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尹정부 중간 평가 해달라” 안철수 “尹에 할말 하는 사람 나뿐”
경기 성남시 분당구는 ‘천당 아래 분당’으로 불리며 경기도 내 대표적인 여당 강세 지역으로 꼽혔다. 그중에서도 ‘분당갑’은 한때 ‘강남의 아들’로도 불렸다. 그런데 이곳에서 여야 후보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다. 높아진 정권 심판론을 분당도 피해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27일 오전 6시 30분 성남 분당구 현대백화점 판교점 앞 사거리에서 출근길 인사로 첫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주로 탄 버스와 승용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허리를 90도로 숙여 인사하기를 1시간 동안 반복했다. 한 중년 여성은 이 후보에게 다가가 “이번에 꼭 당선돼 고집불통 대통령 좀 혼내달라”고 했다.
이 후보는 기자에게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3년 차 중간 평가”라며 “서민들은 물가가 오르고 살기가 어렵다고 하고, 분당갑에 속한 판교는 정부의 R&D(연구·개발)와 모태 펀드 등의 예산이 줄면서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안 후보가 재건축과 교통 문제 등 지역 현안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것도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안 후보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는 데 대해선 “힘 있는 여당 후보론을 내세우더니 이제 와서 차별화하는 것이냐”고 했다. 분당갑 주민 이모(61)씨는 “안 후보는 지난 대선 때 단일화하며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출근길 인사를 마친 뒤 서울 여의도 국회로 가 기자회견을 열고 ‘단계적 의대 증원’을 요구하면서 “이공계 황폐화 우려에 대한 확고한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이미 과학기술 예산 삭감으로 이공계 현장은 울고 있다”고 했다. 판교에 IT 기업이 밀집한 것을 의식한 것이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가는 길에 회견을 준비 중인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마주쳤다. 이 후보는 조 대표에게 “이렇게 만나네, 이렇게 만나”라며 나란히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후보는 이날 첫 일정으로 라디오 인터뷰를 한 뒤 오전 8시 30분 분당구 이매동 이매초등학교 앞으로 가 등굣길 인사를 했다. 안 후보 측은 “등·하굣길 인사는 정권 심판론이 강한 30~50대를 공략하기 위한 것”이라며 “학부모가 동행하지 않더라도 사진을 같이 찍어주면 그 사진을 전부 자기 부모님에게 보내기 때문에 유세 효과가 작지 않다”고 했다. 분당갑 주민 황소정(46)씨는 “윤석열 정부가 비호감도가 크다고 하지만 정부는 정부고 이번 선거는 우리 동네 국회의원을 뽑는 거니, 후보 개인의 자질을 보고 안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등굣길 인사 직후 40대 여성 주민들과 함께 서현역 주변을 둘러보며 “서현역 칼부림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방범 카메라를 더 많이 설치하는 등 모든 구역이 안전해질 때까지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들 앞에서 ‘정권을 심판해야 하니 안 후보를 찍으면 안 된다’는 일부 지역 여론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 중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용기 있게 이야기한 사람은 저밖에 없었다”며 “이태원 참사 때 ‘행안부 장관 해임하라’고 주장했고, 이종섭 호주 대사 귀국, 황상무 전 시민사회수석 해임, 과학기술 연구·개발 예산 삭감 반대, 의대 2000명 증원 재검토 등도 제가 먼저 얘기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 같은 사람이 있어야 정권이 성공하고 국민이 성공한다”며 “심판은 대선 때 하면 되는 거고, 지금은 정권이 제대로 잘 돌아가야 국민이 잘살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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