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울린 辛라면… 농심 신춘호 회장의 이유있는 고집

황정원 기자 2024. 3. 27. 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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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에 '국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당시 신 회장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한자 한 글자로 된 '신'라면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이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의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며 임원들을 직접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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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술로 개발한 '한국적인 맛'으로 승부
안성탕면·신라면·새우깡… 손수 이름 지은 제품 줄줄이 히트
3월27일은 끊임없이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며 한국인에게 사랑받은 고 신춘호 농심 회장의 기일이다. 사진은 1982년 사발면 출시에 앞서 시식 회의하는 모습. /사진=농심
제품에 '국민'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야말로 온 국민이 모두 한번쯤, 아니 매일 같이 이용하는 것이라야 자격이 주어진다.

'국민 라면' '국민 과자' 타이틀을 수도 없이 받은 기업이 있다. 신라면과 새우깡을 만든 농심이다.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다 후루룩 끓여 먹는 신라면, 일과를 마치고 소주 한잔에 곁들이는 새우깡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우리네 소울푸드이자 낭만 스낵이다.

농심은 고(故) 신춘호 회장이 1965년 창업한 기업이다. 당시 신 회장은 산업화가 한창이던 일본에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라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인스턴트 라면은 일본에서 간편식으로 소비되는 식품이었다.

신 회장은 식량 문제로 고통받는 조국을 위해 주식으로 즐길 수 있을 만큼 푸짐하면서 값이 싼 라면을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한국인 입맛에 맞게끔 얼큰하면서 영양도 충분한 식품이어야 했다.

곧장 라면회사를 차렸고 설립 때부터 연구개발 부서를 따로 뒀다. 그즈음 라면산업이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일본의 기술을 도입하면 제품 개발이 수월했겠지만 그는 쉬운 길을 거부했다. 그 방법으로는 농심만의 색깔을 담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의 생각은 확고했다. 반드시 우리 손으로 직접 개발해야 하며 한국적인 맛이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제품 이름은 특성이 잘 드러날 수 있도록 명쾌해야 했다.

신 회장의 이러한 고집은 1982년 안성공장 설립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수프제조를 위해 선진국에서 제조설비를 들여오되 한국적인 맛을 구현할 수 있도록 턴키방식의 일괄 도입이 아닌 주문제작을 요구했다. 해외의 설비는 서양인에게 적합하도록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농심이 축적해 온 노하우를 구현하려면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국의 맛을 온전히"… 얼큰한 맛 그대로 수출


신춘호 회장은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세게 시장에서 승부하길 원했다. /사진=농심
신 회장은 네이밍 전문가로도 유명하다.

'안성탕면'은 한국인 입맛에 맞춘 듯이 잘 맞는 음식이라는 뜻과 함께 라면이 인스턴트가 아닌 한그릇 식사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탕'과 '면'을 조합해 지은 이름이다. '짜파게티'는 그 옛날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던 자장면과 스파게티를 조합했다. 아리랑을 '아리깡'으로 발음하던 어린 딸에게서 영감을 얻은 '새우깡'도 신 회장의 작품이다.

신라면 역시 신 회장이 지은 이름이다. 지금은 한국을 넘어 세계가 사랑하는 이름이지만 제품 출시 무렵에는 꽤 파격적인 이름이었다. 당시만 해도 제품명은 대부분 회사 이름이 포함되어 있거나 제품의 기능을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긴 이름이 대부분이었다. 한자 한 글자로 된 '신'라면은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신 회장이 "발음이 편하고 소비자가 쉽게 주목할 수 있으면서 제품의 속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는 이름이어야 한다"며 임원들을 직접 설득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신 회장은 해외진출 초기부터 신라면의 세계화를 염두에 두었다.

"농심 브랜드를 그대로 해외에 가져간다. 얼큰한 맛을 순화시키지도 말고 포장디자인도 바꾸지 말자. 최고의 품질인 만큼 프리미엄의 이미지를 확보하자. 한국의 맛을 온전히 세계에 전하는 것이다"

신 회장의 전략은 적중했고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라면이 됐다. 신라면 매출은 2021년부터 해외 매출이 국내를 넘어섰고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이제 라면은 더 이상 허기를 달래기 위한 음식이 아니다. 맛있어서, 먹고 싶어서, 못 참아서 먹는 음식이 됐다.

3월27일은 스스로를 라면쟁이, 스낵쟁이라 부르며 직원들에게도 장인정신을 주문했던 신 회장의 기일이다. 2021년 이날 영면에 든 율촌 신춘호 회장이 임원들에게 남긴 마지막 말은 "거짓 없는 최고의 품질로 세계 속의 농심을 키워라"였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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