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야구 중계음성’ 지원 중단…KBO “정부 예산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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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아!" 지난 24일 한화 이글스와 엘지(LG) 트윈스의 2024 케이비오(KBO)리그 개막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 야구팬이 '직관'(직접 관람) 때 겪는 이런 시차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서울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운영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중계 음성 서비스)가 예산 부족으로 올 시즌 갑자기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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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직관 경험에 시차 간극 더 크게 느껴져”
“와아아아!” 지난 24일 한화 이글스와 엘지(LG) 트윈스의 2024 케이비오(KBO)리그 개막 경기가 열린 서울 잠실야구장. 한화 이글스 요나단 페라자 선수의 홈런과 문현빈 선수의 적시타로 5회부터 한화가 엘지를 앞서자 구장에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한화 팬 김아리(가명·32)씨 역시 들뜬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환호의 이유를 알게 된 건 10초쯤 지난 뒤였다. 김씨는 “관중들이 환호하면 일단 같이 소리 지른다. 이후 5~10초 뒤에 네이버 등에서 중계해주는 내용을 이어폰으로 듣고 뒤늦게 상황을 이해하거나 지인들에게 상황을 물어보곤 한다”고 말했다.
김씨 같은 시각장애인 야구팬이 ‘직관’(직접 관람) 때 겪는 이런 시차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지난해 8월부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서울 잠실구장, 부산 사직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운영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중계 음성지원 서비스’(중계 음성 서비스)가 예산 부족으로 올 시즌 갑자기 중단됐다. 케이비오 관계자는 “중계 음성 서비스 재원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주최단체 지원금 예산 규모가 줄며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해, 문체부에 사업 신청을 하지 못했다”며 “서비스 제공에 드는 6억~7억원 정도 예산이 배정되지 않은 상태라 이번 시즌에는 운영이 어렵다”고 했다.
시각장애인들은 구장에서 이어폰 등으로 중계방송을 들으며 야구 직관을 즐기는데, 문제는 일반적인 야구 중계방송에 10~15초 정도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반면 중계 음성 서비스는 케이비오가 제공하는 전용 단말기를 통해 텔레비전으로 송출되는 캐스터의 중계를 구장에 있는 시각장애인 관객에게 바로 전한다. 지연 없이 경기 상황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이 서비스는 지난해 장애인 스포츠 관람권 보장 등의 내용을 담아 ‘스포츠산업 진흥법’이 개정되면서 도입됐다.
시각장애인 중계 음성 서비스를 지난해 네 차례 이용했다는 중증 시각장애인 안제영(29)씨는 “경기 상황을 비장애인 관중들과 동시에 이해하고 그들과 같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이라며 “예전에는 10~15초 느린 중계를 듣는 것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실시간으로 야구를 직관하는 경험을 하고 나니 그 간극이 더 많이 느껴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중계 음성 서비스는 지난해 서비스 시작 때 케이비오도 대대적으로 홍보에 나선 바 있다. 케이비오는 허구연 케이비오 총재와 시각장애인인 김예지 국민의미래 의원이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을 보도자료에 담아 전하기도 했다. 올해는 더 많은 구장에서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시각장애인 야구팬들의 실망이 한층 커진 이유다. 안씨는 “개막 9일 전까지도 올해 서비스를 계속할지 불확실하다는 설명밖에 하지 않다가 이용이 중단됐다”며 “결국 ‘보여주기식’이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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