었다. 버스 도착 예정 시각을 알리는 전광판에는 ‘차고지’라는 문구만 떠 있을 뿐이다.

이곳은 서울 시내에서 하루 버스 이용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 2022년 기준 25개 노선이 운영 중이며, 하루 승차만 9318건에 달한다.

도로 한 가운데 버스들만 달리는 버스전용차로도 한산했다. 경기도나 인천에서 서울을 왕복하는 빨간버스(광역버스)와 연두색 마을버스들만 가끔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강북으로 출근하는 시민들은 평소 이용하던 파란색 서울 시내버스 대신 빨간버스에 몸을 실었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 /김양혁 기자

이른 아침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파업 가능성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고속버스터미널역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50대 이은자씨는 “파업 얘기는 들었다”면서도 “버스가 아예 안 오는 것이냐”며 인근에 위치한 3호선 지하철역으로 발을 돌렸다. 바로 옆에서 대화를 듣던 60대 김모씨는 “지하철을 타는 게 낫냐”고 되묻기도 했다. 정류장에 서 있던 이들도 스마트폰을 보더니 이내 발길을 돌렸다.

이날 오전 6시 30분쯤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박현재(32)씨는 “아침에 출근 준비로 정신이 없어 뒤늦게 파업 소식을 들었다”며 “택시를 타려고 해도 모두 승객들이 탑승 중이고, 호출 가능한 택시도 없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결국 그는 직장 상사에게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정모(56)씨는 “일부 버스가 임시운행한다는 안내를 보고 걱정 없이 나왔다가 20분째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게 빨랐을 것”이라고 했다.

28일 서울 시내버스 노조 파업으로 택시를 기다리는 승객들. /조연우 기자

실제 일부 버스가 운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날 파업으로 서울 시내버스 총 7382대 중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약 98%가 운행을 중단하는 것으로, 운행 버스는 10대 중 1대도 채 안 된다. 사실상 버스 타기는 불가능한 상태라 시민들 불편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택시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마포구 공덕오거리 버스정류장에는 스마트폰으로 호출 가능한 택시를 찾는 직장인과 지나가는 택시를 보고 뛰어 가는 사람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송모(28)씨는 “오늘은 택시가 아니면 회사에 늦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탔지만, 매일 택시를 탈 수도 없는 노릇인데 얼른 원만하게 합의해서 이른 시일 내에 파업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택시를 기다리던 김모(27)씨는 “문제가 있으면 본인들끼리 풀어야지 왜 시민들 출퇴근길을 볼모로 협상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28일 오전 서울 시내버스 파업으로 택시를 타기 위해 뛰고 있는 직장인. /조연우 기자

서울시는 시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한다. 지하철은 출퇴근 혼잡 완화와 불편 해소를 위해 1일 총 202회를 늘려 운영한다. 막차 시간은 종착역 기준 익일 오전 1시에서 2시로 연장해 운행한다. 지하철 출퇴근 등을 빠르게 연계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는 무료 셔틀버스도 운행한다.

한편 서울 시내 버스 노사는 노조의 파업과 별개로 물밑 협상을 이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이 요구하는 12.7%의 시급 인상 폭을 어느 정도 수준에 합의할지가 관건이다. 서울 버스 노조가 파업한 것은 지난 2012년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20분간 부분 파업이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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