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간음죄 반대" 꺼낸 한동훈 , 또 '反여성주의'로?

한예섭 기자 2024. 3. 27.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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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민주당 공약 언급하며 "野가 이기면 비동의간음죄 통과될 것"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장관 재임 시절 화제가 된 바 있는 '비동의간음죄'를 재소환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이 법은 사실상 통과되게 된다"며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사태 이후 제기된 수도권 위기론 속에서 여당이 반(反)여성주의 카드를 다시 꺼낸 것 아니냐는 비판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26일 오후 울산 남구 신정시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10대 공약으로 비동의간음죄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 위원장은 구체적으로는 "그렇게 내심의 동의,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 여부를 가지고 범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원래는 입증 책임이 검사한테 있는데 사실상 입증 책임이 혐의자에게 전환되게 될 것"이라며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해당 법안에 대한 반대 취지를 밝혔다.

그는 이어서도 "지금 (강간죄 관련) 대법원 판례의 취지가 사실상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협박의 범위를 대단히 넓혀가고 있는 추세"라며 "동의라는 내심의 개념을 가지고 새로운 범죄 구속 요건을 만드는 것에 필요성이 현재로서 그렇게 크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면 이 법은 사실상 통과되게 된다"며 "그런 점에서 이번 총선에서 시민들께서 선택을 하시는 데 (이 공약을) 중요한 지표로 봐주셔야 하지 않나 한다"고 강조했다.

비동의간음죄는 폭행과 협박을 '강간'의 구성요건으로 규정하는 형법과, 그 폭행·협박을 '저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으로 해석하는 소위 '최협의설' 판례가 '성범죄 피해를 왜곡·축소해왔다'는 학계와 시민사회의 지적 속에서 대안으로 요구돼온 형법 개정안을 뜻한다. 해외에선 영국, 독일, 스웨덴 등이 형법 개정을 통해 강간이나 성폭력 등을 '동의없는 성적 행위'로 이미 개념화한 바 있다.

국내에선 앞서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제3차양성평등정책기본계획(2023~2027)에서 검토 의사를 개진했다가 법무부의 삭제 요청으로 철회해 비동의간음죄가 화제가 됐다. 한 위원장은 당시 대정부질문에서 류호정 전 의원의 질의에 "(비동의강간죄는) 안 돼, 이런 말은 아니었다"며 "건설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여성계와 야권에선 '국제 인권기준에 맞지 않는 현행 강간죄 규정을 고집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실제 국제연합(UN) 소속의 고문방지위원회,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등 인권기구들은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여부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도록 한국정부에 수차례 권고한 바 있다. 2021년엔 유엔인권이사회도 '국가는 강간 정의의 핵심에 동의 없음이 포함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권인숙 의원은 당시 "비동의간음죄 신설은 모든 나라 여성계의 오래된 숙원 사업이고,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성폭력 의제에서 가장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 관련기사 : '비동의강간죄' 토론하자는 한동훈, 이미 틀렸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당은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임기 초 '외교참사' 국면에서 발의하는 등 '반 여성주의 정책을 국면 전환용 카드로 활용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최근 이종섭·황상무 사태로 수도권 민심이 요동치며 여당 내에서까지 위기론이 쏟아진 가운데 한 위원장의 이번 비동의간음죄 반대 언급이 나온 것은 눈길을 끈다.

한 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이후 젠더 이슈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을 내보인 적이 없지만, 지난 2월 안전공약 발표 당시엔 당초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이란 이름으로 공지된 공약의 이름을 돌연 '여성'이 아닌 '시민'으로 단어를 바꿔 재공지하는 등 젠더의제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 관련기사 : '여성폭력'에 입 연 한동훈 … 尹정부 '여성부 폐지'는?)

한편 이날 오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택을 예방한 한 위원장은 앞서 전날 본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도 찾아뵐 것"이라 말한 데 대해 "이 전 대통령도 뵐 계획이 있지만 일정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면된 두 전직 대통령 예방이 중도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엔 "제가 하는 행보에 대해서 어떤 건 보수층 악영향이라 하고, 어떤 건 중도층 악영향이라 한다"며 "당대표로서 해야 할 일을 그때그때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은 '종북세력에게 나라를 내주지 말자'는 문구가 담긴 국민의힘 선거 현수막과 관련 본인이 해당 현수막을 걸지 못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에 대해선 "선거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가 있다"면서도 "좀 더 국민들께 더 좋은 말을 내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불거진 총선 위기론과 관련 중도확장을 위한 '유승민 역할론'이 대두된 데에는 "특별히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공세도 계속됐다. 한 위원장은 이 대표를 겨냥 "이 대표께서 재판에 나가셔서 '검찰 때문에 재판에 나가는 거다'라는 식으로 말을 하셨다"며 "이 대표가 재판에 나가야 하는 건 범죄 혐의의 증거가 있어서 기소됐기 때문이다. 검찰 때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대표가 '국민의힘 승리 시 한국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와 같은 경제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해서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라는 것은 이 대표가 그동안 늘 얘기해온 포퓰리즘이나, 어떤 재원을 고려하지 않은 혈세로 퍼주기 하는 것을 그런 식의 정책으로 인해서 큰 논란이 생겼던 나라들의 예시"라고 받아쳤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이 26일 오후 울산시 남구 신정시장을 찾아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예섭 기자(ghin2800@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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