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빠르고 편해요!"…자동검역으로 감염병 확산 원천 차단

천선휴 기자 2024. 3. 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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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질병청 뭐함?] 김해국제공항 B입국장 자동검역심사대 시범사업
비대면 검역으로 더 안전하고 촘촘하게…한국 찾은 여행객 100% "만족"
25일 오전 11시쯤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는 대만 여행객들이 자동검역심사대(왼쪽 4대)를 통과 하고 있다. 반면 대면 검역심사대(오른쪽)에는 여행객들이 줄을 길게 서 있다.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삑 삑 삑 삑.'

"지금 빨간불 들어온 심사대에 계신 분, 검역관에게 가세요."

25일 오전 11시쯤. 대만을 출발해 김해국제공항에 들어온 대만 여행객 한 명이 자동검역심사대 앞에서 당황한 듯 멈춰섰다. 자동검역심사대에 부착돼 있는 비상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면서 차단기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여행객은 곧바로 바로 옆 검역 부스에서 대기하고 있던 검역관에게 인계됐다. 이 여행객이 자동검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유는 체온. 열화상카메라에 인식된 체온이 37.5가 넘었기 때문이다.

검역관은 대만 여행객의 체온이 정말 37.5도가 넘는지 직접 측정하고, 발열 증상이 확인돼 공항에 대기하고 있는 역학조사관에게 여행객을 인계했다.

검역관은 "입국자가 자동검역심사대를 통과할 때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측정되면 차단기가 열리지 않아 빠져나갈 수 없다"며 "바로 검역관이 다시 체온을 측정하고 정상체온이 나오면 바로 통과시키지만 발열 증상이 확인되면 즉시 역학조사관에게 인계해 유증상자 통합조사를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9일부터 김해국제공항 B입국장에서 중화항공 CI188편을 대상으로 자동검역심사대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오전 10시 50분 김해국제공항에 착륙하는 이 비행기를 이용하는 승객은 하루 평균 170여 명. 이 중 절반가량이 김해공항에 설치된 4대의 자동검역심사대를 이용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

자동검역심사대는 말 그대로 비대면으로 검역대를 통과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질병청은 이 시범사업에 약 1억 2000만 원을 배정받았지만 기존 열화상카메라를 활용해 예산을 약 5000만 원 절감했다.

김해국제공항의 검역관이 자동검역심사대를 지나는 입국자의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자동검역심사대의 편의성을 이해하려면 해외에서 우리나라 입국시 통과해야 하는 검역 시스템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2019년 12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출몰한 이후부터 국내에 입국을 하려면 비행기에서 내리기 전 건강상태질문서를 작성한 후 처음 만나게 되는 검역관에게 질문서를 제출하고 발열 증상 등을 확인해야만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이 건강상태 질문서에는 최근 21일 동안 방문한 국가와 그 기간에 발열, 오한, 두통 등의 증상이 있었는지 등을 적어야 한다.

하지만 질병청은 행정업무의 효율화와 신속한 역학조사 수행이 가능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22년 전자검역체계인 Q-CODE(큐코드)를 구축했다.

이에 따라 종이로 된 건강상태 질문서가 아닌 온라인으로 큐코드를 통해 건강상태 등을 입력한 입국자는 비행기에 내린 후 검역관에게 큐알코드를 보여주고 발열 증상을 확인한 뒤 이상이 없다는 검역관의 확인을 받아야 검역대를 통과할 수 있다. 지난 1월엔 기존에 8단계를 거쳐야 했던 큐코드 입력 절차를 간소화했다.

검역소는 여전히 종이로 된 건강상태 질문서도 받고 있지만 큐코드 이용자와의 검역대 통과 시간은 크게 차이를 보인다.

큐코드에 미리 건강상태 등을 입력하고 검역관이 앉아 있는 검역심사대를 통과하는 데는 약 45초의 소요시간이 걸리지만, 종이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자는 약 2~4분이 소요된다.

여기에 큐코드 이용자가 대면으로 검역관을 만나지 않고 자동검역심사대를 통과하게 될 경우 시간은 더욱 단축된다.

큐코드로 건강상태 등을 입력한 입국자가 자동검역심사대를 이용할 경우 큐코드 큐알코드를 찍고 열화상카메라를 바라보면 자동으로 체온이 측정되고, 이상이 없으면 차단기가 열리는 형태로 빠르게 심사대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검역심사대를 이용한 대만 승객 챵하오민(CHANG HAO MIN)씨는 "너무 편리하고 시간 낭비 없이 빨리 관광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용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설문에 응답한 154명 중 99%가 '매우 만족했다'고 답했고 1%가 '만족했다'고 답했다"며 "'다시 재사용할 의향이 있냐'는 물음에도 모두 '네'라고 답했다"고 자랑했다.

김해국제공항 검역관이 체온이 37.5도 이상으로 자동검역심사대를 통과하지 못한 입국자의 체온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검역 측면에서도 다양한 이점이 있다.

김윤호 국립김해공항검역소 검역팀장은 "검역대 통로마다 검역관을 한 명씩 배치해야 하지만 자동검역심사대를 활용하면 발열증상자만 따로 확인하는 검역관만 투입하면 되기 때문에 인력 부족에 어려움을 겪는 김해공항으로선 굉장히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라며 "특히 김해공항의 경우 비행기 도착 시간이 특정한 시간대에 몰려 있어 인력 운용 면에서 자동검역시스템이 큰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검역의 질적 향상에도 큰 효과가 있다. 국립김해공항검역소 소속 A검역관은 "1차적으로 자동검역심사대에서 승객의 건강 정보 확인과 발열 감시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역관은 증상자에 대해서만 직접 조사하게 돼 유증상자에 대한 심층·역학조사에 집중할 수 있어 검역의 질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종료되면서 국내 입국자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급격히 증가하면서 검역이 필요한 검역대상자 또한 폭증했다.

이 때문에 현재 검역관 인력으로는 기존 검역 시스템 운영이 한계에 봉착해 근무자들이 휴가도 제때 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용객 관리도 효과적이다. A검역관은 "대면으로 검역을 하다 보면 승객이 몰려오거나 급하게 뛰어나가 조사가 어려운 경우가 있었는데 자동검역심사대는 한 명 한 명의 건강상태가 확인돼야 검역대를 통과할 수 있어 철저한 검역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검역관과 입국자와의 마찰도 피할 수 있다. 검역관을 대면하는 와중에 민원을 제기하며 욕설을 하거나 명패를 잡아뜯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입국자들이 있어 검역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B검역관은 "검역관만이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돼 한층 더 체계적인 해외유입 감염병 대비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시범사업은 이달 31일을 끝으로 종료된다. 4월 한달간 내부적으로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고 앞으로의 사업 방향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은 5개년 계획 중 시행한 첫 사업인데 인력 등 여러가지 효율성 평가를 통해 효과가 있다는 판단이 되면 정부에서 예산을 받아 추후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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