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장 없앤다니 밥도 안 넘어가유”…대전 지하철역 ‘라켓 노인단’ 망연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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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질환이 있는 82살 이명주씨에게 탁구는 '인생'이다.
10년 전 동네 사회복지관에서 라켓을 처음 잡은 뒤 3년 전부터 서대전네거리역에 있는 '디젯탁구장'을 다닌다.
디젯탁구장은 11년 전인 지난 2013년 대전도시철도 서대전네거리역 지하 유휴공간에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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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 질환이 있는 82살 이명주씨에게 탁구는 ‘인생’이다. 10년 전 동네 사회복지관에서 라켓을 처음 잡은 뒤 3년 전부터 서대전네거리역에 있는 ‘디젯탁구장’을 다닌다. 지하철 타고 다니기 편하고 대전 곳곳에서 나이 지긋한 탁구 동호인들이 찾는 곳이라 사람 사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무료다. 하지만 탁구장 공간을 제공했던 대전교통공사가 공간을 폐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요즘 밥도 잘 안 넘어가유.” 이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대전교통공사가 역사 내 탁구장을 닫기로 한 이유는 ‘안전사고 우려’와 ‘지속적인 민원’이다. 탁구장 관리 때문에 고유 업무 수행이 차질을 빚는다는 것도 이유였다. 예정대로라면 탁구장은 오는 31일문을 닫는다.
디젯탁구장은 11년 전인 지난 2013년 대전도시철도 서대전네거리역 지하 유휴공간에 자리잡았다. 지하철 이용객 중 노인이 많은 점과 교통 접근성 등을 고려했다. 이용비가 무료라 문을 열기 무섭게 동호회가 꾸려질 정도로 라켓 든 노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인기가 많아지자 2018년 온라인·현장 예약제도가 도입됐다. 하지만 ‘일부가 탁구장 이용을 독점한다’는 민원이 사라지지 않았다. 역무원이 탁구장 예약 업무를 맡고 민원 처리까지 하게 돼 ‘가욋일’ 부담도 커졌다. 대전교통공사 관계자는 “탁구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 땀 냄새 등으로 일반 승객들 민원도 꾸준히 발생해 탁구장 운영을 어쩔 수 없이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탁구장 이용자들의 반발은 교통공사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들은 197명의 서명을 모은 ‘디젯탁구장 존치를 바라는 시민 청원서’를 대전시장과 대전교통공사 사장에게 전달했다. 탁구 동호회 총무인 전경호(73)씨는 “한 달 전 탁구장에 붙은 공지를 보고 운영종료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까지 역이나 교통공사 쪽이 탁구장 운영과 관련해 우리와 소통한 적이 없다. 민원이나 운영상 문제가 있다면 우리와 대화를 통해 개선 노력을 한 뒤 폐쇄를 결정해도 될 텐데, 일방적으로 운영 종료를 통보하니 정말 황망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현재 전씨가 속한 동호회 회원은 35명이며 탁구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하루 200명 정도다.
대전교통공사 쪽은 “디젯탁구장 자리는 모든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다른 용도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지역 여론을 모니터링하고 추가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시민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역 운영을 하겠다”고 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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