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빗물터널 공사, 이번엔 유찰 피했다···"공공 공사비 현실화 확산돼야"

김태영 기자 2024. 3. 2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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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도림천·강남역 빗물터널 공사,
입찰자격 사전심사에 1곳씩 총 3곳 신청
2번 유찰된 끝에 공사비 15% 인상
"공공공사 공사비 산정 체계 개편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 23일 서울 양천구 목동빗물펌프장 내 대도심 빗물터널을 방문해 유출수직구 하단 앞에서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서울시가 2022년 집중 호우 피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추진한 대심도 빗물터널 건설 사업이 난항 끝에 시공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선정이 앞서 두 차례 유찰됐지만, 시가 공사비를 증액하면서 사업장별로 한 곳씩 총 3개의 건설사가 참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에서는 주요 기반시설 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서울시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26일 마감한 3곳의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 공사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에 각각 DL이앤씨(광화문), 대우건설(도림천), 코오롱글로벌(강남역)이 컨소시엄 형태로 신청서를 제출했다.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는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려는 업체의 공사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다. 앞서 광화문·도림천·강남역 대심도 빗물배수터널 건설 공사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공고를 냈지만 사전심사를 신청한 시공사가 한 곳도 없어 모두 유찰된 바 있다.

공고 세 번 만에 참여하겠다는 시공사들이 나타난 것은 시가 공사비를 13~19% 가량 인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전 입찰 과정에서 시공사들은 시에 공사비가 20% 가량 올라야 적정 수준이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시는 기획재정부에 삭감됐던 예산을 인상해줄 것을 요청했다. 협의 끝에 광화문 빗물터널은 2432억 원에서 2748억 원(+13%)으로, 도림천 빗물터널은 3569억 원에서 4262억 원(+19.5%)으로, 강남역 빗물터널은 3934억 원에서 4494억 원(+14.2%)으로 공사비가 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증액된 금액도) 경쟁 입찰이 펼쳐질 정도로 높은 금액은 아니다”라며 “이전부터 세 업체가 빗물터널 사업을 위해 많은 준비를 해 왔고 공사비도 어느 정도 인상된 만큼 단독 입찰로 정리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시는 각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기 위한 후속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공고가 경쟁입찰 방식으로 났기 때문에 향후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재공고를 내야 한다. 2028년 연말께 빗물터널을 완공하는 것이 시의 계획이다. 대심도 빗물터널은 기후변화로 극한 호우가 잦아지면서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2022년 8월 서울에 100여년 만의 강우가 내려 10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극심한 피해가 발생했을 당시, 빗물터널이 가동된 양천구 신월동은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주목을 받았다.

2022년 8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이 서울시의회 앞에 마련된 폭우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업계에서는 국민의 안전 및 편의와 직결된 주요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이 적기에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공공 공사는 수익성이 좋지는 않지만 안정성이 높은 편이라 요즘 같은 불황기에 기댈 수 있는 대표 먹거리로 꼽힌다. 이에 정부도 올해 편성된 SOC 예산의 65%(12조 4000억 원)를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결정했지만 공사비 인상이 뒤따르지 않으면 유찰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주요 국책 사업을 포함한 대형 건설공사의 유찰률은 2022~2023년 68.8%로 이미 높은 상태인데 공사비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기술원이 집계하는 건설공사비지수(2015년=100)는 올해 1월 154.64로 지난해 1월(150.84)보다 2.5% 증가했다.

대건협 관계자는 “정부가 예정 공사비를 산정할 때 과거의 가격과 낙찰률에 기반하다 보니 가파른 공사비 인상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며 “공공공사 사업 지연은 국민 불편과 피해까지 야기하는 것인 만큼 경직된 공사비 산정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조만간 공공공사 공사비 현실화 대책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전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해 보증자금을 추가 공급하고, 'PF 정상화 펀드'를 통한 신규 대출을 허용하는 내용의 지원책을 발표했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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