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활성화 방안으로 풀MVNO 보는 정부…실현 가능성은?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에관한법률) 폐지 추진과 번호이동 전환지원금 도입으로 알뜰폰(MVNO) 가입자 이탈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풀MVNO로 활로를 찾으려 하고 있다. 직접 설비를 갖춘 풀MVNO는 자체 요금제를 개발할 수 있어 경쟁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 넘게 풀MVNO를 놓고 탁상공론만 반복되고 있는 데다 알뜰폰 사업자 대부분 설비 투자 여력이 없어, 획기적인 정책 아이디어 없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의에서 정부는 풀MVNO 탄생을 위해 필요한 정책적 과제와 각 사업자의 입장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풀MVNO 사업자를 '상호접속체계'에 편입시켜 망을 빌려주는 이통사와 대등한 수준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집중 논의됐다. 상호접속체계에 편입되면 망 접속료가 줄어든다. 알뜰폰 사업자가 설비투자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풀MVNO는 자체 전산설비를 갖춘 알뜰폰 사업자를 뜻한다. 현재 알뜰폰 사업자는 자체 전산설비가 없어 이동통신사(MNO)로부터 통신망을 빌려와 저렴하게 판매할 뿐,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량을 직접 관리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요금제도 직접 개발할 수 없어 이통사 상품·정책에 종속된 상태다. 그러나 자체 전산 설비를 갖추게 되면 알뜰폰만의 다양한 요금제를 만들 수 있다. 자신들이 만든 요금체계를 또 다른 알뜰폰 사업자에게 판매하는 MVNE(통신망 재임대 사업자)가 될 수 있어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일본의 '라쿠텐'이 대표적인 MVNE 사업자다.
도매제공 의무제도 상설화는 지난해 말 전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다음 달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편은 아직 논의만 진행 중이다.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편은 통신망 원가에 최소한의 이자나 유지·보수 비용만 더해주는 '원가 산정방식'이나 접속료를 줄여주는 '상호접속체계 편입' 두 가지 방식이 지속적으로 거론돼 왔다.
현재 망 도매대가 산정방식은 소매 단가에서 마케팅·고객관리(CS) 등 회피 가능 비용만 차감하는 리테일 마이너스 방식이다. 알뜰폰 업계는 이 방식이 판매자인 이통사에 유리해 망 도매대가가 지나치게 높다고 말한다. 도매대가 산정방식 개편을 두고 알뜰폰 업계는 이통3사의 눈치를 보고 있다. 망 주인인 이통사가 결사반대하고 나서면 원가 산정방식이든 상호접속체계든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국무조정실 회의에서도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같은 어려움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제도 개편이 이뤄지더라도 수백억원대의 설비투자를 감당할 알뜰폰 사업자가 드물다. 현재 약 80개의 알뜰폰 사업자가 있지만, 이 중에서 풀MVNO 의향을 밝힌 곳은 상장사인 세종텔레콤 정도다. 제4이통사 진출에 성공한 스테이지파이브조차 "MVNE 사업을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이 운영하는 KB리브엠 정도가 가능성이 있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금융권이 중소사업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알뜰폰 시장으로의 진출 자체에 우려가 많은 상황에서 풀MVNO 사업까지는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란 추측이 많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풀MVNO 제도가 잘 만들어져서 수익성이 보이면 외부에서 투자금을 유지하는 사업자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도 "아직 이통사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고, 알뜰폰 사업자간의 이견도 커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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