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 아파트 3억에" 파다한 소문…중개업소 전화통 불난다

이송렬 2024. 3. 2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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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성동 등 전셋값 상승 지역 중심 갭투자 증가
"시장침체, 과도한 투자 지양해야" 목소리도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한경DB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집값이 주춤한 가운데 전셋값이 빠르게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 대표는 "요즘 들어 갑자기 갭투자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며 "이러다가 그분들(갭투자 투기꾼)까지 몰려올까 겁난다"고도 말했다.

28일 부동산 정보제공 앱(응용 프로그램)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최근 3개월(지난 1월 이후, 전날 기준) 서울에서 갭투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송파구로 33건을 기록했다. 직전 3개월 전보다 7.3% 증가했다. 이어 △성동구 27건 △노원구 26건 △강동구 23건 △마포구 22건 △강서구 22건 등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송파동에 있는 '송파' 전용 83㎡는 지난 1월 7억8000만원에 손바뀜한 후 보름 정도 뒤인 지난달 3일 5억7000만원에 세입자를 찾았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는 2억1000만원이다.

마천동에 있는 '송파파크데일2단지' 전용 59㎡는 지난 1월 8억원에 새 주인을 찾았는데, 지난 9일 5억2000만원에 전세 임차인을 들여 매매가와 전셋값 차이가 2억8000만원이었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업소에 갭투자 관련 매물이 붙어있다. /사진=이송렬 기자


송파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송파구 집값은 주춤한 상황인데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며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본 일부 투자자들이 갭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옥수' 전용 49㎡도 지난 1월 4억9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으면서 같은 날 2억7000만원에 전세를 놨다. 매매가격과 전셋값은 2억2500만원 차이다. 같은 구 성수동2가에 있는 '성수우방2차아파트' 전용 84㎡도 지난 1월 9억5000만원에 팔렸는데 지난달 29일 6억원에 세입자를 들였다.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3억5000만원 수준이다.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B 공인 중개 대표는 "한 단지에선 갭투자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3~4명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요즘 들어 갭투자 문의가 갑자기 늘어났다”고 전했다.

갭투자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매매가격은 보합권에 머물고 있는데 전셋값이 오르면서 가격 차이가 좁혀져서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아파트가격동향에 따르면 1월 이후 서울 집값은 0.32% 하락했지만, 전셋값은 0.65% 올라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

성동구는 지난 1월 이후 전셋값이 1.72% 올랐지만, 집값은 0.36% 내렸고, 노원구도 전셋값은 1.29% 오른 반면 매매가격은 0.44% 빠졌다. 송파구도 전셋값은 0.24% 뛰었지만 집값은 0.3% 하락했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매매 가격은 보합이거나 하락하면서 전셋값은 오르는 지역들에서 갭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이들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급지의 2군 지역이다. 상급지 집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들 지역 역시 같이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하고 미리 선점에 나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갭투자가 많았던 지역들의 매물을 살펴보면 신축보다는 구축에서, 큰 면적대보다는 작은 면적대에서 거래가 많이 이뤄졌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올해 들어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 돈을 조달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투자자들이 되도록 자기자본이 덜 들어가는 매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구축과 작은 면적대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전세 매물 안내문. /사진=뉴스1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현재 시장은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면서 '줄다리기'를 하는 상황"이라면서 "갭투자를 한 투자자들은 시장 분위기가 살아날 것이라고 보기 때문에 나서는 것이다. 총선 이후엔 힘의 균형이 어디로 쏠리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인 만큼 투자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시장이 호황기일 때와 비교하면 현재 갭투자 거래량은 예전으로의 회복 수준"이라면서 "전세가율이 70% 이상으로 높은 물건인데다 거래가 잘 안되는 구축은 '깡통전세(전세 보증금이 주택 매매가를 초과한 상태)'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갭투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액이 적은 집에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의 비율)이 높을수록 투자에 들어가는 자본이 적어진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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