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생각도 못했는데 웬일”…서울 9만가구 숨통 트였다는데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한창호 기자(han.changho@mk.co.kr) 2024. 3. 28.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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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재건축·재개발 지원’ 발표
과밀단지 149곳 8만7000가구
법적상한보다 용적률 1.2배 쑥
리모델링 쏠린 이촌, 재건축 선회 관심
용산구 산호아파트. [매경DB]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져 소외받던 낡은 아파트 단지가 리모델링 대신 정비사업 기회를 잡게 됐다. 서울시가 임대주택을 줄이고 분양주택을 늘릴 수 있는 ‘보정계수’ 제도를 새로 도입했기 때문이다. 이미 중고층인 과밀 단지의 기존 용적률을 인정하고 필요시 용적률을 법적 상한보다 1.2배 늘려줄 계획이다.

서울시는 27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건축·재개발 2대 사업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사업성 개선과 △공공지원 2개 부문에서 10가지 대책을 세웠다. 먼저 규제를 풀고 인센티브를 제공해 사업성을 높여줄 계획이다. 최근 고금리와 공사비 인상으로 재건축 단지들이 수억 원에 달하는 ‘분담금 폭탄’을 맞으며 사업이 지지부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사업성 보정계수’란 제도를 도입한다. 소형 평형이 많고 땅값이 낮아 분양수입이 적은 단지를 보충해줘 사업성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또 재건축 단지가 우수 디자인 등을 조건으로 받는 ‘허용 용적률 인센티브(최대 20%포인트)’를 활용한다. 대개 용적률 최소치인 기준용적률(3종 주거지 기준 210%)에서 이런 인센티브를 최대로 받으면 허용 용적률(230%)까지 높일 수 있다.

허용 용적률에 기부채납에 따른 인센티브(20%포인트)를 더한 것이 상한용적률(250%)이다. 또 상한용적률에서 법적상한용적률(300%)을 채우려면 ‘용적률 증가분의 절반(25%포인트)’을 임대주택으로 부담해야 한다.

기준용적률(210%)→허용용적률(230%)→상한용적률(250%)→법적상한용적률(300%)로 구성되고 용적률을 올릴 때마다 각종 부담이 따라붙는다.

서울시가 발표한 보정계수를 활용하면 허용 용적률 최대치가 지금보다 20%포인트 오른다. 임대주택이 줄고 분양주택이 늘어나는 효과다.

예를 들어 현재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재건축 단지는 용적률을 최대 300%까지 올릴 수 있다. 하지만 사업성 보정계수를 넣으면 허용 용적률이 250%로 오르게 된다. 기부채납을 하면 용적률이 270%까지 오른다. 이후엔 남은 용적률이 30%에 불과하다. 이 중 절반인 15%만 임대주택을 지으면 되는 셈이다. 결국 임대주택이 기존 25%에서 15%로 줄게 된다. 대신 분양주택 비중이 275%에서 285%로 10%포인트 늘어나 사업성이 개선된다.

서울시는 이 제도를 동북권 일대 아파트에 집중 적용할 예정이다. 유창수 행정2부시장은 “노원구 상계·중계처럼 분양가가 낮은 지역에 적용한다”며 “강남을 제외하면 대부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형 평수가 많아 분담금이 5억원 가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진 상계주공5단지가 대표적 수혜처다.

용적률이 이미 200% 중반이라 보정계수를 도입해도 효과가 미미한 ‘과밀 단지’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이는 강남권에도 적용되는 사안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30년 이상 된 서울 노후 단지 가운데 용적률이 230% 이상인 단지는 총 149곳(8만 7000가구)이다. 용산구 한강삼익(260%), 마포구 도화우성(240%), 동작구 사당극동(248%), 도봉구 방학우성1차(247%), 노원구 중계현대2차(252%) 등이다. 이곳들은 현재 용적률이 허용 용적률(230%)보다 높아 1대1 재건축을 해도 공공기여를 많이 해야 했다. 사업성이 낮아 재건축도 상당히 어려웠다.

유창수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27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서울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승환 기자]
서울시는 앞으로 과밀 단지는 ‘지금 현재 용적률’을 허용 용적률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또한 과밀 정도를 고려해 법적 상한 용적률의 1.2배까지 규제를 더 풀어준다.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노후 과밀 단지라면 용적률을 360%까지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용적률을 이같이 받으면 분양 물량을 대폭 늘릴 수 있다. 용적률이 높아 리모델링을 추진해왔던 용산구 동부이촌동 노후 단지들이 재건축으로 선회할지도 관심이다. 이곳에는 한가람, 한강대우, 이촌우성, 이촌코오롱, 이촌강촌 등 용적률이 300% 넘어서는 곳이 많다.

역세권(반경 350m) 중심으로 고밀 복합개발이 필요한 지역은 준주거지역(최대 용적률 500%)까지 용도지역을 상향한다. 다만 서울시는 “일자리 창출, 노인·유아 돌봄 등 시 정책과 연계된 시설 도입을 전제로 한다”고 말했다. 1종→ 2종, 3종→ 준주거로 종상향하는 데 따른 공공기여 비중도 당초 15%가 아닌 10%로 낮춘다. 3종에서 준주거로 종상향 예정인 강남구 압구정3구역과 영등포구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재개발 요건도 완화한다. 당초에는 4m 이상 도로에 맞닿아 있으면 기반시설이 양호하다고 판단해 재개발이 어려웠다. 이 규정을 6m 미만 도로까지로 완화한다. 서울시 재개발 가능 면적이 기존 484만㎡에서 1190만㎡으로 2.4배 넓어지는 효과가 있다. 광진구 중곡동, 중랑구 중화동·묵동 등 1970년대 ‘토지구획 정리사업 시행지구’로 지정됐던 지역에서 재개발이 시작될지 주목된다. 이들 지역은 노후도가 심각하지만 인접한 도로가 있어 그간 재개발이 이뤄지지 못했다.

재개발 활성화를 위해 자연경관지구·고도지구 규제도 풀어준다. 산 중턱에 주로 지정되는 자연경관지구는 현재 건물을 지을 때 높이가 12m로 제한돼 있다. 이를 20m로 올려줄 방침이다. 고도지구는 20m에서 45m 이상으로 완화해 산자락 노후 주택단지도 개발되도록 한다.

최근 공사비 갈등이 정비사업 지연의 요소가 되는 만큼 사업장 관리도 강화한다. 초기 융자 지원 예산을 작년(248억원) 대비 21% 늘린 300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19일 발표한 표준공사계약서를 적극 활용하도록 권장할 계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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