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타조의 가출
최근 경기 성남 도심에 출몰했던 타조는 인근 생태 체험장에 살던 수컷 ‘타돌이’였던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타돌이는 한 달 전 여자 친구였던 암컷 ‘타순이’를 잃은 뒤 특이 행동을 보여왔다고 한다. 두 타조는 4년 동안 함께 지낸 사이였다.
타돌이를 기르는 생태 체험장 대표 A씨는 본지 통화에서 “지난 26일 생태 체험장에 출근하려 했는데, 이전에 방문했던 손님들에게 ‘길거리에 타조가 뛰어다니는데, 그곳에 있던 타조가 아니냐’는 연락을 받았다”며 “다급히 사육장에 가보니 타돌이가 사라져 있었고, 철제 울타리 문이 열려 있었다”고 했다. 울타리 문이 완벽히 닫혀 있지 않은 상태에서 타돌이가 문을 밀었고, 열린 문틈으로 탈출했다는 것이다.
사육장을 탈출한 타돌이는 26일 오전 9시 30분쯤 생태 체험장에서 1㎞가량 떨어진 성남 중원구 도심에 나타났다. “타조가 도로를 다니고 있다”는 신고가 여러건 접수됐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은 오전 10시 24분쯤 중원구 상대원동의 한 공장 건물 앞에서 타돌이를 발견하고 포획했다.
A씨는 타돌이의 탈출이 최근 폐사한 여자 친구 타순이와 관련됐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 4월에 출생한 타돌이는 타순이와 함께 생후 3개월 만에 이곳 생태 체험장에 왔다. 지난달 원인 모를 병으로 타순이가 세상을 떠나자, 타돌이는 식사량도 줄고 우울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 좋아하던 당근과 양배추 껍질도 잘 먹지 않았다. A씨는 “순둥이였던 타돌이가 가출을 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짝을 잃고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생태 체험장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한다는 말도 나왔다. 10종 이하의 야생동물·가축을 기르는 생태 체험장은 동물원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 때문에 지자체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는다. 동물 보호 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동물원법 적용을 받지 않고 가축을 전시하는 생태 체험장 형태의 사업장은 전국적으로 우후죽순 늘어났지만,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행정력이 미치지 못해 자칫 관리 소홀과 동물 학대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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