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의 고통, 내 자식은 모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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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풍습에 아이가 태어난 지 3일째 되는 날 사람들을 초대해 잔치를 베풀며 아이의 몸을 씻기는 것을 '세아(洗兒)'라고 한다.
아이가 총명하길 바라는 것은 부모의 인지상정이지만 시인은 반대로 어리석길 바랐다.
아들이 자신이 겪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시나 영화 속 아버지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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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유고슬라비아의 혼란한 정치 상황을 다룬 에미르 쿠스투리차 감독의 ‘아빠는 출장 중’(1985년)에서도 할례(割禮)를 앞둔 여섯 살배기 아들의 목욕 장면이 나온다. 영화 속 아빠 메샤는 설화(舌禍)로 곤경을 겪는다. 아빠는 기차에서 무심코 내뱉은 감옥 같은 세상이란 말 한마디 때문에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내지는데, 떠나기 앞서 아들 말리크의 할례를 지켜보면서 착잡해한다. 하지만 말리크는 엄마의 말대로 아빠가 출장 간 줄로만 안다. 시간이 지나 아빠가 돌아왔지만 가족은 사라예보를 떠나 낯선 즈보르크로 이주할 수밖에 없게 된다.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말리크는 성적이 좋아서 공산당의 선전 행사에 소년단 대표로 참석하게 된다. 아빠는 성적이 좋다는 것이 더 안 좋을 수도 있다며 말리크가 혹시라도 자신처럼 말실수를 할까 노심초사한다.
아들이 자신이 겪은 고통을 반복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시나 영화 속 아버지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 위 시는 후일 논란을 일으킨다. 어떤 주석가는 시 속에 세상을 질시하는 뜻이 숨겨져 있다고 보았고(查慎行), 지식인들은 자식이 어리석길 바란다는 말에 의문을 표하곤 했다. 그래서 윤기는 첫아들을 얻고 이 시의 뜻이 옹졸하다며 시의 뜻을 뒤집어 시를 쓰기도 했고(‘余今年二十有五, 而始有弄璋之喜……’), 김택영은 이 말이 시인의 진의가 아닐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贈張生孝若’). 자식이 둔하고 어리석어 아무 탈 없이 높은 벼슬에 오르라는 말은 언뜻 모순된 바람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아빠의 아들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뭐라 허물할 수 있을까.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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