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검찰이 가져간 ‘영장 밖 휴대전화 정보’, 권한 없는 수사팀원도 접근

배지현 기자 2024. 3.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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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넷 접근 가능 검사·수사관은 다 볼 수 있어
사본 공유하면 권한 없는 수사팀원들도 접근”
다운로드 뒤 어떻게 저장·유통되는지 ‘확인 불가’
“누구도 접근할 수 없게 통제” 검찰 해명과 배치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들머리에 있는 검찰기.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윤석열 검증 보도’를 수사하는 검찰이 압수영장 범위 외 휴대전화 정보 등을 통째 저장해 위법 논란이 이는 가운데 일선 수사팀이 해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복수의 증언이 나왔다. 대검찰청은 “전체 정보는 해당 검사실을 포함한 어느 누구도 접근·사용할 수 없도록 기술적·절차적으로 엄격하게 통제한다”고 해명해왔다.

27일 복수의 검찰 전현직 관계자들은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에 올라온 전자기기의 전체 파일에 수사팀 관계자가 권한을 부여받아 접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파일을 내려받은 뒤 수사팀 내부에서 메신저나 유에스비 등을 통해 공유하며 수사에 활용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현직 검찰 간부는 “디넷에 접근 가능한 검사나 수사관은 올라온 자료를 다 볼 수 있고, (그들이) 사본 파일을 만들어 공유하면 권한이 없는 수사팀원들도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다”며 “관리에 미비한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검찰청은 ‘전체 정보의 경우 별도 관리돼 수사팀은 접근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검이 전체 정보 저장의 근거로 제시한 대검 예규에도 ‘접근 가능 예외’가 적시돼 있다. 예규 38조는 ‘소속 청 인권감독관의 승인’을 받으면 주임 검사 등이 전체 파일에 접근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신뢰성 분석 등’을 목적으로 삼으면 피압수자에게 알릴 의무도 없다. 원칙상 ‘수사팀 접근 금지’지만 규정에 예외가 있고, 이 틈을 활용해 실무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전체 파일에 대한 접근이 이뤄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사건을 처음 알린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확보한 디넷 화면을 봐도 ‘전체정보에는 수사팀도 접근할 수 없다’는 대검의 주장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 이 대표가 지난 2월5일 촬영한 디넷 화면에는 전체 정보(영장 범위 외)와 압수 과정에서 선별된 자료(영장 범위 내)가 같은 폴더에 존재한다. 2주가량 뒤 이 대표의 요구로 전체 자료를 삭제할 때도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 디넷에서 전체정보 자료를 삭제해줬다고 한다. 결국 윤석열 검증보도를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차원에서 전체파일을 삭제하거나 업로드·다운로드할 권한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증보도’로 서울중앙지검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가 지난 2월5일 찍은 검찰 디지털수사망(D-NET·디넷) 화면. 해당 화면에는 압수영장 범위 내에서 선별한 파일과 압수 범위 밖 정보가 포함된 전체정보(붉은색 네모칸) 자료가 동시에 보인다. 뉴스버스 제공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과 지휘부가 (이미지) 전체 파일을 살펴보다가 영장 범위를 벗어나 법정에 낼 수 없는 자료가 발견되면, (기존 압수물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아 증거로 삼는 식으로 활용하기도 한다”며 “전체 파일을 보면 전후 사정 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청구한 영장은 대부분 발부된다. (피의자에겐) 불리한 싸움”이라고 말했다.

디넷에서 자료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디넷 접속 기록은 서버에 남지만, 내려받은 파일의 유통 경로는 확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직 검찰 간부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디넷에서 정보를 다운로드한 뒤 그 파일이 어떻게 유통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실제 로컬 피시에 저장해두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로 인해 검찰 내부에서도 압수한 정보 관리를 검찰과 독립된 제3의 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 현직 검사는 “제3의 기관에서 포렌식과 자료 보관을 전담하고 검찰이 자료를 요청하면 심사를 거쳐 관련 정보를 내어주는 등의 대안이 필요하다”며 “현재는 포렌식이 같은 내부 기관이다 보니 검사의 영향력이 강하게 미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이 영장 범위 외 전자정보 등 전체 자료를 보관하는 근거로 제시한 자체 예규 ‘디지털 증거의 수집·분석 및 관리 규정’도 존속기한이 지나 효력이 사라진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예규의 존속기한은 지난 1월1일까지다.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의 휴대전화 정보 등을 디넷에 업로드했던 지난 2월5일에는 해당 예규가 폐기된 상태였기 때문에, 검찰의 영장 범위 외 정보 보관에 대한 법적 근거는 더욱 약해진 상황이다.

배지현 정혜민 전광준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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