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볼 때, 출국 때 내던 ‘그림자 세금’ 확 줄인다

김지섭 기자 2024. 3. 27.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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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담금 91개 중 32개 폐지·감면

올 하반기부터 영화표를 살 때 내던 500원가량의 부담금이 폐지된다. 항공 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은 1만1000원에서 7000원으로 내려간다. 유효기간 10년인 복수여권을 발급할 때 내는 국제교류기여금도 1만5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줄어든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뉴시스

정부는 27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제23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부담금 정비 및 관리 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부담금은 특정 공익사업에 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 등 공공기관이 세금과 별개로 국민에게 부과하는 요금이다. 부담금 중에는 돈을 내는 줄도 모르고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준(準)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불린다.

그래픽=양인성

정부는 2002년 부담금 관리 체계 도입 이후 22년 만에 처음으로 전면 정비에 나서 전체 91개 부담금 중 32개를 없애거나 감면하기로 했다. 이번 개편으로 부담금 수입은 연간 2조원가량 줄어든다. 전체 부담금 운용액 22조4000억원(2022년 기준)의 9% 정도다. 윤 대통령은 “부담금을 지난 20여 년간 11개 줄이는 데 그쳤는데, 이번에 역대 어느 정부도 추진하지 못했던 과감하고 획기적인 수준으로 정비하겠다”며 “영화 티켓에 부과되는 영화관 입장권 부담금 등 18개의 부담금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양인성

◇영화표, 항공료에 붙던 부담금 폐지·감면

개편 대상 부담금 32개 중 국민 실생활에 밀접하게 연관된 것은 8개다. 영화 상영관 입장권 부담금을 비롯해 출국납부금, 국제교류기여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등이다. 특히 영화 관람객에게 영화표 가격의 3%를 강제로 부과하던 부담금은 대표적 그림자 조세로 지목돼왔다. 정부는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돈을 관람객에게 요구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영화표(통상 1만5000원)에 포함된 500원가량의 부담금을 없애기로 했다. 부담금으로 충당하던 영화발전기금의 영화 진흥 사업은 다른 재원을 통해 계속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공항 및 항만을 통해 출국하는 사람에게 부과하던 출국납부금도 줄어든다. 개발도상국 질병 예방에 쓰기 위해 걷는 돈인데, 해외여행 출국자와의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출국납부금 면제 대상도 2세 미만에서 12세 미만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유효기간 5년이나 10년인 복수여권을 발급받을 때 내던 국제교류기여금도 3000원 낮춘다. 전력산업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전기료에 부과하던 부담금 요율은 2년에 걸쳐 1%포인트(전기료의 3.7%→2.7%) 낮추기로 했다.

◇학교용지부담금 폐지, 개발부담금은 한시 감면

정부는 침체된 건설 경기 회복을 위해 부동산 개발 업체 및 시행사에 부과하던 일부 부담금도 손보기로 했다. 먼저 학교 용지 확보 재원 마련을 위해 1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 단독주택용 토지를 분양하는 사업자에게 부과하던 부담금을 없애기로 했다. 토지 개발 이익 환수를 위해 부동산 개발사업 시행자에게 부과하던 개발부담금은 올해에 한해 대폭 감면한다. 감면 비율은 수도권 50%, 비수도권 100%다. 학교용지부담금 폐지와 개발부담금 감면으로 올해 6680억원가량의 부담금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기업의 경제활동 촉진을 위해 추가로 9개 부담금을 없애거나 감면한다. 농지를 농사 이외의 목적으로 쓸 때 내야 하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비농업진흥지역에서는 적게 낼 수 있도록 농지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경유차를 보유한 영세 자영업자가 반기에 한 번 내는 환경개선부담금은 1만5190원에서 7600원으로 50% 인하한다.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은 “부담금 정의에 부합하지 않거나 부과 목적·대상 간 관련성이 적고, 특별한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 등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가 없애기로 한 부담금 중에는 그동안 징수 실적이 없는 유명무실한 것도 있다. 댐 건설 비용 일부를 하류 수력발전사업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은 1999년 도입됐으나 24년간 징수된 적이 없다. 광물 수급 및 가격 안정, 광업 발전 지원을 위해 광물 수입·판매업자에게 부과하는 부담금도 1994년 도입 이래 30년 가까이 징수 실적이 0원이다.

◇PF 사업장에 9조 추가 지원

이날 회의에서 정부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 진화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내용의 ‘취약 부문 금융 지원 방안’도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사업성이 충분한 정상 사업장이 금융 리스크에 빠지지 않도록 충분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을 현행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더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비주택 사업장에 대해서도 4조원(건설공제조합)의 보증을 도입하는 등 총 9조원을 PF 사업장에 신규 공급할 예정이다. 중소기업의 경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4월부터 총 41조6000억원의 자금이 본격 공급된다.

☞부담금

정부와 공공기관이 공익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세금과 별도로 부과하는 비용을 말한다. 부담금은 돈을 내는 줄도 모르고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서 준(準)조세나 ‘그림자 조세’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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