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약사 못구하고 돈도 안돼… ‘심야약국’ 빨간불

이승륜 기자 2024. 3. 27.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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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심야 응급환자 편의와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년에 공공심야약국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약 2년 동안의 시범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에서 지난 2년 동안 공공심야약국을 시범운영한 A(여·71) 약사는 "고령에 '약국 노예'로 지내느라 힘들었다"면서 "사명감 없이는 심야약국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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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정식도입 앞두고 대책 시급
복지부, 2022년부터 시범운영
올해 전체 약국의 0.3%만 참여
의료취약지는 수익성도 떨어져
“인건비지원 상향 등 조치 필요”

부산=이승륜 기자 lsr231106@munhwa.com

정부가 심야 응급환자 편의와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내년에 공공심야약국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약 2년 동안의 시범운영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야간 근무 전문인력 확보에서 어려움이 있었고 수익성이 낮다 보니 참여를 원하는 약국 수가 많지 않았다. 더욱이 산간·도서·농촌 등 이른바 필수 응급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지역에선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27일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부산 기장군에서 지난 2년 동안 공공심야약국을 시범운영한 A(여·71) 약사는 “고령에 ‘약국 노예’로 지내느라 힘들었다”면서 “사명감 없이는 심야약국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까지 오전 9시부터 자정까지 15시간 동안 약국을 운영했다. 야간에 근무할 약사를 채용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가 환자가 많은 낮 시간대 약국 운영을 ‘월급쟁이’ 약사에게 맡기는 것도 탐탁지 않았기 때문이다. A 씨는 “심야엔 병원 처방 약 살 데가 적어 심야약국이 필요하긴 하다”며 “건강에 무리가 가고 낮 활동에 지장이 생겨 야간 운영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공공심야약국은 보건복지부로부터 시간당 4만 원의 지원금을 받고 밤 10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 야간에 운영하는 약국을 말한다. 복지부는 지난 2022년부터 올해까지 심야약국을 시범운영해 왔는데 내년 전국 시군구 1곳씩 251곳의 심야약국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전체 약국 2만4271곳의 0.3%(64곳, 시군구 중복 포함)만 시범 사업에 참여했을 뿐이다. 광역 지자체가 지원해 밤 9시~자정이나 밤 10시~다음 날 새벽 1시 시간대에 심야약국을 시범운영한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전체 약국의 0.6%(153곳, 시군구 중복 포함)뿐이다. 둘 다 합할 경우 217곳인데 시군구 중복 운영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전국 심야약국의 고른 운영이라는 당초 취지에는 많이 미달한다.

부산 사상구 심야약국에서 근무하는 약사 B(75) 씨는 “일과 휴식의 균형을 중시하는 풍조 탓에 정부 지원 인건비만으로 심야 근무자를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 약국은 내년 정부 심야약국 사업에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번화가에 비해 야간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주택가·도심 외곽지나 산간·도서·농촌 등 필수 응급의료 취약지 약국의 경우 현실적으로 심야 운영이 더 어려운 편이다. 심야약국 모집을 대행하는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료 취약지 약국 운영자 상당수가 70대 이상 고령자라 심야 영업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경북도청 보건의료 담당자는 이와 관련해 “취약지 심야약국 운영을 위해서는 인건비 지원금 상향 등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늦은 밤 약국 근로자의 치안 불안 해소를 위한 지구대 순찰 상시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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