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지하화에 대한 대통령 추진의지 강해… 尹임기내 착공 기대”[현안 인터뷰]

김영주 기자 2024. 3. 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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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이한준 LH 사장
특별법으로 최대한의 기반 마련
LH도 철도상부개발 TF서 고민
내년부터 주택공급 부족 가능성
공급물량 270만호 목표 맞출것
GTX 사업속도 늦어져 아쉽지만
개통땐 서울집값·교통문제 해결
1기 신도시 ‘장수명 주택’ 재정비
비싸도 몇십년뒤 내다보고 가야
지난 21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경기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 집무실에서 철도 지하화와 1기 신도시 등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성남=김영주 기자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취임한 지 5개월밖에 안 된 시점인 2023년 4월,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 붕괴 사고가 터졌다. 2021년 직원들의 땅 투기 문제로 국민의 공분을 산 LH는 이 사고로 인해 전관예우, 안전 불감증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고, 설계·시공·감리 업체 선정 권한 이관 등 고강도 혁신안을 통해 영향력이 축소됐다. LH 조직 구조를 갈아엎고, 향후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이 사장에게 맡겨진 제1 업무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사장은 취임 당시 ‘주택공급 270만 가구 달성’ ‘고품질 공공주택 공급’ ‘미래 시대에 대응하는 주택과 도시설계’ 등을 경영 목표로 내세운 바 있다. 경영 성과의 중간 점검 결과는 어떻고, 목표 달성을 위해 극복해야 할 남은 장애물은 무엇인지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LH 경기남부지역본부 집무실에서 이 사장에게 들어봤다.

― LH가 불미스러운 사고를 수습하는 동안 공사비가 폭등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설 경기가 최악이다. 이를 감안하면 취임 목표로 내세운 ‘270만 호 주택 공급’ 계획을 낮춰 잡아야 하는 건 아닐까.

“270만 호는 공급의 형태가 바뀔 수는 있지만 숫자엔 변함이 없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3기 신도시 5곳을 지정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김포한강2, 평택 지제, 오산 세교, 구리 토평 등 신규 택지지구를 지정했다. 270만 호에서 남은 물량은 정부에서 추가 대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것까지 감안하면 이번 정부로서는 270만 호라는 공공 목표를 맞추게 된다. 다만 경제 사정이 좋지 않으니 어떤 방식으로 공급 목표를 맞출지 선후의 문제는 조정이 될 거다. 내년부터 2026∼2027년 말 정도엔 주택 공급 부족으로 시장 혼란이 있을 수 있다. 전세가가 오르고, 전세가가 다시 매매가를 밀어 올리는 혼란을 막기 위해 LH가 일단 나서야 한다.”

― 주택 공급 부족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을까.

“최근에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올해와 내년에 국토교통부가 매입 임대 10만 호를 공급하는 안을 발표했다. 이때 공급되는 건 아파트가 아니고 도시형생활주택이다. 아파트는 보통 짓는 데 3년은 걸린다. 도시형생활주택은 1년 만에도 준공할 수 있다. 일단 단기적인 주택 공급을 이렇게 촉진하고, 어느 정도 경기가 살아나면 우리가 택지지구로 지정한 곳에서 아파트 공급 물량을 채울 것이다. 사실 건설 경기가 어려울 때 공공이 경제 회생의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난해 착공 물량이 굉장히 적었다. 올해는 10만 호 이상 인허가, 최소 5만 호 이상 착공할 거다.”

― 총선을 앞두고 철도 지하화 공약이 나왔다. 특별법까지 제정돼서 기대감도 있지만 공염불로 넘어갈 거라고 보는 시각도 많다. LH는 철로 상부 개발에 참여하는데, 사업 전망을 어떻게 보나.

“철도 지하화는 과거에도 간헐적으로 나온 이슈지만 그간 괄목할 만한 추진 성과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윤 대통령의 추진 의지가 대단하다. 지하화를 한다고 철도를 멈출 수 없기 때문에 공사 기간 아주 깊은 지하에다가 임시 철로를 깔아야 한다. 철도 하중이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어떤 공법을 채택해서 어느 정도 깊이에서 어떻게 할지를 다 시뮬레이션해봐야 한다. 그래서 시간을 좀 갖고 해야 하는 거라고 나는 인식을 했는데 정부에서 특별법까지 만든 거다. 내 개인적인 기대는 윤석열 정부 임기 내에 착공까지 하는 거지만, 일단은 착공까지 갈 수 있는 기반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 놓자는 거다. 국토부는 물론 LH도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고민하고 있다.”

― 정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B·C 노선에 이어 D·E·F 노선까지 발표했다. A 노선 동탄∼수서 부분 개통에만 15년이 걸렸다. GTX 노선 확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A·B·C 노선은 내가 경기도시공사 사장 시절에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 그때는 2027년 8월에 다 준공이 되는 계획이었다. 2027∼2028년까지 다 된다고 하면 2기로서 D·E·F 노선을 추가하자는 아이디어를 윤석열 후보에게 냈다. 지금까지 사업속도가 나지 않은 건 도시에 대한 비전이나 철학을 정책에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간 주택 정책 결정에 있어서 GTX의 중요성은 등한시돼 왔다. 그러다가 집값이 폭등하자 2021년 3기 신도시 발표와 함께 교통망 확대 방안으로 GTX가 활용된 것이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 집값 혼란이나 교통문제는 없어질 거다.”

― 1기 신도시 재정비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가장 큰 걸림돌이 이주 문제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나눠달라.

“2∼3년 전에 서울 서초구 반포 아파트 재건축 사업 과정에서 2000여 가구가 한 번에 이주했을 때 서초구, 강남구, 동작구, 경기 과천까지 전세가가 뛰었다. 1기 신도시 30만 가구가 10년 동안 이주한다고 하면 1년에 3만 가구가 새로 필요하고, 입주까지 최소 3년이 걸리니까 1년에 9만 가구의 이주 주택이 필요하다. 9만 가구면 분당 신도시 하나다. 따라서 이주 대책 없는 1기 신도시 재정비는 부동산 대란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산이 재정비된다고 하면 그 옆에 3기 신도시인 창릉이 있으니 이 중 일부를 이주 주거지로 활용하면 된다. LH가 이주 단지를 짓고 분양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거다.”

― 1기 신도시는 ‘장수명 주택’으로 재정비돼야 한다고 했다. 100년, 200년 가는 주택을 어떻게 지을 수가 있을까?

“내가 취임 이후 LH 아파트는 장수명, 층간소음 저감, 고품질 이 3가지를 꼭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짓는 아파트를 장수명으로 짓지 않으면 40년 후에 지금보다 더 큰 대란이 일어난다. 30만 가구의 1기 신도시가 재정비를 통해 40만 가구로 입주하게 되고, 3기 신도시에서도 30만 가구가 공급된다. 40년 후에 이 70만 가구가 동시에 재건축이 들어간다면 우리 사회가 감당할 수 있을까? 장수명 주택의 핵심은 지금 아파트 건축에 활용되는 벽식 구조가 아닌 라멘이나 기둥식 공법을 쓰는 것이다. 지금은 벽식 구조이기 때문에 벽을 뜯고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다. 라멘이나 기둥식은 내부 구조를 필요에 따라서 바꿀 수 있다. 유럽이나 선진국을 가면 집을 새로 짓지 않고 리모델링해 고쳐서 쓸 수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 라멘이나 기둥식이 좋은 건 알지만, 비용이 많이 든다고 들었다. 안 그래도 건축 공사비가 폭증 추세인데 건축 비용이 더 올라가지 않을까.

“벽식에 비해서 공사 기간이 길고, 단가가 비싸다. 10% 정도 차이다. 이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 LH가 장수명 주택으로 건축할 시에는 층수를 한층 더 올리거나 용적률을 높이는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집을 지을 때 당장 눈앞의 이익만을 보고 짓지 말고 몇십 년 후를 내다보고 짓자는 거다.”

―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 3기 신도시를 좀 조정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3기 신도시의 규모 축소 또는 도시 계획 수정의 필요성을 거론한 것인가.

“1기 신도시는 지상에 주차장이 있지만 2기 신도시에서는 지하로 들어갔다. 주거 쾌적성은 좋아졌지만 지하를 많이 파다 보니까 공사비가 대폭 뛰었다. LH는 이런 주거 양식의 변화를 생각하지 못하고 양적 공급에만 치중했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LH의 또 다른 역할을 방관했다. 2기 신도시로 오면서 아파트 단지 자체가 녹지 공간이 됐다. 1기 신도시보다 녹지 공간을 줄일 수 있고, 이를 통해 조성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또 1기, 2기 신도시를 보면 상업, 업무시설의 공실이 많은 편이다. 과다하게 공급돼서 그렇다. 그런데 3기 신도시에도 똑같이 잡아 놨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으로 오프라인 상업 시설은 더 수요가 떨어진다. 내가 취임한 후 3기 신도시에 이런 사회 변화상을 반영해 토지 이용계획을 조정했다. 그 결과 3만 호를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 LH 공사도 공사비 폭등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최근 한 건설사가 LH와 공사 대금 갈등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기도 했다. 공사비를 올려주다 보면 LH의 사업 수지가 악화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복안이 있을까?

“LH는 지금까지 공사비를 최저 수준으로 가져가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어떤 기업이든 영리를 위해서 존재한다. 다른 기업을 위해서 손해를 보면서까지 사업을 할 수는 없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 LH가 건설 사업비를 현실화하기 위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조만간에 현실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다.”

― LH 부채를 208%로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셨다. 사회적으로 용인 가능한 LH의 부채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확실한 건 LH의 부채는 타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준으로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LH는 채권을 발행해서 자산을 취득한다. 빚을 내서 토지를 매입하면 자산이 된다. 그리고 이 토지에 집을 지어서 판다. 팔아서 현금이 들어오면 부채 비율이 낮아진다. 부채 비율에 집중하면 공적 역할을 하기가 어렵다. 광명시흥 신도시가 대표적이다. 부채 비율을 맞추다 보니까 토지 보상이 어렵다. 2027년 이후로 사업 기간이 지연돼 버렸다. LH 부채 비율을 몇 년 뒤에 어떤 방식으로 줄일지 계획을 갖고 있다면 정부나 국민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현재 부채 비율을 가지고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다.”

직종간 소통 단절됐던 LH… 능력위주 인사·유사기능 부서 통합

“재임기간 사고나면 책임 질 것
직에는 연연 않고 소임 다해야”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취임 후 16개월을 맞은 소회에 대해 “제 인생에 잉여로 주어진 자리라고 생각한다”며 “맡은 소임을 미련 없이 다하고, 직에는 연연하지 않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실제로 지난해 취임 5개월 만에 터진 인천 검단 LH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 붕괴 사태 때 “임명권자에게 거취를 일임하겠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LH에 남겨진 숙제 완수의 임무를 띤 그는 “LH에 와보니 택지와 주택 품질을 끌어올리지 못하는 데는 직종 간 칸막이에 따른 소통 단절의 영향이 컸다”며 “L(토지공사)과 H(주택공사), 행정직과 기술직 등으로 자리를 배분하던 인사 관행을 깨고 개인 능력과 성과에 따라 배치하는 한편 유사기능 부서들은 과감히 통합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가 공기업 수술 임무를 맡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사장은 2008년 부도 위기에 몰려 있었던 경기도시공사(GH)의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그는 광교신도시와 다산신도시를 연달아 성공시키고 평택에 삼성전자를 유치하고 판교 테크노밸리를 정상화했다.

그는 “3년 동안 파산 직전의 GH를 살려놓느라 고생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도 LH 사장으로 오자마자 검단 사고로 인해 많은 지탄을 받았다”며 “LH 직원 1인당 연 25억 원 규모의 사업을 감당하는 전국적인 조직이고 업무도 방대하다. 적은 인력으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역할 이외에도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전세 사기 피해지원 등 사회적 현안을 대처하는 LH가 맡은 많은 역할이 묻혀 아쉬운 점이 있다. 그는 다만 “확실한 건 제가 재임하는 동안, 재임하고 난 후 불미스러운 사태가 터진다고 한다면 확실하게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영주 기자

△1951년 정읍 출생 △한양공고 △한양대 공대 △한양대 대학원 석사(교통계획학) △홍익대 대학원 박사(도시계획학) △한국교통연구원부원장 △경기도시공사(GH)사장 △아주대 초빙교수 △한반도선진화재단 국토교통연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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