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탄소중립 투자 위험 커···지원책 필요”
“풍력 시장 확대를 기대하고 관련 제품 개발과 설비 투자를 추진했다. 그런데 ‘풍력 발전 보급촉진특별법’은 국회에 계류 중이고, 전력 계통도 부족해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을 계속하려면 추가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를 계속해도 될지 모르겠다.”
한 풍력 설비 제조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처럼 국내 기업들은 ‘탄소중립’에 대응하려고 해도 관련 투자 위험 부담이 커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7일 발표한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탄소중립 대응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탄소중립 투자 위험이 크다’고 답한 기업이 71.7%였다. ‘매우 높다’(17.4%)고 응답한 기업까지 포함하면 투자 위험을 우려하는 기업이 89.1%에 달했다. 기업들은 “최근 경기 악화와 정부 지원 부족, 낮은 배출권 가격 등으로 인해 실제 탄소 감축 투자가 기업 수익과 경쟁력에 도움이 될지 망설여진다”라고 했다.
실제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38.2%에 그쳤다. ‘투자 계획 중’이라고만 밝힌 기업은 35.4%, ‘온실가스 감축 투자 계획이 없다’고 답한 기업도 26.4%였다.
온실가스 감축 투자 계획이 없는 기업은 그 이유로 ‘투자자금 조달 어려움’(32.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감축 수단·기술 부족’(30.5%), ‘투자 수익 불확실’(28.8%) 순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주요국 대비 국내 탄소중립 이행 여건과 정부 지원 수준이 뒤처진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은 구체적으로 ‘무탄소에너지 인프라(72.8%)’가 가장 뒤처지는 것으로 지목했다. 이어 ‘보조금, 세제 혜택 등 재정적 지원’(67.2%), ‘탄소 중립 혁신기술 연구·개발(R&D) 지원’(60.8%), ‘탄소 중립 관련 법·제도’(49.8%)가 부족하다고 답했다.
전의찬 세종대학교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EU의 그린딜에 이어 일본도 제조업의 그린산업 전환을 목표로 10년간 민관 합산 150조엔(약 1328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주요국은 대규모 국가 예산을 그린산업으로 구조 전환하는 데 투입해 자국 산업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영준 대한상의 지속가능경영원장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투자 위험 때문에 탄소중립을 선도적으로 이행하려는 기업들의 의욕이 꺾이지 않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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